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의 시작
옅은 바람이 불고 살짝 부슬비도 내렸다가 낮에는 해가 쨍하니 올랐다. 초록 잔디 위로 낙엽이 쌓이는 것을 보면서 그는 낙엽을 치울 생각이 먼저 드는 모양이지만은 나는 그 모습 그대로에 시선을 멈춘 채 기꺼이 이 계절을 만끽하려 애를 쓴다. 올해만큼 가을이 진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던가.
한국의 소중한 인연들은 아직 바뀐 만나이가 적응이 안되는 모양이지만은 미국생활 십일년이 넘은 나는 익숙하고 뻔뻔해져 오늘 이렇게 당당하게 내나이 서른아홉을 맞이한다. 오늘부로 꼭 채운 삼십구년을 산 나, 자랑스럽고 기특하고 감사해.
남은 일년은 공식적으로 나이 앞자리가 바뀌기 전의 마지막 해가 되는 것. 건강해지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공부하고 싶은 것들을 탐색하고, 시도하는 것에 어깨를 필 것이며, 다정한 존재가 될테야.
나의 책 <나와마음이닮은그대에게>에서 [생일]에 관한 글을 썼었다. 생일이 지나온 일년에 대한 칭찬과 축하라는 것을 깨달은 날에 썼던 글. 내가 과거에 담았던 마음을 지금의 내가 다시 한 번 읽어보며 앞으로의 나를 다짐한다. 꽤 흥미로운 일이지.
아이들의 사랑이 담긴 글씨가, 말이, 글은 역시도 내게 가장 깊은 각인이다. 너희들의 엄마로서 살아갈 수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잔잔한 행복을 느끼며
새로운 나이를, 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