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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AI의 양면성

AI 시대,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할까?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텔아비브


이스라엘의 하늘은 흐렸고, 거리는 거대한 감시의 눈으로 덮여 있다. 감시 카메라의 붉은 불빛이 거리 곳곳에서 깜빡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응시하고 있다. 온 세상이 감시의 눈 아래에 놓인 이 풍경은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적 상상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곳은 허구가 아니다. 최첨단 감시 카메라를 자랑하는 중국 하이크비전과 이스라엘이 함께 만들어낸 감시 체계가 요르단강 서안을 감싸고 있는 현실이다.


이스라엘 전역에 설치된 54,000여 대의 중국 하이크비전 감시 카메라는 텔아비브와 같은 도심에서부터 서안의 좁은 골목길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거리 곳곳에 눈처럼 박힌 감시 카메라들은 그저 도시의 무채색 배경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스캔하고,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데이터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요르단강 서안과 특히 헤브론의 거리는 감시가 더욱 치밀하고 날카롭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리를 지나는 군인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앱을 실행한 뒤, 지나는 사람들을 무심히 찍고는 그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한다.


군인들이 손에 든 것은 블루 울프라는 시스템이다. 블루 울프는 스마트폰으로 사람의 얼굴을 찍고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연동하여 신원을 즉각적으로 파악한다. 화면에 떠오르는 색상 코드는 사람의 신분을 결정하는 열쇠이다. 초록색이면 통과, 주황색이면 심문, 빨간색이면 체포라는 간단한 코드. 그 간단한 색 하나가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하고, 일상을 나눈다. 군인들에게 블루 울프는 마치 게임처럼 손쉽게 사람을 분류하는 도구이다. “완전 페이스북이네. 사진 하나로 이 사람 정보가 다 뜬다고,” 한 군인이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에게 블루 울프는 마치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일종의 ‘페이스북’과도 같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것은 얼굴 한 번 찍히는 순간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위협이고, 통제의 울타리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거리의 군인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군인의 눈을 피하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블루 울프의 스캔이 시작된다. “기다려.” 짧게 날아온 말은 그의 동작을 단번에 멈추게 했다. 화면이 깜빡이는 사이 그는 숨을 죽이고 그들이 화면을 확인하기를 기다렸다. 그 짧은 순간, 그의 숨소리는 사라졌고 주위의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졌다. 다행히 군인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언제나 기록되고, 어디에서든 확인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화이트 울프는 또 다른 장벽이다.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정착지나 특정 구역을 통과할 때마다 정착민들이 운영하는 화이트 울프 시스템에 걸리곤 했다. 신분증을 스캔하는 순간, 그들의 얼굴은 무심하게 확인되었고, 화면에 떠오른 정보에 따라 입장 허가 여부가 결정되었다. 이 시스템은 마치 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을 통제하는 수단처럼 작동했다. 어느 날,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신분증을 내밀었다. 정착민은 화면을 확인하고는 그녀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오늘은 안 되겠네.” 그 차가운 말에 여인은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절망을 느꼈다. 그녀에게 화이트 울프는 언제나 무너질 듯한 벽이었다. 매일같이 출입이 허락될지 불확실한 그 벽 앞에서 그녀는 숨을 조이며 삶의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레드 울프는 더욱 차갑고 냉혹했다. 2022년부터 주요 체크포인트에 배치된 이 시스템은 사람의 개입조차 필요 없는 자동화된 감시와 통제의 절정을 이루었다. 레드 울프는 마치 무감정한 기계의 눈처럼, 사람들을 스캔하고 구분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체크포인트를 지나려던 순간이었다. 얼굴이 화면에 인식되자마자 경고음이 울렸고, 군인들은 그를 단숨에 붙잡았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레드 울프가 경보를 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군인들은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 청년은 항의할 틈조차 없이 끌려가야 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기계의 판단이 곧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드 울프는 감정 없이, 이유 없이, 오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배제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 순간 감시 속에 있었다. 누군가 그들의 얼굴을 스캔하고,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를 철저히 기록했다. 헤브론의 좁은 골목에서조차 감시 카메라는 그들을 무심하게 따라다녔고, 모든 발걸음은 언제든지 데이터로 전환되었다.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매번 발걸음을 조심해야 했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어디든 무언의 경계가 존재했고,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모든 것은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


거리는 침묵 속에 조여들고 있었다. 매일같이 군인들이 걸어 다니며 스마트폰을 들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얼굴을 찍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얼굴 하나가 화면에 떠오를 때마다, 그들의 모든 정보가 무의식적으로 조회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이 감시는 보호의 명분이 아니라 통제와 억압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현실에 억눌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한편으로 인권 단체들은 이 시스템을 “감시 속의 삶”이라 부르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블루 울프와 화이트 울프, 그리고 레드 울프가 만들어낸 이 거대한 감시의 그물망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자동화된 아파르트헤이트"였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를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들의 동의 없이 신원 정보가 수집되고, 그 결과 이동과 삶의 자유가 제한당하는 현실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었다.


