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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웅 Apr 14. 2023

<존 윅> 시리즈에 대한 단상

새로운(Fresh)영화였지만 결국 몰개성이 된 영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영화리뷰보다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리뷰이므로 저와 생각이 매우 다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것(new)보단 새로운(fresh)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점에서 <존 윅>의 첫 번째 시리즈는 굉장히 새로운 영화였죠.


킬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에게는 킬러의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도 매력적으로 구성하고 표현한 작품은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시리즈이긴 하지만 <존 윅: 리로드>의 일명 소믈리에 씬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그만큼 저에게는 새로운 영화였기 때문에 <존 윅> 과 그 두 번째 시리즈까지는 높이 평가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저 또한 '에고이스트'인 관계로 스턴트맨 출신 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비드 리치가 액션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전문성으로 고집스럽게 만들어 낸 영화라는 점을 높이 생각했습니다. 또 판타지와 현실성이 공존하는 액션, 즉 주짓수와 권총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과 '모잠비크 드릴'과 같은 방식의 조화가 만들어낸 액션씬은 이 영화에 예술성 또한 불어넣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존 윅> 두 번째 시리즈의 마지막에서 존 윅이 살인이 금지된 컨티넨탈호텔에서 산티노를 죽였을 땐 통쾌하다기보다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대체 이 시리즈를 어떻게 끝내려고 그러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죠. 이 때는 감독이 다 다음 생각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온 <존 윅>의 세 번째 시리즈는 제게 실망만 가득 안겨주게 됩니다. 흔히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언급하는 '지나친 왜색' 때문이 아닙니다.(일본문화에 대한 애정을 가진 서양인들의 그러한 동양판타지는 이제는 그냥 존중해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제가 실망한 이유는 두 번째 시리즈에서 감독이 아무런 생각없이 그러한 결말을 내었다는게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그저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어떻게 끝낼지 몰랐던 <존 윅> 두 번째 시리즈의 결말을 지워버리려는 선택을 합니다. 이는 ‘고육지책(苦肉之策)’도 아니고 '궁여지책(窮餘之策)'이었다고 봅니다.


진실은 감독만이 알겠지만 <존 윅>을 처음 만들 당시에는 세 번째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세계관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물론 시리즈가 이어질 수록 세계관의 설정이 새로 추가되거나 보완되는 것은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감독 스스로 두 번째 시리즈에서 본인도 감당하지 못 할 결말을 내놓았고 결국 그 답으로 내놓은 것이 '최고 회의'라는 거대조직을 전면으로 드러내면서 그 사이 누군가 자기를 쫓든 간에 모두 죽이겠다고 한 존 윅의 결심(이자 어쩌면 다음 시리즈에 대한 감독의 결심)을 슬그머니 빼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존 윅이 다시금 기회를 얻어 킬러들을 마구 죽이는 내용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가 볼 땐 얄팍한) 세팅을 다시 하였죠. 그리고 이 방식은 이번에 개봉한 <존 윅>의 네 번째 시리즈에서도 그대로 재활용됩니다. 최고 회의에 의해 거의 죽음 앞까지 가까이 갔던 '바워리 킹'과 '존 윅'은  세 번째 시리즈에서 '분노'로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을 결심하지만 이 역시 어느 순간엔가 방향이 바뀌게 되죠. 그리고 또 등장한 새로운 설정이 과거에 존재했던 '최고 회의'의 '1:1 결투 룰'입니다. 영화에서의 설정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것이라면 그 설정이 등장했을 때 납득할만한 이유나 혹은 그럴 수 있어라는 느낌이라도 주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 설정이 그저 다음 이야기, 정확히 말하면 존 윅이 킬러들이나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환경만들기를 위해 급조한 설정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장르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는 파리 시내에서의 총격씬에서도 저렇게 킬러들이 총을 쏘고 그러는데 그 어떤 경찰도 등장하지 않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구요(아무리 킬러들의 세계가 존재하고 이를 인정하는 세계관이지만 이 정도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공권력이 그 어디에서도 적용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스케일을 크게 할 것이라면 공권력도 어떤 역할을 수행했어야 하지 않을까... 음... 또 말도 안되는 방탄수트는 그냥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분명 이 영화가 성취하고 있는 것은 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를 필두로 한 배우들과 스턴트맨들, 또 이를 촬영하는 감독과 스태프들이 추구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서도 만들어낸 모든 액션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술적 표현방식입니다. 이것만은 분명하죠. 하지만 이를 위한 세팅에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서사구조를 가진 영화에서 요구되는 캐릭터성, 서사성, 개연성 등이 너무 배제된 것은 아닌가 할 정도에요.  그러다보니 저에게는 <존 윅>이 강점이라 생각했던 '새로움'(fresh)은 사라지고 "오로지 액션만을 보기 위한 거라면 어른들이 '성인영화'를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의문이 남게 된 그런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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