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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기간에 느끼고 생각한 것들 - part 2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육아휴직 기간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숨가쁘게 살아온 나에 대해서도 곰곰이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만 생각했던 건 아니다. 집에 가만히만 있으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멍할 뿐이지만, 일단 한두달 과부하가 지속되었던 뇌와 몸을 쉬어줄 수 있었고, 충분한 쉼 이후에 운동, 여행, 다양한 경험, 사람들과의 만남 등의 자극을 통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토픽은 여자 나이 ‘40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가 주된 주제였다. 이는 예전부터 생각해왔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는 주제였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 방향성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일에 대해서

일을 할 때에는 육아를 잘 못하는 것 같고, 아이의 단점을 볼 때마다 일하는 엄마를 둬서 그런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해서 일에 대한 열정도 없고 매너리즘에 빠질 때마다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서 휴직을 해보았는데, 사실 아이만을 위한다면 엄마가 전적으로 옆에 있어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상 더 좋은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엄마가 옆에 있어주어야 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학교 가기전, 하교 후 학원 전, 학원 스케쥴 사이사이, 저녁시간 정도. 물론 이 순간 순간에도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상황마다 옆에서 엄마가 어떤 말을 해주어야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순간의 빈도는 always on은 아니며, 점점 아이가 클수록 그 시간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아이의 단점 관련해서는, 그건 그냥 내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이었다. 내 눈에는 단점이지만 남의 눈 (특히 아이 친구 엄마 눈 ㅎㅎ 엄친딸은 결국 남의 애가 더 좋아보이는 심리에서 태어난 단어인것 같다) 에는 장점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았고, 그리고 내가 일하지 않고 계속 아이와 있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도 있었지만 아닌 것도 많았다. 오히려 내가 내눈에 단점으로 보이는 그 지점 때문에 아이와 싸우고 짜증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다가 아이의 서포터로만 (좋게말하면 서포터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그냥 시녀..) 사는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해 볼수 있었다. 이번 방학에 아이와 함께 하는 해외자유여행을 처음으로 계획했는데, 일하느라 바쁜 남편과 아이를 위해 모든 계획을 짜고 실행하고 그들의 니즈에만 맞춘 여행을 하다보니 여행은 정말 좋았지만 나는 너무 exhausted 되고 화가나는 경험을 했다. “내가 너희들 시녀니? 우리 모두 같이 노력하고 기여를 해야지!”라고 짜증을 몇번이나 냈는지 모른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말로 해야하는 이놈의 직설적인 성격..ㅎㅎㅎ) 남편도 내가 집에 있으니 은근 집안일과 다른 자잘한 살면서 필요한 operational 한 일들을 내게 미루는데, 왜인지 화가 났다. 나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편하게 사니 그런 일은 내가 다 해도 상관없다는 자세를 가지긴 힘든 사람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 삶을 진취적으로 꾸려나가고 내 커리어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휴직하면서 느낀 ‘엄마가 아이 옆에 있을 때 주는 안정감’은 아이에게 꽤 큰 영향을 미쳤기에, 아이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자아와 정서를 확립할 때까지는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법적으로 아이가 2학년인 때까지, 육아휴직 이후에도 1년은 단축근무를 할 수 있고, 아이가 학교가고 학원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엄마가 필요한 시간은 주로 4시 이후였다. 해서 근무시간을 8시 시작으로 조정하고 단축근무를 2시간 쓰기로 했다. 4시 이후부터 친구들과 놀이터를 가기도 하고 숙제도 하고 다음날 학교 준비물도 챙겨야 하니, 그 때에는 옆에 있어줄 수 있는 한 있어주려고 한다. 사실 말이 단축근무지 문과 출신 사무직은 시간으로 일하는 게 아니므로 일은 그대로일 것이고 월급은 줄어들 것이다. 회사에서도 중요한 미팅이 3시 이후에 있다면 희생해야할 것이 많을 것이다. 유럽과 일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유럽은 4시부터 미팅이 많으니 그런 부분도 희생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워킹맘으로 살겠다고 다시 결심한 이상, 내 밤과 새벽 시간을 더 할애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삶의 원칙/삶의 태도에 대해서

