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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Sep 22. 2023

취미도 지루해질 때가 있다

도자공예기능사 합격 후기

취미도 권태기가 온다. 실력이 더 향상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고 검증받고 싶기도 했다. 그동안 손작업만 해왔고 물레는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다. 몇 년 전에 알아봤을 때에는 수업 시간에 비해 수강료가 너무 비싸거나, 국비로 지원되는 곳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2023년 상반기를 지날 때쯤 올해 계획을 써둔 다이어리의 맨 앞을 보게 됐다. '도자공예기능사 자격 취득' 그 생각이 다시 피어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필기시험을 접수해 버렸다. 합격한다면  실기는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니까 올해 못해도 내년에 어떻게 되겠지 싶었다. 그리고 무작정 기출문제와 이론서를 보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보통은 필기 합격 몇 달 전부터 실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필기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실기를 준비할 의욕이 안 생겼다. 운 좋게 필기를 합격하고 난 후에는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는 걸 배우면서 알게 됐다. 시험장에서 완성만 하고 나올 생각으로 포기만 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졌다.


사실 제대로 할 생각이라면 나처럼 느슨하게 하지 말고 실기부터 준비하고 있다가 필기 때 바짝 공부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필기 합격 후 준비한다면 마음이 너무 조급하다. 실기 시험일도 제일 마지막 날에 하려고 했으나, 이 지역에 시험일 자체가 개설되지 않아서 예상보다 2주나 더 당겨졌다. 그래서 떨어질 각오를 하고, 실패해도 크게 실망할 것 같지 않았다.

적고 보니 나의 합격 의지가 얕은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진맥진해서 밥이 안 넘어갈 정도로 주 6일 이상 연습했다. 다른 수강생에 비해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실력이어서 좌절스러운 기분도 잦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설령 내년에 다시 준비한다고 해도 그때에는 혼자 준비해야 했으므로 가르쳐 주는 건 최대한 기록하고 영상으로 돌려보고, 매일 물레성형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번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나를 더 좋아하게 됐다. 하루하루 실패를 겪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도 포기하지 않는 나 자신이 기특했다. 오히려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초연해졌다. 시험을 보고 나서는 합격여부와 상관없이 깨끗하고 개운한 마음이 좋았다. 나의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리고 몇 달 뒤에 합격 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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