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같지만 균형
요즘은 실력이 빨리 늘지 않아 안달이 났다. 배우면 배울수록 나는 아주 겸손해지기만 한다. 조금은 자만하고 우쭐대고 싶은데 자신감은 당최 찾아올 생각은 안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가르칠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다'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지.
난 주제 파악을 잘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식으로 반응하곤 했지만, 이제 이마저도 혼란스럽다. 주제 파악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지도 나조차 헷갈린다. 어떤 심리학자가 자신을 비판적으로 보는 건, 타인의 판단에 귀 기울이지 않은, 다소 자기 주관이 강한 사람이라고 했던 말도 생각난다.
누가 뭐라든 더 많이 흙을 만져서 실력이 늘고 싶은 건 분명하다. 작업 시간을 늘려볼까 고민 중이다. 그러다 또 흥미를 잃을까 봐 걱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흥미와 실력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뭘로 정하겠냐고 물었다. 나는 무조건 흥미였다. 흙을 만지는 자체를 가 즐겁기 때문이다.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흥미가 있으면 지속할 것 같은데 실력만 있으면 재미없게 하다가 그만둘 것 같았다.
친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흥미와 실력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집중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랜 운동 생활로 단체 활동을 해온 친구는 그 흥미가 잃을 때쯤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한 동작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래서 완전히 몸에 익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훈련을 했다고. 그런데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냐고 물어봤다.
생각해 보니 내가 지난여름에 기능사 자격증을 따겠다며 매일 밤 3시간씩 같은 기물만 만들었던 게 떠올랐다. 그 이후로 꼴도 보기 싫어서 다시 한 달 동안 완전히 쉬다가 지금은 전보다 더 설레는 마음이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 흥미를 잃으면 다시 실력이나 이 기회에 쌓자며 단순 반복의 훈련에 돌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익숙함에 지루해지다가 다시 성장하고 싶어서 고통받으며 실력을 쌓고 싶어하고 이러길 반복이다. 쳇바퀴 같지만 균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