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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인분공부 Aug 13. 2020

최고의 책을 만드는 의사결정 방법 2

   

민주적 의사결정이 바람직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리더의 독단적인 결정이 흔하고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회의만 거듭한다고 좋은 결정이 도출되지는 않는다.

   

집단사고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     


『넛지』의 공저자 캐스 R. 선스타인은 『와이저』에서 폭넓은 연구 결과와 실제 행정 경험을 집대성해 집단사고의 함정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경제적 선택에서도 인간의 인지 오류가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낸 행동경제학은 여러 차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할 만큼 각광받는 학문이지만 아직 현실에는 충분히 응용되지 못하고 있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 뛰어난 개인 한 명보다 더 나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인지 오류를 집단이 더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집단의 구성원들은 직급이나 영향력 면에서 차이가 크고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이나 안건에 대한 이해관계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집단에 속한 개인들이 독자적으로 정보와 의견을 제시할 때보다 논의 과정을 거친 후 더 나쁜 결정을 내리거나 극단화하는 경향들이 나타난다.      


다수가 공유한 정보에 근거한 의견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소수의 의견보다 더 신뢰를 얻는 ‘공유지식 효과’는 비전문가가 다수 포함된 회의에서 오히려 전문가의 의견이 외면받는 이유를 알려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정보를 얘기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호감을 느낀다. 자신이 아는 것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사람을 보면 스스로가 더 유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르는 얘기를 늘어놓는 전문가에게는 의구심을 느끼기 쉽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려면 처음부터 회의 대상자를 세심하게 선별해야 하고 각자의 전문성이나 책임,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의 가중치를 달리해야 한다. 각자의 역할, 전문지식, 관점이 고르게 존중받는 프로세스에서 좋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선스타인은 악마의 변호인, 레드팀, 델파이 기법, 토너먼트, 예측시장 등 집단사고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검증되거나 연구 중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일부러 반대를 하도록 역할을 지정한 ‘악마의 변호인’은 형식적인 역할만 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다른 전문성이나 관점을 대표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레드팀’은 내부 조직과 전략의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팀을 말하는데, 미군의 훈련 시스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현재는 기업과 정부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델파이 기법은 여러 차례의 익명 설문조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방법이다. 각자에게 추정치나 투표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 후, 2번째부터는 의견 수렴을 위한 통계적 조건을 설정하여 첫번째 응답 범위의 중앙 사분위(25-75%)에 속하는 답 중에서 답을 선택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하면 각 참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몇 차례 조정해가며 마침내 모두의 의견이 일정 범위나 특정 답안으로 수렴하게 된다.    

  

토너먼트 방식은 대진표를 만들어 회차를 거듭해 이긴 팀들이 최종 승부를 겨루도록 하는 운동 경기의 방식을 회사의 주요 사업 결정에 응용하는 것이다.      


구글은 직원들이 제품의 출시 시기, 성공 가능성 등을 예측하여 투자하도록 하는 예측시장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예측에 따라 가상화폐를 투자했고, 나중에 그 화폐로 다양한 상품을 받아갈 수 있었다. 주식시장처럼 직원들의 투자와 베팅으로 예측시장 가격이 정해졌다. 실험 결과 구글 예측시장은 놀라울 만큼 정확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예측시장 투자로 돈을 벌거나 잃을 수 있었으므로, 즉 예측 자체에 각자 커다란 이해관계가 걸려 있었으므로 자신이 지닌 모든 정보를 동원하는 한편, 서로서로 정보를 캐고 탐색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최측에서는 예측시장 결과만이 아니라 예측시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시장에 대해 많은 통찰력을 얻었다고 한다.      



영세한 출판사에서 많은 준비와 비용이 드는 방법을 채택하기는 어렵다. 가장 확실하면서도 비용이 적은 방법은 호기심 강한 리더가 집요한 질문 세례로 직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반론을 끌어내고 새롭고 도전적인 관점이 환영받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각각 역할을 지정하는 방식도 높은 효과가 입증된 방식이라고 한다.      


자신이 담당한 도서의 프로젝트 팀장인 책임 편집자 역시 집요한 질문, 반론과 도전을 환영하는 열린 자세, 동료들의 전문성에 따른 역할 지정 방식의 회의를 통해 집단사고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동료들이 별로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회의를 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하고 따로따로 의견을 받는 게 더 낫다.     


창의성과 효율성을 위한 확산과 수렴 전략     


창의성과 효율성은 둘 다 중요하다. 선스타인은 ‘식별’과 ‘선택’ 프로세스를 강조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최대한 모으는 ‘식별’ 과정과 그중 가장 나은 것을 고르는 ‘선택’ 과정이 뒤섞이면 비효율적인 회의가 끝없이 이어지며 결정은 못 내리는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아이디어 수집 단계와는 달리 의견들을 수렴해서 결정을 내릴 때에는 가차 없는 비판적 사고를 발휘하여 가능성이 적은 아이디어들을 쳐내야 한다. 편집자가 이런 과정을 거쳐 최선의 방안을 관리자와 경영자에게 제시한다면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탁월함을 추구하는 학습 조직


중요한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최상의 작품, 탁월함을 추구할 때 우리는 인간적인 약점들과 편협한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매일 매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성장형 마인드셋’이 개방적인 태도를 가능케 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캐롤 드웩 교수는 『마인드셋』에서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고정형 마인드셋’과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는 ‘성장형 마인드셋’의 차이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점을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제시한다.

      

내가 날마다 더 나아진다고 생각하면 오늘 내 의견이 틀렸다고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다. 타인들도 날마다 성장하는 존재이니 내가 뼈아픈 조언을 한다 해도 그들의 성장을 돕는 일이다. 반면에 고정형 마인드셋을 갖고 있다면 나는 절대로 틀리면 안 된다. 타인에게도 그런 말을 하는 건 치명적인 공격이 된다. 나와 상대방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을 때 우리는 누가 맞는지 집착하는 대신 ‘최상의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애플과 구글에서 여러 조직을 운영했던 기업가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역시 훌륭한 팀을 위해서는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지금보다 훨씬 더 향상될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한 사람들이 철저한 솔직함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피드백을 하고 서로에게서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배우는 회사라면, 그런 활력 넘치는 지적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 자체가 직원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보상이 되므로 끊임없이 인재를 끌어들이는 회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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