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이야기 2. 어쩌다 이케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이야기
오퍼를 받은 이후로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다.
항상 그렇듯, 뽑는 사람은 급하고 일하게 될사람은 고민할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현실적인 고민들이 시작 되었다.
1. 내가 받는 연봉으로 네 가족이 당분간 살 수 있을것인가?
이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는데, 아무래도 아이들과 해외로 이사를 가게 되면 부부 중 한명은 잠시 일을 쉬고 현지 적응을 위한 서포트를 해야 하는것이 현실인것 같다. 남편이 일을 쉬고 서포트를 하는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였으나, 그 말은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이고, 특히나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에서 내가 받을 연봉의 세금을 제외한 돈으로 우리가 살 수 있을지가 큰 고민거리였다. 주변에 유럽으로 이주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은 다 비슷한 고민을 한다. 아주 상세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소비가 컸던 아이들 유치원비 (영어 유치원 두명), 그리고 그 외의 학원들 비용들을 생각했을 때, 아이들에게 들어갈 비용을 알아보는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았다. 우리가 가게될수 있을 국제학교들에 연락을 해보고 웹사이트를 보면서 학비를 알아보았는데, 놀랍게도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제학교는 무료, 사립 국제학교는 부모의 벌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월 20-30 만원의 학비가 들었다. 그 외 과외 비용은 알아보기 어려웠으나, 듣기로는 한국처럼 학원이 잘 되어있지 않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몇가지의 학원을 다니는 정도라고 했다. 학비 방면에서는 큰 부담이 없을것으로 예상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 둘째 아이의 언어지연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것인가?
둘째 아이는 세돌이 되었는데도 할 줄 아는 말이 엄마, 아빠 밖에 없었다. 병원도 다니고 센터도 다니면서 열심히 언어 발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것이 우리의 큰 일부분이였는데,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스웨덴어를 하는 나라에 가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을 땐, "괜찮을거예요, 잘할거예요"라는 의외의 답변을 받았고, 언어 선생님들은 "처음엔 헷갈릴 수 있으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를 습득한다" 라는 답변을 받았다. 오히려 가족들 중 걱정을 많이하는 분들이 계셨고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의견이였다. 하지만 가장 걱정을 많이 한건 아마도 나와 남편일 것이다. 아이가 영영 언어를 못배우면 어떻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는 스웨덴에 오고 언어가 트여서 지금은 말이 아주 많이 늘은 상태이다. 아직도 이중 언어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은 있지만, 서서히 해쳐 나가는 것으로...
3. 여행으로도 가보지 않은 스웨덴이라는 나라, 살만한 곳일까?
어떤 사람들은 복지천국이다, 라떼파파 등의 다양한 환상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왠지 사람들이 차거울것 같은 (날씨도 물론), 그리고 복지천국=세금폭탄 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무엇보다 스웨덴에서 몇년간 살게 된다면 그 후에,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다른나라로 갔을 때 연금이나 저축이 얼마나 가능 할지도 궁금했다. 물론 여기서 평생 사는 사람의 경우 노후가 보장 되어있다고 하지만, 우리의 경우 그럴 확률은 아주 낮기 때문에 그건 배제 하고, 다른 장단점을 찾아봐야 했다. 그래서 지인들을 통해서 이미 이케아 스웨덴에서 일하고 있는 가족들을 소개 받았다. 그리고 비디오콜, 카톡을 통해서 현지에서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 받았다. 장점과 단점이 확실히 뚜렷한 나라인것은 확실했다.
4. 우리는 왜 스웨덴에 가고 싶었는가?
솔직히 꼭 스웨덴이 아니여도 되었던것 같다. 우리는 결혼 한 해 부터 해외에 나가서 살면서 일 하는것을 목표로 삼아왔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특히 팬데믹을 겪으면서 서울의 삶이 너무 갑갑함을 느꼈다. 주중엔 하루종일 일을 하고, 주말엔 자연을 찾아서 체험과 여행을 떠나는 삶, 나는 그저 왜 자연과 가깝게 살면서 일상에서 그런 여유를 찾을 수 없을까 하는것이 항상 고민이였고, 그래서 양평 같은 곳에 주말 별장을 가지는것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매 주말 막히는 고속도로를 통해 가야 한다는것도 장벽이였고, 그래서 가끔 여행을 가거나 체험등을 하러 떠나면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내야만 했고, 말 그대로 일시적이고 체험에 그쳤다. 우리는 그저 자연과 가까이 살면서 깨끗한 공기를 마실수 있고 일상에서 자연을 느낄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이 여유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런 희망을 이야기 하면, 스웨덴에 이미 계시던 분들은 "그런 목표라면 아마도 괜찮을거다"라고 알려주었다. 우리가 막연한 복지 천국이나, 환상적인 교육 시스템이나 하는것을 기대한다면 말릴려고 하려던 분들이 많았다. 스웨덴의 복지나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하기로..
5. 될 일은 된다
이 모든것을 고려했을때, 보수적으로 생각한다면 하던대로, 있던대로 서울에서 맞벌이 하며, 이모님과 함께 아이들은 양육하고, 주말에는 좋은 호텔이나 체험을 다니며 사는것이 불확실성을 뚫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나은 선택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든일은 너무 쉽게 진행 되었다. 예를들어 둘째아이의 언어지연 때문에 고민이 되어 바로 스웨덴에 가는것은 어려울것 같다고 하자, 이케아에서는 나에게 무려 8개월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그래서 오퍼는 5월에 받고, 일 시작은 다음해 1월에 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의 직장은 워낙 리모트로 일 하는것이 기본이고, 직원들이 전세계 나라에 흩어져 있다. 물론 한국에서 일하는것이 편하겠지만, 남편 직장에서도 휴직을 하고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첫째아이는 다음해 3월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나이였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 엄마의 퇴사라는 공식이 있는데, 그만큼 엄마가 같이 있어줘야 한다는 뜻인것이다. 나로선 상대적으로 업무시간이 적고, 휴가가 많은 스웨덴에서 일하는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기회였다. 무엇인가 인연이면 모든일이 순조롭게 진행 된다는것이 아마도 이 상황에 맞는 말 같다. 예전에 아무리 해외에 나가보려고 발버둥 칠때는 일이 잘 안되더니, 일이 되려고 하니 모든것이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8개월이라는 시간의 준비를 하며 천천히 스웨덴으로 이사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