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책을 읽고서
서비스기획자를 목표로 취준생활을 하던 시절에 생각했던 기획자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때와 지금 생각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UX를 분석하고 불편한 경험을 제품으로 개선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고, 상세한 정책과 엣지 케이스를 모두 꼼꼼히 작성하는 것만이 프로덕트 매니저의 주요 역량은 아니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 핵심 역량들을 그 당시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기 어려웠다.
요즘에는 다행으로 프로덕트 매니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관련된 책들도 여러 개가 출간되고 있어서 조금은 답답한 부분을 해소한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이번에 소개할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에 대한 오해와 정의, 프로덕트 개발 전반의 프로세스, 주요 역할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PM/PO 업무를 처음 시작하거나 PM/PO로 취업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PM이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이미 PM/PO 업무를 하는 분들에게는 다른 PM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를 읽으면서 인상 깊은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PM은 프로덕트 개발 사이클 맨 처음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방법론의 권위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프로덕트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문제 정의'이다. 문제를 정의한다는 말은 언뜻 보면 쉽지만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실무에선 생각보다 어렵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실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짜 문제가 아닌 것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구현하는 데 있다. 진짜 문제인지를 알기 위해선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만큼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욕구는 일상에서 어느 지점에서 전환하는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고객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인터뷰에서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최소 제품으로 검증해 보면서 맞춰나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PM은 전체적인 프로덕트 '디스커버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 올바른 문제에 집중하고 가장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 72p
제품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방법론을 실무에 적용해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은 혼자 공감해 봐야 다른 팀원들과 함께 적용하지 않고선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각 방법론에는 해당 방법론을 만든 사람의 환경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이 아니라면 오히려 역효과가 벌어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PM - 디자이너 - 개발자로 이뤄진 목적 조직 형태는 스쿼드 내 개인들이 스스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을 때 잘 돌아간다. 만약 시니어의 도움이 필요한 신입/주니어가 많은 조직이거나 특정 직무의 인원이 적어 여러 스쿼드의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 직무별로 구분된 기능 조직 형태가 좋을 수 있다. 이 책에선 방법론가 가진 권위에 너무 맹신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방법론을 접할 때 이 방법론이 잘 작동하기 위한 전제는 무엇인지 고려하면서, 우리 조직에는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조직에 알맞은 방법을 만들어나가는 게 좋다.
효율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려면 해당 도구가 내 몸에 익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상황에 맞도록 도구 자체를 변경하고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히 생긴다. (중략) 권위를 존중하되 권위가 제품과 고객에 대한 방향성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 82p
프로덕트 매니저를 2년 동안 경험하면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젝트 당시에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들도 지나고 나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면서 이런 것들을 고려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프로덕트를 보는 시야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이라 나름의 위안을 가져본다.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이전보다 얼마나 더 잘 이해하고 있는지 되새겨 보게 되는 데, 이번 책 또한 한 번 더 체크해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
* 이 글은 출판사부터 책을 무상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