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다음 출산 미션
순순히 아이가 생기지 않은 시간을 세고 있다. 다달이 내 몸으로 확인한다. 화장실을 갈 때면 아쉬움을 넘어 한숨이 나오기까지 한다. 맞다. 조급해졌다. 친한 친구들이 연이어 결혼을 할 때에도 조급함은 하나도 없었는데 희한한 일이다.
나는 결혼만큼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할 사람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 감사하게도 사랑하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런데 아이에 대한 마음은 같지 않은가 보다. ‘아이가 생기면 기쁜 마음으로 키워야지.’ 까지는 같은데 그 반대 '아이가 없어도 된다'라는 명제는 은근히 어색하고 실망스럽다.
이럴 때 좋아하는 스토아철학을 떠올린다. 통제 가능한 것만 추구할 것. 생명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진짜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이가 생기지 않은 지금을 초조해하고 마음껏 살지 못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뭔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늘 이지경이다.
한편으로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됐다는 자체가 놀랍다. 그럴 자격이 늘 없다고 생각해 왔다. 내 행복이 흘러넘치나 보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개그맨 문상훈이 말하는 대로 나를 태교 하듯이 대해줘야겠다. 그러지 않아도 나를 키우면 그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