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내린 Jul 10. 2023

잘못된 제품을 빨리 출시하려고 하지 마세요!

with 린스타트업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스타트업에서 느리게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상하게 볼 것이다. 애자일, MVP, J 커브 등의 용어들이 난무하고, 한 달의 수십 번의 업데이트를 하는 것을 업계의 자랑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쉽게 잊고 마는 사실이 있다.


바로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기에 앞서 '좋은 가설'인지를 검증하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제품을 빨리 출시해서 사용자에게 검증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초기 스타트업의 대표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아직 어떤 아이템이 시장에 잘 먹힐지 모르는 상태다. '요즘 Gen AI가 많이 핫하던데, AI기술을 활용해서 차별화하는 거야' 하고, ChatGPT를 활용해 흥미로운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을 출시하고 나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광고를 돌려보았다. 클릭률이 저조하다. 이런, 다른 걸 만들어보자. (반복) 이런저런 시도 끝에 제품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품의 PMF를 찾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물론 무한한 시간과 자원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다. 모든 사람이 고정된 수익 없이 제품 개발에 몰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애자일 방법론은 태생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왔기 때문에, 제품 개발 단계에만 집중할 뿐,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검증은 빠져 있다. 이 때문에 다수 스타트업에서 검증할 가치가 있는 가설인지를 고민하지 않은 채, MVP라는 명목하에 고객에게 외면받는 제품을 만드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한 때 필자도 빨리 만들어서 반응을 보고 고치는 방식이 최선이라 생각한 때도 있었으나, 아직 PMF를 찾는 단계의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방식이 오히려 PMF를 찾는데 더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던 예전과 다르게 요즘에는 웬만한 것은 모바일로 구현되어 있다. 이미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편리해서 굳이 다른 제품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기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서비스로는 고객을 사로잡기 어려운 세상이다. 제품을 최소한의 기능만으로 개발해서 PMF를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이제는 '이걸 우리가 개발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포함되어야 한다.


애시 모리아의 '린 스타트업'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곧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비즈니스 모델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1) 욕구 충족 가능성(고객이 원하는가?), 2) 실행 가능성(수익화할 수 있는가?), 3) 실현 가능성(구축할 수 있는가?) 세 가지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가설이란 세 가지 테스트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중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실패로 이끌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가정을 먼저 테스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Gen AI를 사업 아이템으로 했던 스타트업 대표의 예로 돌아가자. 중요한 건 ChatGPT를 활용했냐가 아니라, 기존 솔루션이 해결하지 못한 고객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Gen AI가 훨씬 더 잘 풀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를 비용을 들면서까지 해결하고 싶은 고객은 얼마나 되는가. 이를 검증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MVP 개발이 아니라, 캠페인을 제안하는 것이다. 고객이 구매하는 것은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이 아니라 무언가 나아진다는 약속이다.


린 스타트업에서 제안하는 캠페인은 7가지이다.

1) 스모크 테스트: 예고 페이지를 만들어 이메일 주소 수집

2) 랜딩 페이지: 제안 페이지를 만들어 특정 행동 유도

3) 웨비나: 서비스 설명 웨비나

4) 선주문

5) 크라우드 펀딩

6) 직접 판매: 잠재 고객-데모-판매 성사 과정을 이용해 판매 유도

7) 마피아 제안: 고객 인터뷰를 통해 문제 파악, 솔루션 설계 후 고객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 구성


특히 저자가 추천하는 캠페인은 '마피아 제안'인데, 고객 한 명 한 명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적은 대신 고객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이다. 기존 대안을 최근 구입하거나 사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기존 대안을 선택하게 만든 계기를 알아내는 것이 인터뷰의 핵심이다. 고객이 능동적으로 솔루션을 찾는 사건에서 당신의 제품을 제안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를 확신하기 위해선 다음 두 가지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기존 대안에서 전환을 유발할 정도로 큰 문제를 발견했는가

2. 기존 대안에 충분한 시간, 돈, 노력이 쓰이고 있는가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했다면 이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MVP를 만들 차례다.


이번 글에선 속도에 집중한 제품 개발이 가진 함정을 다루었다. 직감으로 이런 문제가 있을 거야 하고 가설을 세우고 제품을 만들고, 반응이 없으면 무너뜨리고 다시 새로운 가설을 세워 개발하는 이런 방식은 우연한 행운으로 성공할 수 있으나, 반복적인 성과를 내긴 어렵다. 마치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과녁을 향해 화살을 무작정 쏘는 것과 같다. 화살을 만드는 시간에 과녁이 있을 법한 자리를 탐색하고 그 위치를 겨냥에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