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을 하다 보면 종종 나보다 실력이 월등한 사람들과 게임을 하게 된다. 가져간 셔틀콕을 회수하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지만, 게임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기려고 하는 게임이지만 이기기만 하는 건 재미가 없다. 지더라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게 배드민턴의 이상한 매력이다.
잘하는 사람들과 경기를 할 때에는 나의 미흡한면이 잘 보인다. 오늘도 내가 앞쪽 포지션에 있을 때 라켓을 들고 있지 않는다는 걸 누가 알려줬다. 그걸 생각해 보니 의도적으로 몸을 과하게 숙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뒤에서 스매시를 날릴 때 내가 거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던 거였다. 공격에는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스매시 때문에 몸 전체가 위축되어 매번 그런 식으로 게임을 했던 것 같다.
이미 많이 굳어져버렸지만, 의도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니 몸이 느리다. 그래도 의식하다 보니 얻어걸린 네트 앞 공격에 성공했다. 바로 옆에서 알려주신 분이 '라켓을 들고 있어서 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잘하는 사람들과 하면 이런 점이 좋다. 코치님 보다 칭찬을 많이 해주는 그 아저씨. 동호회에 초대하려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저씨는 옆에 계신 코치님께 게임하고 있는 레슨반들의 연령대를 물었고, 내가 30대라는 걸 말해줬다. 그러자 '아, 나도 30대부터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날아다닐 텐데 부럽다'라는 말을 게임 중에 나지막이 들렸다. 나는 20대부터 했더라면 저 아저씨들처럼 잘해졌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했지, 지금도 이르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못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내가 꿈꾸는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년이 됐을 때에도 체육관에 나와 경기를 하려면 젊은 사람들과도 재미있게 게임을 해야 하는데, 그 걸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노련한 체육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 얼마 전에 70대 할아버지에게 완전히 졌었는데, 얼른 또 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