한 인권 단체는 “이 감시는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침해하고, 그들을 하나의 데이터로 분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군인들에게는 손쉽고, 시스템에겐 편리한 통제 방식이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이 감시는 실재하는 공포였다. 어떤 행동도, 어떤 이동도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없다는 공포 속에서 그들은 매일같이 억눌림을 체감하고 있었다. 감시의 눈이 항상 따라다니는 삶은 일상적인 자유를 앗아가며 그들의 선택과 행동마저 차단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감시는 단순한 보안 조치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감시는 끊임없이 자유를 억압하고, 선택권을 제거하며, 언제나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분류되는 삶을 의미했다. 이들은 매일같이 자신들이 누군가의 시선 아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시선이 자유를 제한하는 굴레라는 사실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매 순간 데이터베이스에 그들의 존재가 기록되고, 필요에 따라 차단되고 분류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자신들이 통제의 도구로 남겨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테헤란


2024년 7월 30일, 테헤란의 하늘은 비장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이란 의회 의사당 주변은 어느 때보다 삼엄한 경계로 둘러싸여 있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흥겨운 음악과 환호성이 울려 퍼졌지만, 묘한 긴장감이 공기 속에 감돌고 있었다. 이날,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전통적인 녹색 터번을 쓰고 굳은 결심으로 의사당에 들어섰다. 이란과의 강력한 동맹을 다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힘을 결집할 의지가 그의 눈에 어려 있었다.


그러나 그날 오후, 테헤란은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함께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의사당 바깥에서 예상치 못한 폭발이 일어나자 공포에 사로잡힌 군중은 비명을 질렀고,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폭발의 중심에는 하니예가 쓰러져 있었고, 피가 그의 발밑으로 흘러나왔다. 이란과 하마스는 이 사건을 즉각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암살과 동시에 중동의 긴장은 다시 한 번 타올랐다.


다음 날,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의 배후를 분석하며 하니예가 사망한 이유가 단순한 폭탄 공격이 아니라 미리 설치된 정교한 원격 폭탄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 무기는 하니예가 의사당을 빠져나올 때 정확히 시간을 맞추어 폭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공격이 2020년 이스라엘이 수행한 모흐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폭발의 정교함과 치밀함은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이번 암살 작전에 사용된 감시 기술에는 중국이 제공한 기술적 지원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스라엘과 중국은 감시 및 치안 기술 개발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로 인해 첨단 감시 장비와 인공지능 시스템이 더욱 정교해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던 파크리자데를 겨냥해 원격 조종 무기를 최초로 사용했으며, 이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숨 막히는 대결 속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능력을 막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파크리자데는 이란의 핵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파크리자데는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는 것은 시간 문제였고, 이는 중동의 균형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이스라엘의 전략적 입지는 크게 약화될 수 있었고, 이는 이스라엘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한 이란이 곧 자국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 판단했고, 핵무기 개발의 주축이었던 파크리자데는 가장 위험한 인물로 간주되었다. 그의 제거는 단순한 암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중동의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여겨졌다.


2020년 11월 27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작전을 시작했다. 그날 파크리자데는 카스피해 인근 별장에서 아내와 함께 아브사르드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란 정보기관은 그에게 암살 위험을 경고했으나, 그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오후 3시 30분, 그가 요철을 넘기 위해 속도를 줄이던 순간, 파크리자데는 자신도 모르는 운명의 덫에 걸려들었다.


길가에 정차되어 있던 파란색 닛산 자먀드 픽업 트럭은 겉보기에는 평범했지만 그 내부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 그 속에는 FN MAG 기관총과 정밀한 자동 제어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다. 이 트럭의 시스템은 오랜 시간 동안 파크리자데의 동선을 주시하며 그의 차량 위치와 속도를 완벽히 추적해 왔다. 요철을 넘으며 속도를 늦추는 순간, 트럭 안에 설치된 장치가 즉각 작동을 시작했다. 첫 발이 차량의 전면 유리를 강타하며 차를 멈추게 했고, 파크리자데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몸을 피하려 했으나, 그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추적되었다. 이어진 두 번째 발이 유리창을 뚫고 그의 어깨를 관통했고, 뒤이어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발이 정확히 그의 척추를 꿰뚫었다. 모든 것이 불과 몇 초 만에 이루어졌고, 15발의 총알이 순식간에 발사되어 그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 공격의 속도와 정확성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울 정도로 정교했다.


