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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ug 29. 2024

배드민턴 시작하기 좋은 나이

배드민턴을 하다 보면 종종 나보다 실력이 월등한 사람들과 게임을 하게 된다. 가져간 셔틀콕을 회수하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지만, 게임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기려고 하는 게임이지만 이기기만 하는 건 재미가 없다. 지더라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게 배드민턴의 이상한 매력이다. 


잘하는 사람들과 경기를 할 때에는 나의 미흡한면이 잘 보인다. 오늘도 내가 앞쪽 포지션에 있을 때 라켓을 들고 있지 않는다는 걸 누가 알려줬다. 그걸 생각해 보니 의도적으로 몸을 과하게 숙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뒤에서 스매시를 날릴 때 내가 거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던 거였다. 공격에는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스매시 때문에 몸 전체가 위축되어 매번 그런 식으로 게임을 했던 것 같다.


이미 많이 굳어져버렸지만, 의도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니 몸이 느리다. 그래도 의식하다 보니 얻어걸린 네트 앞 공격에 성공했다. 바로 옆에서 알려주신 분이 '라켓을 들고 있어서 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잘하는 사람들과 하면 이런 점이 좋다. 코치님 보다 칭찬을 많이 해주는 그 아저씨. 동호회에 초대하려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저씨는 옆에 계신 코치님께 게임하고 있는 레슨반들의 연령대를 물었고, 내가 30대라는 걸 말해줬다. 그러자 '아, 나도 30대부터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날아다닐 텐데 부럽다'라는 말을 게임 중에 나지막이 들렸다. 나는 20대부터 했더라면 저 아저씨들처럼 잘해졌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했지, 지금도 이르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못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내가 꿈꾸는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년이 됐을 때에도 체육관에 나와 경기를 하려면 젊은 사람들과도 재미있게 게임을 해야 하는데, 그 걸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노련한 체육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 얼마 전에 70대 할아버지에게 완전히 졌었는데, 얼른 또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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