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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치 Aug 25. 2020

선악과 분열

 정의로운 사람은 자기의 어떤 폭력도 정당화 한다. 그들에게 정의롭지 못한 사람을 무찌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악행은 정의를 위한 불가결한 결단이다. 정의로움과 정의롭지 못함의 대립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자들은 지구 상에서 사라져 마땅하다. 처음부터 그것이 정의로움이 만들어질 수 있는 배경이다. 없어져야 할 것이 있기에 정의로워진다. 사라져야 할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정의로움이다.
 선과 악이 있다. 아주 간단한 이분법적 구도다. 그리고 강력하다. 단순한 만큼 이해하기 쉽다. 이해하기 쉬운 만큼 누구나 선악 구도에 뛰어들 수 있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선악 구도는 마약과 같다. 사람을 중독시킨다. 선한 사람은 자기의 선함에 취해 악을 무찌르고자 한다. 무찌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폭력과 비난, 강제, 억압 등이 있다. 악행이다. 그러나 선의 악행은 불가결하다. 여전히 선하다. 동기와 결과를 두고 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선악 구도 역시 악이 있기에 선이 있을 수 있다. 또 반대로 선이 있기에 악이 존재한다. 동시에 생겨난다. 선과 악은 하나다. 둘 중 하나가 없다면 둘 모두 존재할 수 없다.

 포용하며 안아줄 수 있다. 고운 말로 설득할 수도 있다. 모범을 보이며 스스로 따라오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다. 정의와 선의 그야말로 선한 방법도 물론 존재한다. 그리고 물론 사람들은 이렇게만 하지 않는다. 그것이 문제다. 선의 편에 가담한 사람들은 선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다. 이 욕망은 처음에는 선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내 변질되고 만다. 그것이 사람이다. 사람이 원래 그렇다. 선을 실현하는 데에 방법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는 악은 악이기 때문이다. 악은 그 말 자체로 설득이나 안아줄 대상이 아니다. 없애야 할 대상이다.

 장황한 이야기 속에 의문이 하나 든다. 그렇다면 선과 악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이 역시 또 하나의 문제가 된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선과 악의 기준이 있다. 그리고 이 기준으로 세상을 가른다.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마약 같아서 한치 의심 없이 선과 악을 가른다. 그리고 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스스로 정한 악과 마주쳤을 때, 이 사람은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본다.

 실제를 보자면 선과 악으로 가를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미 백 년도 전에 니체가 말했다. 세상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이 그렇다. 법원에서는 살인자의 변도 들어준다. 악은 없기 때문이다. 선도 없다. 그렇기에 악인도 없고, 선한 사람도 없다. 대신 좋고 나쁨은 있다. 나쁜 행동을 했을 때 벌을 내리고, 이를 방지하고자 처벌을 한다. 교도소는 악인을 사회에서 제거하는 장소가 아니다. 교도라는 말이 보여주듯 교화의 장이다. 다시 말하지만 악인은 없다. 그것이 우리나라 헌법이다. 악인이 존재하는 나라는 북한과 공산국가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선악이 보편적인 기준이 되었다. 선은 사람을 마비시킨다. 눈을 가리고 칼을 휘두르게 한다. 선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악인이기 때문에 죽여도 무방한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절대악이 생긴다. 어떻게 해서라도 없애야 마땅하며, 어떤 말과 행동도 선함의 기미가 없는 절대악이다. 그렇기에 국가는 분열되어 있다.

 사람들은 자기 편을 선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상대 편은 악이다. 초등학교 운동회보다 못하다. 청팀 백팀이 있다고 해서 청팀은 악이고 백팀은 선이 아니다. 우리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쪽 의견이 있고 저쪽 의견도 있다. 둘 모두 일리가 있기에 민주주의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느 쪽도 일리가 있기에 민주주의다. 크게 보수와 진보로 나뉜다. 세계관의 뿌리에서 작은 관점의 차이가 줄기를 내고, 가지를 뻗어 다양한 정책적 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둘 모두 일리가 있다. 이때 사람들은 자기 이해에 맞게, 자기의 생각에 맞게 모인다. 그것이 당이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함께 목소리를 내며 의견을 키운다. 그리고 당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어느 쪽이 더 괜찮은지, 더 좋은지 판단하고 투표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자기 편은 선이고 상대 편은 악이다. 그래서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다. 그러니까 내 생각만 맞고,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 내 생각이 선이다. 상대방은 적이고, 없어져야 할 사람들이다. 이러한 선과 악의 구도는 프레임이라는 말로 쓰인다. 프레임이 그렇게 씌워졌다. 국민은 분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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