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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인분공부 Apr 18. 2022

끝까지 해내는 아이의 50가지 습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밝혀낸 성취와 행복의 비밀

이 책은 내가 과소평가한 책이다. 처음 검토할 때도 물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서 계약했지만, 여러 번 교정교열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책임을 깨닫게 되었다. 작업용 도서로 받은 책이 7쇄였는데, 일본도 <중쇄를 찍자>라는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출판시장이 좋지 않은데 출간한 지 몇 달 만에 참 많이 팔렸다고 생각했었다. 일본도서는 웹에서 자료를 찾기 힘들고 리뷰도 적은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아마존재팬에 리뷰도 많고 극찬도 많았다. 어떤 독자는 자신이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도 수십, 수백 가지 다른 책들보다 이 책 한 권이 더 도움이 됐다고 해서 좀 오버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편집을 마무리할 시점에는 나 역시 그런 평에 동감했다.      


일본도서 중에는 독창성이 없는 짜깁기 책이 많다. 내용을 의심하고 검증하는 편집자의 직업병을 버리지 못하고 책에 나온 개념들, 교육이론, 심리학 이론들을 하나하나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그 결과 이 책의 저자가 교육학과 심리학, 아동 발달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체화해서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쉽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아이디어 자체는 독창적이지 않지만, 입증된 학문적 연구 결과를 실제로 적용해본 경험을 통해 실천지침으로 정립한 방법적 측면에서 독창적인 가치가 있다.

     

원래 이 책은 ‘쉽게 포기하는 아이’와 ‘끝까지 하는 아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하는 형태의 책이었다. 제목과 표지 콘셉트도 두 유형의 아이를 대비시키는 스타일이다. 이 부분은 책을 편집하면서 저작권사의 동의를 구해(일서는 출간 전 저작권사로부터 표지문안 전체를 컨펌받아야 한다) 내용상으로는 대비가 되더라도 겉으로는 ‘끝까지 해내는 아이’만 부각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어린아이를 ‘쉽게 포기하는 아이’로 단정 짓는 방식이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 아이로 키우려면?   

  

내가 이 책에 꽂힌 이유는 ‘끝까지 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오늘날의 부모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여겨서였다. 내가 얘기해본 부모 중 자녀에게 의사가 되라고 강요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SKY 캐슬>에 나오는 것처럼 자녀를 경쟁사회의 최고 승자로 만들고자 한없이 몰아붙이는 부모도 많겠지만, 안 그런 부모도 많다.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라고, 그 일에서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는 정도의 수입을 얻으면 다행으로 여기는 부모도 많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나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장래 계획 없이 막연히 취업 준비만 하는 자녀를 염려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뭐라도 좋으니 자식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기만 해도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지금의 오륙십 대가 한창 자녀를 키울 때는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렇게 많은 투자를 했지만, 자녀가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바로 돌아오거나 귀국한 후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주변에서 종종 보았다. 내가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회사들에 재직했을 때는 대기업 연구원이나 교수, 의사 같은 사람들이 인맥을 통해 취업 청탁을 하는 것을 보았다. 실제로 그렇게 취업한 직원들이 있었다. 출판사가 아무리 커봐야 중소기업인데 인맥을 통해서라도 자녀를 입사시키는 걸 보며, 유복한 환경에서 많은 지원을 받으며 자란 젊은이들도 스스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인생에서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뭔지 분명하게 아는 아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아이, 그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혀도 오히려 성장할 기회로 받아들이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야말로 모든 부모의 꿈일 것이다.   

   

성취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삶의 기술     


저자는 이러한 전반적인 삶의 기술을 ‘끝까지 해내는 능력’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는 인간의 비인지능력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대 제임스 헤크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비인지능력을 계발하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수십 년 후 학업 성취, 평균 소득, 사회성 면에서 크게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의 연구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교육개혁의 핵심인 빈곤층 자녀를 위한 ‘0∼5세 계획(Zero-to-Five Plan)’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고 한다. 비인지능력은 모든 연령대에서 계발할 수 있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크다. 

     

사실 이건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자녀교육서 중 인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다 비인지능력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저자의 자녀교육 베스트셀러 중에도 유아기에 비인지능력을 키우는 내용이 핵심인 책이 있다. 

