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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맘의 학원셔틀일기 2

하교 후의 세상

워킹맘이었던 나는 아이와 아이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사실 5~6세 때는 같이 논다라는 개념이 부족했다. 사회성 발달 단계에 있어서 ‘같이’ 놀 줄 아는 단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6~7세를 지나며 사회성이 발달해서 친구와 놀고 싶어했는데, 7세 무렵에는 회사가 너무 바빠서 진짜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라도 배워라, 그 다음에는 다른 학원들 가서 수학이랑 피아노 배워라라고 학원이나 보냈었다. 친구도 학원에서 만나겠지 생각하면서…하지만 자유롭게 노는 시간 없이 학원만 보내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방치일 수 있겠다는 것을, 육아휴직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학원만 연달아 보내면 될거라고 생각했던 매일 오후 하교 후에, 아이의 세상이 있었다.


놀이터에서 수많은 친구들 중에 어떤 친구들과 노는게 제일 재미있는지,

그 친구들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새로운 친구들은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미끄럼틀을 타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시소를 타는 다양한 자세가 있다는 것을,

흙과 열매로 컵케잌을 예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놀다가 맛있는 것을 주는 어른이 있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해야한다는 것을,

나의 아이는 이제서야 배우고 있었다.


물론 그전의 하원도우미 이모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셔서 많이 놀려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매일 매일 나가 놀지는 못했던 것 같다. 30분만 놀아도 얼마나 좋아하던지. 워킹맘인 엄마를 만나서 괜히 아이가 부족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최근 본 쇼츠에서 미래의 학원이라며 다큰 아이들이 (어른들인가..) 사회성을 배우는 학원에 다니는 게 나왔다. 엄마가 다 큰 고딩을 학원에 보내며 “옆의 친구가 너한테 인사하면 뭐라고 해야해?” 라고 했더니 아이는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너 고소한다” 라고 대답하곤 사회성을 배우러 학원에 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우스웠지만 이게 곧 나의 아이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내 아이도 불과 얼마전까지 엘리베이터에서, 지나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할 줄을 몰랐다. 인사하라고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를 보며 사실 뜨끔했다. 나도 인사를 안하는 건 마찬가지였으니…나부터 잘하자는 생각으로 나도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녔다. 그랬더니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는 더 잘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에서 굳이 따지자면 팀장의 롤을 하고 있는데,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다른 팀과의 의견 조율, 우리 팀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일, 우리 팀이 하는 일에 문제가 발생했을때 다른 팀에 도움을 청하는 일, 팀원 간 의견이 다를 때 혹은 불만이 있을 때 이 부분을 잘 이야기해서 모두를 한 방향으로 잘 갈 수 있도록, 하지만 그게 일방적인 명령이 아닌 모두가 동의하에, 의지를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한다. 이외의 실무는 사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훨씬 잘 한다.


앞으로의 세상에도 이런 롤은 필요할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게 하려면, 학원에 보내서만 될 일은 아니다. 실전에서 친구들과 부딪히며 기르는 감각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려면 더 많은 놀이가 필요할텐데, 어떻게 놀려야 좋을까? 벌써 방과후수업이 시작했고, 방과후수업으로 바로 가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하교 후 놀이터에서 노는 친구의 수도,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나는 내가 휴직 중에는 아이를 많이 놀리려고 방과후수업이나 학원은 최소화해서 영어, 줄넘기, 피아노가 끝이었는데…시간은 많은데 같이 놀릴 친구들이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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