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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Oct 11. 2024

신혼부부 돈 관리, 6개월 후기

신혼 재테크

결혼 전부터 우리는 각자의 재산을 오픈하고 돈을 합치기로 했다.


솔직하게 공유하고 보니 남편은 나보다 돈도 훨씬 잘 벌고 재테크도 잘하고, 월급도 많았다. 먼저 듣고 보니 말하기 몹시 부끄러웠지만. 어쩔 거냐.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왔는걸. 난 작은 월급으로도 이렇게 잘 꾸려가는 삶을 살았기에 적당히 부끄러워했다. 더 고마웠던 건 남편이 나의 밥벌이를 무시하거나, 더 벌어야 한다는 압박을 주지 않았다. 만약 돈 때문에 아주 작게라도 갑을 관계가 형성됐더라면, 꽤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남편은 자신의 모든 계좌를  공개했고, 신용카드 내역을 내가 볼 수 있게 로그인해 줬으며 비밀번호도 오픈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물어보면 미루는 법 없이 없었다. 우리는 각자의 부채를 보고 결혼식 축의금에서 갚을 건 먼저 갚아나갔다. 남은 목돈도 투자를 감행했다.


한시름 덜고 났다. 나는 든든한 남편을 만났다는 생각에 조금 해이해졌다. 체크카드로 남은 돈을 확인해가며 소비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 좀 편안하게 지내면 안 될까 싶었다. 남편 명의의 신용카드를 2개나 가지게 됐고, 용돈은 50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항상 훌쩍 넘어버렸다.


6개월이 지나서야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가계가 괜찮은지. 남편에게 '우리 빚 얼마나 남았지?'라고 물어봤다. 정확한 금액을 알고 싶은 나에게 마이너스 통장의 숫자를 확인해 줬다.


'그럼 이거 우리 언제까지 갚을 수 있을 거야?' '우리 지출에서 남은 돈 중 이 정도 xxx 원. 저번달은 카드 내역 보니 조금 많이 썼던데 이번 달 한번 봐보자' 하면서 내 핸드폰을 확인했다.


난 이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그냥 되는대로 써버렸기에 신용카드 금액의 앞자리에 2가 더해진 것에 흠칫 놀랬다. '사실 내가 생각 없이 쓰긴 했어' '응 그런 것 같더라. 난 항상 빠져나간 게 보이니까' '그럼 왜 말 안 했어?' '언제 알아차리나 본거지' '오호라 내가 정신 못 차렸으면 어쩌려고!'   


'이제 잘할게'라는 다짐으로 6개월간의 소비를 쉽게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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