     

그럼 『끝까지 해내는 아이의 50가지 습관』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대개 비인지능력을 다루는 책들은 자존감, 자제력이나 몰입, 창의성, 근성(그릿) 같은 특정 자질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책은 비인지능력 계발법을 전반적, 체계적으로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운동상담학을 전공하며 올림픽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하는 실습을 했고, 세계 최대 비인지능력 교육기관 퍼스트티의 코치로 일했다. 퍼스트티는 골프를 통해 아이들에게 인생에서 필요한 가치들을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골프를 즐기기는 여건상 어려움이 있지만, 퍼스트티가 처음 뿌리를 내린 미국은 골프가 훨씬 더 대중적인 스포츠일 것이다.      


십여 년간 1만 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검증한 대화·행동 코칭   

  

저자는 퍼스트티의 교육철학에 따라 비인지능력을 나 자신과 연결되는 힘(Self Management), 타인과 연결되는 힘(Interpersonal), 꿈을 실현하는 힘(Goal Setting), 문제를 해결하는 힘(Resilience)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리고 저자가 설립한 교육기관에서 만여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정립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50가지 생활지침으로 제시한다. 네 종류의 비인지능력을 골고루 계발할 수 있도록 자기긍정, 생활습관, 공부습관, 목표 설정, 대인관계, 문제 대응의 6가지 생활 영역의 실천지침을 만들었다.     


이 책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면 완벽한 인간이 될 것 같다. 내용을 읽다 보면 자꾸 ‘아이보다 나한테 더 필요한 책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마존재팬의 독자 리뷰에는 특이하게도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책’, ‘자신이 없는 회사원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평들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비인지능력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삶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바뀌기는 쉽지 않지만, 늦었더라도 삶의 기술을 갈고닦는 일은 살아 있는 한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과업이다.

      

이 책의 차별성 중 하나는 초등생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아동 발달에서 결정적인 시기는 영유아기고, 그것도 생후 1년간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 아이에게는 양육자가 거의 세계의 전부이고, 유아기 후반부에 가서야 또래와 제대로 어울리게 되는데 여전히 양육자와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영유아기에 아이와 교감하고 상호작용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아동 발달을 다룬 책들을 참고해야 한다. 자녀교육 베스트셀러 중에는 만 3세, 4세, 5세 같은 연령별로 상세한 육아법을 다룬 책들도 있다. 

     

한편 영유아기에 잘 자란 아이들도 초등학생 시기에 양육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에 잘 자란 초등 고학년생은 나쁜 상황에 빠져도 웬만한 어려움은 스스로 극복해낼 힘이 있다. 초등학생 시기에는 아이가 양육자와 지내는 시간보다 외부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져 자연스럽게 독립성을 키우게 된다. 평생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가 상당 부분 결정되는 시기가 초등학생 시기다.

      

이 시기에는 양육자가 육체노동 중심의 돌봄노동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어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이의 개성이 뚜렷해지면서 장점이 무엇인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또 초등학생은 양육자 외에도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교습소 선생님들을 다양하게 접한다. 저자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방법을 중심으로 이 책을 쓴 만큼 학교나 학원 교사들이 응용하기에도 적합한 내용이다.

     

무엇보다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는 시기이므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는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인지능력을 향상시키면 인지능력(학습능력)은 향상되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인지능력이 부족하면 전문지식과 기술이 있어도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기 힘들다. 오래 살면 살수록 재능이 뛰어난 사람보다 현명한 사람, 사회성이 발달한 사람이 더 성공적으로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양육자가 되어 자기 자신을 다시 키울 수 있다 

    

이 책의 압권은 마지막 부분 「나오는 말」이다. 독자 리뷰에서도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이 여럿 있었다. 저자는 모든 사람은 많든 적든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지적하며 그건 우리 부모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자신이 양육되길 바랐던 방식대로 자기 자신을 다시 키울 수 있다.’ 나 자신의 부모가 되었다고 여기고 자신을 다시 키우며 그렇게 아이도 키우라고 권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며 고통받았다.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1등만 추구하다 쉽게 좌절하곤 했다고 하는데, 경쟁심리와 압박감에 쫓기며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도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어머니가 자기 편이었기에 (죽지 않고) 살았다고 하는 걸 보면 아마도 아버지와 갈등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버지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나오는 말」에 그가 부모의 기대에 어긋난 자식이었음을 살짝 드러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주인공처럼 아들을 엘리트로 조련하려는 차가운 아버지였을까? 저자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나 미국에 유학 가서 생소한 분야를 전공해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나오는 말」의 표현으로 유추해 보면 본가보다 처가와 더 가깝게 지내는 것 같다. 술술 읽히는 아주 쉬운 책이지만 곰곰이 씹어볼수록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이 책의 매력은 아마도 저자의 삶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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