파크리자데의 아내 사디게 가세미는 옆자리에서 남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무력하게 지켜보았다. 그 순간에도 장치는 철저히 목표만을 겨냥하며 그녀를 피해갔다. 작전이 종료되자, 모사드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트럭을 폭파하려 했으나, 폭발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무기와 장비가 그대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무기와 기술의 경계를 넘은 이스라엘의 첨단 전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 이후, 이스라엘의 원격 조종 기술과 자동화된 공격 시스템은 전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원격 조종 무기는 이제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을 넘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암살을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이 기술을 전쟁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가자지구와 같은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드론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가스펠’ 시스템은 그 핵심이었다.


가스펠 시스템은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드론이 촬영한 영상과 미세한 지진파를 기반으로 목표 건물을 선별해냈다. 이스라엘군은 가스펠을 통해 목표의 정확한 위치와 중요성을 판단했고, 정교한 분석 장치는 이를 바탕으로 공습과 포격 목표를 설정했다. 목표를 추적하고 조준을 정확히 맞추는 과정은 인간보다 훨씬 신속하고 정밀했다. 군인들은 장치가 제시하는 지시를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최근 가스펠에 이어 도입된 라벤더 프로그램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소속 요원들을 잠재적 공격 표적으로 지정하고 있었다. 라벤더는 최대 3만 7,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무장 세력으로 분류하여 그들의 거주지를 공격 대상으로 설정하는 방식이었다. 군사적 목적은 명확했으나, 그 결과는 가혹했다. 하루아침에 거주 지역이 폭격의 대상이 될 수 있었고, 그 대상이 선택되는 기준은 오직 시스템이 정하는 것이었다.


라벤더가 설정한 표적 중 한 곳, 가자지구의 한 주택가에는 연로한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장치가 그들의 거주지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그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이스라엘군의 드론이 그들 머리 위로 날아다니며 지켜보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조차 언제든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현실이었다. 이들은 언제 공격이 시작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정교한 분석 기술이 전쟁의 방향을 결정하는 결과는 점차 분명해졌다. 이제 감시와 공격이 결합된 이 기술은 전장을 구분 짓지 않고 어디든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과거와 달리,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없어도 원격 제어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 군인들에게 이 기술은 효율적이고 정교한 도구였지만, 그 기술이 지켜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불안과 억압의 상징이었다. 이는 그들의 일상에 계속해서 침투하여,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는 그림자가 되었다.


이스라엘의 감시 체계는 이제 전통적인 전쟁의 양상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전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전쟁의 개념을 더욱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테헤란의 대통령 취임식에서부터 가자지구의 일상까지, 기술은 눈과 귀를 넘어서 전쟁의 심장을 관통하는 힘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첨단 감시와 무기 시스템은 갈수록 그 범위와 정교함이 확대되며, 전쟁은 더 이상 전통적인 전선에서의 충돌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F231228YS59.jpg 가자 지구 폭격, 출처: +972 Magazine




