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아오는 티켓 없이 네팔로 떠났다

by 코모레비요이

1. 돌아오는 티켓 없이 네팔로 떠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 없이 네팔로 떠났다


그때의 나는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냥 더는 같은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었다. 뭘 해야 하는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몸이 먼저 이상해졌다.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살도 많이 빠졌다. 나는 점점 얇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시간은 오래전에도 있었다.


2016년쯤 휴학을 하고 제주도에 간 적이 있다. 바닷가 마을에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하루를 채웠다. 침대를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바다는 늘 가까이 있었는데 마음은 그대로였다.



졸업 후, 막막한 마음에 알바몬 이력서를 열어봤다. 어느새 알바 경력이 10년이 넘었다. 카페, 음식점, 학원, 박물관 등등. 대학교를 다니면서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것도 내 삶 같지 않았다. 그저 계속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움직였는데, 계속 움직여도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떠났다. 몰래 글을 하나 써두고 배낭을 메고 비행기에 올랐다. 돌아오는 티켓은 사지 않았다. 무섭다기보다는 그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네팔에 도착했다고 모든 게 갑자기 뿅- 좋아진 건 아니었다. 다만 그곳에서는 하루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산을 걷고, 숨이 차고, 몸이 힘들면 생각이 잠시 멈추기도 했다. 올라가는 내내 장기하와 얼굴들의 '등산은 왜 할까'를 들었다.


그때 나는 목적지보다도, 목적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때에도 '어딘가로 가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었고, 그 마음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어딘가로 가고 있다. 그때는 분명 길을 찾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또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번엔 이 마음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다음 글에는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지나 방콕으로 갔던 이야기,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우연히 마사지 스쿨을 발견했던 순간을 적어보려고 한다.




* 이 시리즈에 함께 올리는 사진들은 모두 여행하면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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