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경제공동체
B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고민이 더 늘어가는 건 오히려 B다. 무엇을 선물로 받으면 좋을지 라는 고민을 며칠이나 한다. 평소 장바구니를 쌓아두고 있는 나와는 참 다르다. 뭔가 갖고 싶은 게 없냐고 물어보면 필요한 건 다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필요한 건 필요할 때 다 샀기 때문에 생일이라서 받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
그러다 정말 갖고 싶은 걸 찾아냈다면서 연락이 왔다. 면도기 날을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 정말 필요한 물건이겠거니 싶었다. 구형 모델이라 자기가 찾아야 된다면서, 직접 주문을 했다. 아무리 경제공동체라고 해도 이건 쫌 선물 모양새가 빠진다. 그의 고민이 깊어진 건, 친정엄마가 사위 선물을 직접 물어보셨기 때문이다. B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
택배가 도착하는 날, 여러 박스가 테이프에 감아져 왔다. 거기에 B의 생일선물은 작은 박스 하나였다. 그 속에는 교체용 면도날 1개가 들어 있었다. 겨우겨우 설득해서 그의 불편해 보이는 속옷도 구매했다. (그는 불편함이 없다고 했지만 편한 걸 입어보니 다르다고 한다.)
묵직한 박스에는 여름용 양말 5개와 책 3권, 도예 도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면도날보다야 더 선물 같은 내가 시킨 물건들. 다섯 달 뒤에 오는 생일에는 별도로 생각해 둔 게 많다. 살짝 불편한데, 서로 갖고 싶은 걸 가지는 건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