AI 전문가들의 경고


AI 기술은 양면적이다. 강력한 도구이지만, 사용 방식에 따라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국방군이 사용한 ‘라벤더’는 AI 시스템은 가자지구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을 암살 대상으로 지정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 시스템은 하마스 소속원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식별했다고 주장되지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예방 조치가 이루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AI의 군사적 활용은 국제인도법 위반 가능성을 높이고,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AI에 전가하는 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AI는 정밀 타격을 통해 불필요한 피해를 줄일 가능성도 제시한다. 이는 AI 기술이 사용 목적과 방식에 따라 극명히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에게 큰 기회와 동시에 심각한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DeepMind 공동 창립자이자 Microsoft AI CEO인 무스타파 슐레이만,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제프리 힌튼, 몬트리올 대학 교수 요슈아 벤지오는 AI의 실존적 위협과 윤리적 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AI가 가져올 군사적 활용, 일자리 대체, 정보 조작, 초지능 AI의 통제 불가능성 등 여러 위험 요소를 지적한다. 또한 AI의 발전은 멈출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경고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신중한 접근과 인간 중심적 가치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2024년 그의 저서 《The Coming Wave》에서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AI가 폭탄 제조나 생물학 무기 제작 방법을 가르칠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AI 모델 테스트와 취약점 점검 작업반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AI 기술의 책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항공 안전과 같은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AI의 '환각' 문제를 사람들이 기뻐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2023년 Fortune지 기고문에서 AI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며, 2024년 미국 대선에서 AI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슐레이만은 AI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하면서도, 이를 위한 적절한 규제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24년 MIT 슬론 경영대학원 인터뷰에서 AI가 인간을 조종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AI 모델이 인간보다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인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능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힌튼은 AI가 하위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을 때 통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AI 발전을 멈추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와 국가 경쟁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2024년 10월 CNN 인터뷰에서 힌튼은 AI가 산업혁명에 필적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과 공존한 경험이 인류에게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요슈아 벤지오 교수는 2024년 5월 비엔나 대학 강연에서 AI의 실존적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인간 수준의 AI(AGI) 개발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과학적, 정치적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벤지오는 AI 안전성을 위한 수학적 보장의 중요성과, 소수에 의해 권력이 집중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민주적 거버넌스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이 AI의 미래에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24년 9월 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사회적 해악, 악의적 사용, 그리고 자율적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 상실 가능성을 지적했다.


세 전문가 모두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각자 다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슐레이만은 AI의 악용 가능성과 기술의 신뢰성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 힌튼은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벤지오는 AI 기술의 안전성 확보와 민주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AI 기술의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발전 과정에서 인간의 가치와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경고는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 중심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상기시킨다.


이들의 경고는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 중심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들의 경고는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 중심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한다. AI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방향성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인간의 창의성, 감성과 윤리적 판단력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전시키며 AI와 협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AI 리터러시 교육, 윤리적 가이드라인 수립,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통해 우리는 AI 시대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AI는 인간 능력을 확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책임 있는 AI 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AI의 긍정적 기대


AI 기술은 윤리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Nature Medicine과 MIT 미디어랩의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의료 영상 분석, 개인 맞춤형 학습, 기후 변화 예측 등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McKinsey와 Goldman Sachs의 분석은 AI가 노동 시장에 미칠 큰 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한편, arXiv의 연구는 인간-AI 공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자율성과 판단력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MIT 미디어랩은 AI가 창의적 파트너로서 인간과 협력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넘어서는 혁신적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는 AI 시대에 맞춘 교육과 직업 훈련 시스템의 재구성, 그리고 인간과 AI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발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Nature Medicine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의료 영상 분석, 질병 진단, 개인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 등에서 의료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선 전문의들이 AI의 도움으로 흉부 X선 판독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와의 소통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교육 분야에서도 AI는 개인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교육과정 개발을 혁신하고 있다. MIT 미디어랩의 보고서는 AI 기술이 학생들의 학습 방식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한다. 환경 분야에서는 AI가 기후 변화 예측, 재생 에너지 최적화, 생태계 모니터링 등에 활용되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글로벌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 기술은 노동 시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McKinsey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 근무 시간의 최대 30%가 AI에 의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변화는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노동자처럼 취약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Goldman Sachs는 AI 자동화로 인해 최대 3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를 낳는다. 그러나 AI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 지능이 중요한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더욱 강조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AI 시대에 맞춘 교육과 직업 훈련 시스템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한다.


