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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가려면 실기 준비 언제부터 해야 하나요.

실기가 먼저인가, 공부가 먼저인가.

by 동고비

제가 교직에 20년 넘게 있으면서 학생들의 능력치가 올라간 영역을 두 개 고른다면 영어, 그림이에요. 수학이나 과학은 잘 모르겠고요. 국어는 떨어졌어요. 많이들 공감하실 거예요.


중3 담임을 하면서 고등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학생들과 진로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면 여학생들 중 1/3 이상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대요. 그리고 실제로 그림도 잘 그려요. 축제 준비한다고 칠판에 그림 그려 놓은 거 보면 그림 능력자들이 진짜 많아요. 매해 예고(미술)에 지원하는 애들도 한 반에 두세 명씩은 있는데요. 뭐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다들 디자이너가 되고 싶대요.


많이 질문해 주시는 내용인데요. 비실기로 진학할 수 있는 미대가 있냐 하세요. 있어요. 심지어 꽤 많이요. 우리나라 미대 3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홍익대, 국민대 위주로 입시전형을 살펴보며 비실기 전형을 살펴볼게요.


서울대 수시는 비실기고요. 서울대 정시에 실기 고사가 들어갑니다. 홍익대는 수시, 정시 모두 비실기입니다. 홍익대는 원래 비실기 학교로 유명했는데요. 미술활동보고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실기 능력을 안 본다고 하기는 애매해요. 국민대는 수시는 비실기고요. 정시에 실기가 들어갑니다. 생각보다 비실기가 많아 놀라고 계실 텐데요. 실기 100퍼센트 전형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대학교가 한예종고요. 그렇다 쳐도 상위권 대학들에 비실기 전형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외 상위권 대학들은 실기 전형이라 할지라도 수시에서는 학생부가 들어가거나 정시에서는 수능이 들어가요.


그러니 디자인과에 진학하려면 미술만큼 공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랍니다.


결국 디자인학과에 진학하는 방법은 투트랙인데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인문계 1-2등급) 나중에(고2) 실기를 시작하거나 예중 예고부터 열심히 달려서 미술을 하는 건데요. (물론 고교 졸업 후에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려 실기 전형으로 갈 수도 있어요.)


문제는 예고에 가기 위해서는 성적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저는 미술 실력은 모르지만 학원에서도 지원할 예고의 학교급을 정할 때 성적으로 나눠서 보내더라고요. 서울예고는 워낙 넘사에다 예원중 애들이 가서 지원하는 학생 자체를 못 봤고요. 반에서 3등 이내면 선화예고, 5등 이내면 계원예고를 지원했어요. 붙는 건 또 다른 문제고요.


서울대 미대에 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초등학교부터 준비해서 예원중-서울예고에 가는 거예요. 홍익대는 비실기 전형이라고는 예고 출신들을 알아보고 쏙쏙 뽑아간대요. 면접을 강화하는 것도 더 쏙 뽑아가겠다는 수작 같지 않나요. 홍익대뿐이 아니에요. 국민대도 못지않게 상위권 예고 애들을 알아보고 뽑아가는 학교고요. 그 외 예고 학생들도 이화여대에서 많이 뽑아갑니다.


그럼 예고에 진학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겠구나 생각하실 텐데 또 다른 길이 있어요. 홍익대도 국민대도 자율전공이 있어요. 홍익대 자율전공이 500명이고요. 국민대 자율전공은 300명 가까이 되거든요. 그리고 홍익대, 국민대의 최선호학과는 모두 디자인이에요. 한마디로 그냥 미대 정원이다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생기부를 비교적 많이 반영하는 서울과기대의 디자인과 내신 평균이 실기 시험을 보는데도 1점대 후반에서 2점대 초반이거든요. 그런데 국민대 공대 교과전형이 2점대 초반이니까 자율전공으로 들어가서 디자인 선택하는 게 아주 이상한 소리는 아니겠죠.


그러니까 디자인과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 생각하시면 공부를 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아이가 고등학교 때 공부보다 미술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뜻을 보인다면 예고로 진학할 수도 있죠. 그러려면 이제 중학교 때부터 입시미술을 시켜야 해요. 예고 준비하는 애들은 3학년 1학기 중반부터는 거의 학교를 안 와요. 학원에서 하루종일 미술 실기를 준비하거든요. 그러니까 학원비가 아주 많이 들겠죠.


그럼 일반고에 가서는 방법이 없는가. 일반고 중에는 미술중점학교가 있어요. 서울에는 송곡여고가 있고요. 위례한빛고, 가온고 등도 미술중점학교예요. 미술중점학교에 갈 입장이 안된다면 최소한 2학년에 미술이 개설되어 있는 학교인지는 확인해야 해요.


이제 마지막인데요. 이렇게 성적이 중요하면 왜 그렇게 미대입시 학원이 많냐는 겁니다. 실기 전형이 주가 되는 학교도 많거든요! (링크참조)

https://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338


일반고에 갔는데 내신이 막 5등급이 나와요. 인서울 할 수 없죠. 지거국 못 가죠. 그럼 엄마들이랑 애랑 고민에 빠져요. 아. 우리 애가 그림 좀 그리는데. 미술학원에 가요. 학원의 마케팅이 시작됩니다. 실기 2년 정도 하면 인서울 갈 수 있어요! 실제로 갈 수 있기도 해요. 재능과 끈기가 있다면.(학생은 성실해야 하고 엄마는 돈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일반고에서 애들이 2학년 무렵부터 없어지기 시작해요. 어디 갔냐고 물으면 미술 실기 학원 가느라 조퇴했대요. (남학생들은 마찬가지인데 체대 입시 학원에 갑니다.) 이렇게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이제 재수는 거의 필수예요. 실기는 거의 기계처럼 계속 그릴수록 유리하거든요. 그럼 학원은 일 년 내내 하루종일 학생 수업을 하니 수업료가 비싸야겠죠.


아. 어차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왜 디자인을 굳이 전공할까 싶을 수 있어요. 그런데 디자인과는 생기부나 수능에서 네 개를 다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많거든요. 진짜 열심히 하는데 수학을 못 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수학을 빼고 갈 수 있는 디자인과(인서울)를 목표로 달릴 수 있거든요!




1. 디자인 전공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다.(한예종 제외)

2. 예중과 예고를 졸업하는 것이 유리하다.

3. 실기 없이 디자인과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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