부끄럽지만 나는 결혼과 출산 이후 약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갖고 살아왔다. 많은 부분을 남편에게 기댈 수 있어 좀 마음을 더 내려놓았던 것인지, 삶의 목표를 뚜렷하게 두고 하나하나 성취해가면서 살았던 것이 20대였다면, 30대는 대부분 파도를 타듯 삶이 살아지는 대로 살았다고 할수 있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면서 성장해 가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던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내 ‘생각’이라는 게 점점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점점 커가고 자기 생각을 갖게 되면서부터는 엄마의 생각을 물어보기도 하고 순간 순간 엄마의 삶의 가치관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때가 많았는데, 짧은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나의 반응들을 스스로 바라보면서 ‘아 나도 내 삶의 원칙을 명확하게 해두어야 겠구나’ 하고 반성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초등 1학년이니 아이가 커갈 수록 부모에게서 배우는 부분이 더 많아질 것이다. 해서 삶의 원칙들을 가지고 살자라고 생각했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라는 책에 그의 삶의 원칙이 카테고리별로 정리되어있었는데, 이 부분을 참고해서 내 원칙도 정립해 나가고자 한다.


커리어

삶에서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꽤 중요하다. 대학교 수업을 들을때 나의 5년 후 10년 후를 적어보라고 해서 적어냈을 뿐인데, 5년이 채 되기 전에 그 내용이 이루어져서 스스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10년 후 까지만 적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ㅎㅎㅎ 그 이후 10년을 살아지는 대로 살아왔으니 말이다. 누가 그랬는데, 여성 창업율 1위 age group이 40대라고 한다. 위에 적은 것처럼 아이는 좀 컸고 이제 나를 위해 살고 싶다는 여성들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기도 하고, 아이가 없더라도 40대 쯤 되면 커리어에서 변화를 꾀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이제 40대부터는 나도 새로운 삶의 목표를 가져야 할것 같고, 좀 더 글로벌한 환경에서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져보려고 한다. 이 꿈은 예전 부터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단지 아이에게 국제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어서, 아이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하며 사는 것에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위해’라고 생각하자, 신기하게도 2년 전 실제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을때 내가 망설이게 되었고 결국 오퍼를 거절했다. 그때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돌이켜 보면 진정 내가 원했다면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했을 것 같은데, 그때는 그게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것 같다. 지금은 다르다. 육아휴직을 하며 관찰해본 결과 내 아이의 성격에 다른 나라에서 적응하며 사는 것은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제 내가 성장하고 싶고,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경험은 한국의 다른 회사가 아닌 지금 회사의 다른 지점에서 하고 싶다.


일은 내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생각해보면 하루 온종일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하니 그 생각이 나의 일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마케팅 직무가 내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더 잘아야하고 그 제품이 지금 시대 상황에, 사람들의 마음에, 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해야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나의 성장을 위해 인더스트리를 바꿔볼까도 고민했었는데, 나는 지금의 산업군이 더 좋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을 때는 좀더 테크놀로지, 기술, 얼리어답터, 이런 부분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더 갔는데 지금은 집, 삶의 방식(라이프스타일), 부동산, 인테리어에 더 관심이 많고 집순이가 되었다. 다른 나라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고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내 성격에 꽤나 잘 맞는 것 같아서 가능하다면 지금 회사에서, 지금 인더스트리에서 롱런하고 싶다.


삶의 루틴에 대해서

- 운동: 휴직을 하며 운동을 많이 했다. 수영도 하고 PT도 받고, 러닝도 하고 마라톤도 나가보았다. 운동은 참 아이러니 한 것이 운동을 하면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서 몸이 너무 힘들때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이 더 안좋아진다. 운동 후 충분히 쉴 시간을 주어야 몸이 더 좋아진다. 일하며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체력이 좋은 사람들인 것 같고, 나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병이 나는 타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하나 꾸준히 지속하고 싶은데, 아침 운동이 특히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아침 6시 수영을 등록했는데 일하면서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지…한번 봐야겠다.

- 글쓰기: 삶의 원칙을 정리하는 이야기를 썼는데, 삶의 원칙을 세울 때에는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글쓰기를 통해 이룰 수 있다. 다만 미라클모닝 처럼 머리가 가장 깨어있는 시간에, 혼자서 조용히 방해받지 않고, 2시간 정도는 쓸수 있어야 한다. 매일은 힘들겠지만 먼슬리로 시도해 볼 예정이다. 먼슬리 체크업 처럼.

- 종교: 남편은 아이가 스스로 종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일주일에 한번 한시간을 휴대폰을 보지 않고 명상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성당 미사이고, 어린 시절부터 성당에서 각종 봉사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내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혼 후 10년간 살아지는 대로 살았던 것도 주 1회 억지로라도 조용히 생각하고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 1회 종교생활도 하고 명상과 기도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방향성을 세팅해보고자 한다.  

 

늘 계획은 거창한 나이다. 앞으로 위에 적은 내용 중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그래도 계획이 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남은 2023년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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