AI 기술은 인간의 인지 능력과 의사결정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arXiv 연구에 따르면, 인간-AI 공진화는 인간과 AI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AI 추천 시스템과 어시스턴트는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해 인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사용자의 선택이 AI 모델 학습 데이터로 반영되고, 학습된 AI가 다시 사용자의 선호를 형성하는 피드백 루프를 형성한다. 이는 인간의 자율성과 판단력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며, 우리는 AI의 제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 사고력과 윤리적 판단 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는 인간의 자율성과 판단력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며, 우리는 AI의 제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 사고력과 윤리적 판단 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AI는 단순히 도구를 넘어 창의적 파트너로서 인간과 협력할 가능성을 열고 있다. MIT 미디어랩의 2024년 보고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패턴과 연관성을 발견함으로써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술 창작, 신약 개발, 도시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와 인간의 협력은 이미 많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AI는 도시 설계에서 주민들의 이동 패턴을 분석해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AI와 인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하며, 창의적 협업의 잠재력을 더욱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AI 기술은 인간다움의 본질을 되묻는 기회를 제공하며, 존엄성과 윤리를 중심으로 한 사용과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AI 기술은 인간다움의 본질을 되묻는 기회를 제공하며, 존엄성과 윤리를 중심으로 한 사용과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유네스코의 2024년 AI 윤리 권고안은 AI 시스템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해로운 결과를 예방하며, 감사 가능성과 추적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력, 창의성 등 인간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며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AI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선택에 따라 인간 중심적 가치를 보존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AI는 도구를 넘어 인간 능력을 확장하며, 기술과 인간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1958)은 AI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로 구분하며, 특히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은 생존을 위한 반복적 활동이고, 작업은 지속적인 인공물을 만드는 활동이며, 행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활동으로, 인간의 고유성과 다양성이 드러나는 영역이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아렌트의 관점이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노동과 작업의 영역을 점차 대체하는 상황에서, 인간 고유의 '행위' 영역을 어떻게 보존하고 확장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가 된다. 우리는 AI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행위'를 모색해야 한다. 아렌트의 사상은 AI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면서도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1933년, 유대인인 한나 아렌트는 베를린에서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8일간 구금되었다. 이 사건은 그녀에게 독일을 떠나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겨주었다. 어머니와 함께 프라하로 도피한 그녀는 곧 제네바를 거쳐 파리로 이동했다. 파리에서 아렌트는 유대인 망명자들을 돕는 활동에 매진하며 하인리히 블뤼허와 결혼했다. 그러나 1940년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면서 그녀는 구르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수용소의 혼란 속에서 탈출에 성공한 그녀는 블뤼허와 함께 스페인을 거쳐 포르투갈로 향했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친구 발터 벤야민을 잃었다. 마침내 1941년 5월, 그녀는 뉴욕 항구에 도착했다.


망명 생활 중에도 아렌트는 철학적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유럽에서 받은 박사 학위가 미국에서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1951년, 그녀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출간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프린스턴, 버클리, 콜롬비아 대학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하며 그녀의 명성은 날로 높아졌다. 1958년 출간된 《인간의 조건》은 현대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그녀를 학문적 정점에 올려놓았다. 1963년에는 시카고 대학교 정치학과 정교수가 되어 독일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원어로 고전을 강의하는 독보적인 학자로 자리 잡았다. 그녀는 전통적 학문 분과를 초월하며 자신을 '정치이론가'로 정의하고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


《인간의 조건》에서 아렌트는 현대 기술 문명 속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했다. 그녀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로 나누어 분석하며, 생존을 위한 반복적 활동인 '노동', 지속적 사물을 만드는 '작업',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행위'를 제시했다. 한나 아렌트는 현대 사회가 점차 노동 중심으로 변하면서 진정한 정치적 행위의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책은 초기에 'Amor Mundi'(세상에 대한 사랑)라는 제목으로 구상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인간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독일어판 작업 중 그녀는 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보완하며 작품을 더욱 완성도 있게 다듬었다.


한나 아렌트는 생존을 위한 반복적 활동인 '노동', 지속적 사물을 만드는 '작업',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행위'를 제시했다.
그리고 현대 사회가 점차 노동 중심으로 변하면서 진정한 정치적 행위의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렌트는 이 작품에서 현대 기술 문명의 이면을 예리하게 통찰했다. 그녀는 기술이 인간의 사유 능력과 판단력을 약화시키고, 기계적 효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개별성이 퇴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인간의 다원성과 개별성이 사라질 위험을 지적하며, 기술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인간다움을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는 그녀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악의 평범성' 개념과도 연결되며, 사유하지 않는 인간이 초래할 위험을 강조했다.


한나 아렌트는 기술이 인간의 사유 능력과 판단력을 약화시키고, 기계적 효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개별성이 퇴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아렌트의 통찰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노동과 작업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치적 '행위'의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 AI 발전이 인간의 판단력과 책임감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진정한 인간다움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렌트가 강조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자유는 AI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 다양한 인간이 모여 대화와 토론을 펼칠 수 있는 공론장의 복원이 필요하며, 기술의 방향을 설정하고 통제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정치적 행위가 되어야 한다. 기술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도록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아렌트가 강조한 '세상에 대한 사랑'(Amor Mundi)의 정신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인간 조건을 탐구해야 한다. AI는 새로운 '봄'을 열어갈 수 있는 도구일 뿐, 진정한 혁명은 인간이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AI는 새로운 '봄'을 열어갈 수 있는 도구일 뿐, 진정한 혁명은 인간이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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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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