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몸으로 배워야 오래 남는다
한 모임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챗GPT 톤으로 말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연사가 있었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말투로 책 하나를 추천했는데 바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란 책이었다.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학습법을 다루는 책으로 그 책의 서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15p. "머릿속이 꽉 차서 빈 공간이 없어요!" 기계적인 반복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면 이 말대로 금방 머릿속이 꽉 차서 더 이상 무언가를 담아둘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교화(elaboration)를 연습한다면 배울 수 있는 분량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 정교화란 생소한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여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는 과정이다. 새로 배운 내용을 사전 지식과 연결할수록 머리에 확실하게 남길 수 있을뿐더러 연관성을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배운 지식을 나중에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직장에서의 업무도 배움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다루는 일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프로젝트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도전 거리'와 맞닥뜨리다 보니 연차와 무관하게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진리를 매번 실감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맡게 된 일 역시 그렇다. 모 고객사에서 운영하는 앱의 유저 가이드를 만드는 일인데, 난생처음 마주한 업무지만 이 프로젝트가 낯설지 않은 건 앞에서 말한 정교화 과정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도 분명 생소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프로젝트 시작 전에 사전 지식이라는 기초를 쌓았고, 이를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는 정교화 과정을 밟았다.(여전히 밟고 있다.) 텍스트 베이스의 콘텐츠를 만들고 물성을 지닌 하드커버를 제작해 본 경험(기존 지식)이 UX라이팅이란 분야와 만나 펼치는 시너지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현재 당면한 프로젝트는 이전 프로젝트들에서 학습한 기술의 총체를 무기 삼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경험에서 배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한 가지 차이점은 반추하는 습관의 유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했지? 내가 무엇을 했지? 그게 어떤 효력을 발휘했지? 하는 생각을 끄집어내며 정교화(이번과 다르게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는 게 '반추'다. 유저 가이드를 만들며 난 반추를 거듭하고 있다. 경험을 통해 또 배우기 위해서다.
유저 가이드를 만들며 여러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 내용을 러프하게나마 기록으로 남긴다. 또 다른 반추를 위해서 말이다.
1. 최종 사용자 정의(완료)
- 사용자에 따라 톤, 정보의 깊이 결정 가능
2. 논리적인 구성(완료)
- 사용자가 앱과 상호작용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 할 수 있는 순서
-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일목요연한 구성과 패턴 기획
목차 구성/초안 모두 최근 고객사 컨펌을 완료했다. 호응이 좋아 꽤 보람을 느꼈다.
3. 번역&언어 표현 정도(진행 중)
- 한/영 혼용에 따른 페인 포인트 해결
- 현지화에 대한 사전 지식 필요
- UI 제스처 표현 정도
- 명확성&간결성
4. 시각 자료와 예시(진행 중)
- 스크린샷, 다이어그램, 아이콘 등
- 설명 캡션 스타일
5. 테스트 요청(진행예정)
- 사용자 피드백
* 최종 인쇄 전에 테스트 필수
6. 가이드 업데이트(진행예정)
- 월간/연간 단위
*글로벌 기업이라 월/연 단위 업데이트 소요가 많다.
또 뭐가 있을까? 좀 더 보완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