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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치 Apr 03. 2021

수학을 잘하고 싶은 마음

중학생 수학 가르치기

중학교 1학년 1학기 정수와 유리수 단원에 나오는 문제가 있다.


철수와 영희가 계단에서 가위바위보를 하여 오르고 내리는 게임을 한다. 게임에서 이기면 3칸을 올라가고, 지면 2 내려온다. 둘은  8판을 했고, 철수는 6판을 이겼다.  처음  있는 계단을 0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이 끝난 후 철수와 영희가 몇 계단 차이나게 서 있는지 구하여라.”


14살밖에   꼬맹이들이지만  문제 이해 어려워 하는 애들이 있다. ABCDE반이 있는데 D, E 애들   절반은 처음에  보고 별표를 쳐놓고, 풀려고 노력해도  푸는 경우가 있다. 설명을 해줘도 다음에 비슷한 문제를     때도 있다.


내가 처음 애들을 가르쳤던 것이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드림클래스에서였다. 그때의 기억은 거의 나지 않지만 분명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 이걸 이해 못하지?’ 떠올리는 과정. 위의 문제를 풀어줄 때면 ‘나도 분명 과정을 거쳤겠지, 그래서 지금 아무렇지도 않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이해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은 이해를 못한다기보다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학에 대한 흥미, 잘 풀고 싶은 마음, 점수를 잘 받고 싶은 마음, 남보다 잘하고 싶다는 경쟁심. 그런 차이가 있지 않을까. 단지 수학에 대해서만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뿐이다. 굳이 이 문제를 열심히 머리를 굴려 풀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딱히 잘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학원에 가라니까 와서 앉아 있을 뿐일 수 있다. 괜히 수학이라는 생각 때문에 저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걸림돌이 있다. 저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열심히 굴려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읽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닌 사람도 있다. 이게 문제다. 아닌 사람은 사고력이 부족한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은 참 위험하다.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이다. 바보라는 생각이 들면 가치판단이 들어가기 쉽다. 그래서 위험하다. 누구나 게임을 하면서 간단한 계산 정도는 한다. 다양한 물건을 사고, 음식을 먹고 계산도 할 줄 안다. 아무리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도 그 정도는 한다.


그래서 다른 요인이 중요하다. 수학에 흥미가 없고, 잘해본 적도 없어서 하기 싫은 것. 그것을 넘어서야 발전이 가능하다. 단지 저 문제를 풀어주고 이래서 이래 저래서 저래 알겠지? 하고 넘어가면 선생도 편하고 학생도 편하다. 학생은 이해한 것 같아서 됐고, 선생은 가르쳐줬으니 됐다. 다음에 다시 풀지 못하면 학생이 복습을 하지 않은 탓이고, 학생도 자기가 복습을 안 한 탓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학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런 경우 학부모가 문제인데 대부분은 아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선생이 잘 못 가르친다 생각할 수 있다. 정말 아이가 잘하려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깊은 사고력과 복잡한 풀이과정이 있는 문제는 단순히 흥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문제를 풀어 보고, 공부도 해서 어떻게 하면 풀까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중간 난이도 정도 되는 문제집에서 나오는 문제들은 흥미를 가지면 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조금만 더 궁리해 보고. 그 조금만의 차이가 크다.


조금만 더. 어떻게든 풀고 싶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있다. 아닌 애들이 대부분이다. 풀다가 모르겠으면 안 풀고 마는 것이다. 예를 들어 2^30, 3^20, 뭐가 더 큰 숫자일까. 풀이 방법은 지수를 10으로 맞춰 밑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걸 떠올리기는 아주 어렵다. 지수법칙을 배우고, 지수가 같을 때 밑이 큰 수가 더 크다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 중학교 공부에서 떨어진 대학생이라면 딱 봤을 때 모를 가능성이 아주 크다. 물론 지수를 똑같이 맞춰봐라 한 마디면 바로 풀어내겠지만, 모르면 떠올리기 어렵다.


그래서 모를 수 있는 문제다. 여기서는 의욕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2를 30번 곱하고, 3을 20번 곱해보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그럴싸한 풀이가 떠오르지 않자 포기해 버리는 학생도 있다. 어떻게든 해내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의 차이다. 10제곱으로 맞춰 문제를 풀어내는 학생은 수학적인 재능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비교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외부 요인이 의욕 차이의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또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멋지고 간단한 풀이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든 풀어서 답을 맞추면 되는 법이다. 모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 크기를 비교하랬으니 숫자를 계산하면 된다. 그런데 간단하고 멋진 풀이가 떠오르지 않으니 정답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학생일 때도 그렇고, 창의교육 같은 것들은 세간에 미세먼지처럼 떠돈다. 주입식 교육은 구닥다리에 그쳤다. 그런데 창의적인 수학, 사고력을 키우는 수학 문제라며 수많은 공부를 하지만 정작 2^30과 3^20을 비교할 때 하나하나 계산하는 무식한 방법을 쓸 생각도 못하게 만든다. 창의성에 대한 주입이 아닐까.


내가 나온 물리학과는 천재들이나 공부하는 학문을 배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상은 별로 그렇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런 학과에서 4년 동안 실험을 하는데 3학년 때까지의 모든 실험이 단순무식한 연습이다. 대학원 인턴을 할 때도 느꼈지만 별다를 바 없다. 중력가속도가 정말 9.8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십 번을 떨어뜨리고, 옴의 법칙이 성립하는지 보기 위해 수십 번을 측정한다. 이렇게 단순무식한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또 창의적인 발상의 근간이 된다. 물론 실험 설계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하지만, 무식한 생각을 하다 보면 독특한 생각이 떠오르는 법이다.


사실 2^30과 3^20을 비교하는 문제는 단순무식하게 계산하지 말라고 내는 문제다. 2^120과 3^100으로 낼 수도 있다. 지수법칙을 잘 이해하여 지수가 같고 밑이 다를 때 크기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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