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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기타와 그리고 이웃들

기타로 연결된 사람들

by 꽃비내린

올해 2월부터 기타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터라 틀릴까 걱정 없이 맘 편히 해볼 수 있어 편안했다. 물론 뜻대로 잡히지 않는 코드에 울화통이 터지기도 했지만. (웃음) 처음 1, 2개월은 수업이 없는 날도 학원에 나와 연습을 했다. 당시엔 기타를 따로 구비하진 않아서 학원이 아니면 기타를 연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3개월이 되는 날 마침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위한 선물로 기타를 사자. 이왕이면 좋은 기타를 오래오래 쓰고 싶어 여러 브랜드를 꼼꼼히 찾아보고 비교했다. 그중 눈에 들어온 건 '야마하'. 국내에선 초심자용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습기에도 휘어짐 없이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만의 기타가 생기면서 학원에서 벗어나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매일 보는 기타지만 손에 쥐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설렌다.

기타를 메고 다니면서 신기한 일들이 생겨났다. 여느 때처럼 집 근처 산책길에서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유모차를 끌고 걸어가더니 잠시 멈추고 말을 걸었다. "기타 연습하는 거야?" 당시엔 더듬더듬 치는 수준이라 괜히 민망해서 네 하고 얼버무렸다. 그 뒤로 또 할아버지를 마주쳤는데 열심히 한다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한 번은 이런 날도 있었다. 한 곡을 완주하고 잠시 텀이 생겼을 때 갑자기 중년의 여성이 벤치 옆 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다. 낯선 사람이 가까이 와서 친근하게 다가오니 처음엔 사이비인가 하고 경계했다. 그도 내 경계 어린 눈빛을 읽었는지 자기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며 해명했다. 그는 5년 정도 기타를 쳤다며 이 동네에 기타를 치는 사람이 잘 없어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기타 연주를 촬영한 영상도 보여줬다. 일본의 유명한 곡이라던가, '괜찮으면 전화번호 줄래요?' 모임에 같이 참여하길 원하는 눈치였지만 어렵다는 말로 거절했다. 나로선 친해지기 전까진 모르는 이에게 연락처를 알려주기가 조심스러웠달까.

그 외에도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벚꽃엔딩 곡을 강강강강으로 치다가 개를 산책하던 남성에게 갑분 기타 레슨을 받는 상황이라던가, 기타 가방을 메고 편의점에 들렀는데 계산하는 직원이 본인도 기타를 오래 쳤다며 학생이냐 동아리냐 물어보는 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쳤다.

참 신기했다. 기타가 없었다면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기타를 친다는 이유로 다가와주었다. 취미로 시작했던 기타는 어느새 바쁜 현실에서 단절되었던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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