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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가치는 여전한가

2028 대입 변화의 영향

by 동고비


영재학교는 현재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 광주과고, 한국과학영재학교,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영재학교 8군데가 있어요.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어차피 영재학교 떨어진 애들이 과학고에 가니까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제가 수년간 지켜본 결과에 의하면 영재학교에는 진짜 영재가 진학해요. 요새는 그냥 영재도 아니고 공부를 많이 한 영재가 가더라고요. 늦어도 중학교 2학년부터는 영과고 대비 전문 학원에서 텐투텐 정도는 해야 진학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면 영재학교는 대체 대학 갈 때 뭐가 좋으냐. 영재학교는 생기부 자체가 다르게 생겼어요. 생기부 내는 순간 영재학교예요. 성적도 대학처럼 나오거든요. 4.2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대학에서 영재학교 나왔으니 입학에 특혜를 주느냐. 그럴 리가요.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과세특)이 얼마나 특별하겠어요. 성적과 특별한 과세특에 따라 어느 대학을 갈지 결정되겠죠. 서울대, 카이스트, 유니스트, 디지스트, 지스트, 포항공대 등에 주로 진학하고요. 배우고 공부한 게 있으니 과세특뿐 아니라 면접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보일 수밖에요.


그러니 대학교를 생각하면 입학만 할 수 있으면 당연히 보내는 거예요. 우리 아들 딸이 영재라면 도전해 볼 가치가 있죠. 그런데 보내기만 하면 오케이는 아니에요. 가서 견디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요. 영재들 중에도 순위가 있거든요. 시험 문제는 너무 어려운데 다 맞는 애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 학교는 공부도 공부지만 정말 멘탈이 튼튼한 애들이 견뎌낼 수 있어요. 영재학교 졸업생한테 들은 슬픈 이야긴데요. 거기도 나쁜 xx가 있어요. 보통 중학교에서는 누가 봐도 나쁜 놈은 공부도 못해야 정상이잖아요. 근데 이 나쁜 놈은 나보다 공부를 훨씬 잘한다는 거예요. 흑흑.


그래서 저는 영재학교에 갈만한 영재는 가는 게 맞다고 보는데요. 가서 성적이 안 나올 경우 우리 아이의 멘탈이 괜찮을지, 기숙사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고려해 보시라고 해요. 나의 경쟁자와 한방에서 동고동락하는 기분일지, 아니면 나와 말이 통하는 친구와 매일매일 수학여행 온 기분으로 살 수 있을지는 아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거예요. 이건 영재학교뿐 아니라 기숙사 있는 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에게는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예요.


요약 : 영재학교는 달라진 대입전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전에도 좋았고 현재도 좋고 앞으로도 좋을 것이다. 단, 의대 갈려면 가지 말자.


다음은 과학고인데요. 과학고는 영재학교와는 정말 달라요. 생기부가 다른 학교랑 똑같이 생겼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고등학교고 영재학교는 고등학교가 아니니까. 다른 게 있다면 특목고니까 교육과정이 특별하죠. 과학과 수학을 어마어마하게 배운다는 점이 특별하겠네요. 일반고나 자사고도 과학고만큼 수학과 과학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만들기는 어려워요. 그러니까 여기도 생기부를 보면 알긴 알아요. 과학고구나. 근데 여기는 일반고처럼 내신 등급이 나오니까 내신에서는 영재학교처럼 특혜를 받을 수는 없지만 특별한 과세특과 면접 능력은 일반고생과 같을 수 없어요.


영재학교나 과학고나 남의 이야기라고 많이 생각하실 텐데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지금 경기도에서 과학고를 네 개나 더 개교할 계획이에요. 먼 일이 아니에요. 2027년에 개교하는 학교가 두 개, 2030년에 개교하는 학교가 두 개예요.


그럼 너무 경기도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2027년에는 영재학교가 두 개 더 개교해요. 광주에 하나, 충북에 하나. 그리고 지금 세 개의 영재학교가 추가로 대기하고 있어요. 그럼 경기도에 있는 초등학생(4학년)은 지원가능한 영재학교가 다섯 개 늘어나고 과학고는 네 개가 늘어나는 셈인데요. 이 정도 되면 영재가 아니라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여기까지 보셨는데도 남의 일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과학고와 영재학교 정원이 늘어나면 서울 주요대 공대 쿼터가 그 학생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이제 좀 내 일로 다가오시나요. 그럼 과학고를 안 가는 학생들에게는 마냥 마이너스가 되는 일인가.


의대가 증원되었고, 상위권 대학의 공대 쿼터는 과학고나 영재학교 애들이 많이 가져갈 테니까 플러스마이너스 따지면 최상위권 자연계는 상황이 매우 다를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신중하게 생각할 부분은 있죠. 서울대 지균 쿼터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닌 인재라면 여전히 일반고를 선택할만한 메리트는 존재하니까요.



제가 이 글을 쓰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학이 뭐길래 알아야 할 게 이렇게 많고 따질 게 많고 왜 나는 글을 이렇게 많이 써야 할까. 이 글들이 더 고민을 안겨 주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제가 쓰는 글들의 포인트는 이 학교가 제일 좋다거나 선행학습을 죽어라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오히려 입시에 대해 이해하면 학원에서 지금부터 달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초조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영재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설명회에서 후배들에게 해 준 말이 있어요. 생기부 준비는 어떻게 했냐고 물었거든요. 학생이 대답합니다. 본인은 생기부 준비를 한 적이 없다고요.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을 뿐이고 생기부는 선생님들이 적어 주시는 것이라 따로 준비한 것이 없다고 했어요. 제 마음속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듯한 답변이었어요.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판단하고 그에 맞는 옷이 무엇인지 판단해 주는 거고요. 그것보다도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잘 갖추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잘 맞는 옷을 빠르게 입은 아이는 돋보일 수 있는 기회가 빠르게 찾아오겠지만 천천히 찾는다 해도 기본 소양이 잘 갖춰진 아이는 어느 순간 돋보일 기회가 찾아올 거라 믿어요. 그러니까 대학을 잘 가기 위해 과학고를 간다는 말보다는 나는 과학과 수학을 많이 배우고 싶으니까 과학고에 간다는 말이 맞아요.



요약: 과학고가 많아진다. 과학고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대학을 생각하기보다 우리 아이가 과학과 수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한 아이인지 판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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