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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12시, 귀신보다 무서운 건?

# 대한민국 직딩을 위한 랩소디

# 모두를 위한 재택모드 

주말부터 목이 칼칼한게 코로나인가? 의심스럽다. 2년 넘는 코로나 기간에 충분히 연습되어졌으니만큼 '자가격리'를 위해서 챙겨야할 짐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주섬 주섬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는 손놀림이 자연스럽다. 노트북 가방을 둘러매고 가볍게 읽을 책도 잊지 않고 겨드랑이에 가볍게 끼운다. 대강 걸쳐 입은 겉옷을 한번 추스린 후 다른 한손으로 따뜻한 물 한잔 챙기기를 잊지 않고 다락으로 들어간다.  


아침 일어나보니 목이 더 칼칼하고 깊이 잠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몸도 으실 으실하고 코도 밍밍한게 뭔가 걸려도 제대로 걸린 게 틀림없다. 지난 3년간 바이러스 경험으로 봤을때 느낌이 딱 온다! 마음 한켠으로 코로나만 아니어라! 하다가도 다른 한쪽으로 얼마전에 듣기로 독감이 코로나보다 한술 더 뜬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크게 한숨 골라본다. 


지난 금요일 저녁, 매니저로부터 30분 1:1 스케쥴이, 월요일 오전으로 갑작스레 꽂혔다. 아젠다가 없이 그저 Outlook Schedule로 내용이 뭔지 잘 모르지만 중요한 안건일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중요한? 아니 불길한 예감은 한번도 틀린적이 없기에 당연히 회사에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몸 상태가 메롱하니 '배운 직딩'으로 어쩔수 없이 '모두를 위한 재택 모드'로 빠르게 전환한다. 


# 보약보다 귀한 월요일 아침 '라떼 한잔' 그리고 미팅.미팅.미팅.

보약보다 귀하다는 '아침 라떼' 한잔을 두손으로 귀하게 모시고는 큰 모이터, 디바이스들이 연결된 컴퓨터 책상으로 몸을 이끈다. 거실 한 쪽에 자리잡은 내 책상의 위치상, 가족들에게 감염될 걱정에 마스크는 기본, 소독제를 잔뜩 뿌린 비닐장갑을 끼고 앉아 노트북 On 버튼을 살포시 누른다.  


월요일 아침, 어김없이 돌아오는 Weekly Meeting은 해당 영업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서로에게 공유하되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판매할 기회 즉 'Opportunity'를 만들고, 그 영업기회에 Win하는 방향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는 자리다. 


먼저 영업팀 리더의 오프닝에 이어, 영업대표 한명씩 돌아가며 지난 한주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 한다. 다음으로 Virtual Team으로 참여하고 있는 여러 멤버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역시 지난주 진행했거나 이번주 할일들을 'Opportunity를 Win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방향'으로 릴레이 업데이트가 이어진다. 


# 회의에서 중요한 긴장감 그리고 'EQ'  

내 차례는, 내가 담당하는 직무의 특성상 통상 회의의 마지막 즈음이다. 멤버들을 한바퀴 거쳐서 내 차례가 오기까지 통상 50여분 이상을 경청하고, 앞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방향성 안에서 내 직무에 맞게 공유하고 요청해야 한다. 때로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텐션을 낮출기가 어렵다. 그래야만 뒤에 할 나의 메시지가 따로 놀지 않고 팀들과 Align되면서, 나에게도 동료에게도 의미있는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일, 

그 중에 내 일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도록 맞추는 일, 

그리고 예상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유연하게 서로에게 맞춰내는 일까지 

잠시도 단단한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다. 순간 방심하면 갑작스런 요청에 '혼자서 엄한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죄송하지만 다시한번 질문'을 반복하며 민망해지기 일쑤다.  


# 월요일 아침, 쫄깃 쫄깃한 긴장감  

채널매니저로서 여러부서를 담당하는 특성상, 월요일 오전 내가 담당하는 여러 팀들의 Weekly Meeting이 9시 10시 11시 그리고 오후로까지 릴레이로 이어진다. 정각에 맞춰 Teams Meeting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오기를 몇차례 반복한다. 때로는 다소곳하게 두손으로 머그컵을 떠 받치고는 '귀한 라떼 한모금' 입안으로 들여보내시고, 또 때로는 시원한 냉수한잔을 벌컥 들이키며 오전만해도 몇개의 미팅을 갈아치우고 나면 거짓말처럼 해가 중천이다. 그제야 겨우 '월요일 쫄깃 쫄깃한 긴장감'을 비집고 점심시간이라는 여유 바람이 불어온다.  


이런 월요일의 긴장은 진~작부터 시작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요일 오후로 접어들면 내 몸의 장기들 여기저기서 작은 떨림이 시작된다. 만약 분기마감 보고나 다음 분기 플래닝등 특별한 일이라도 있을라치면 주말 내내 가슴 한켠에 묵직한 뭔가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곤한다.


날이 좋아도 혹은 날이 좋지 않아도, 

집밖에 있어도 혹은 집안에 있어도 

혼자 있어도 혹은 혼자있지 않아도... 

월요일 아침, 직딩의 쫄깃한 긴장감은 내게로 온다. 

주말 오후가 되어, 해가 뉘엇뉘엇 떨어지고 노을이 올라오면 어김없이 내게 오도록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다. 


내가 어느 회사에 속해 있던지? 어떤 일을 하던지? 그것이 엄청 중요하던지, 혹은 그렇지 않던지?

이런 것들하고 무관하게 '직딩'이라면 늘상 대면하는 일요일 오후로부터 시작되는 월요권 심장 쫄깃함이다! 

궂이 이 시점에 궂이, 묘한 이 긴장을 새롭게 네이밍해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직딩의 건강한 텐션.. 이라고!

대한민국 직딩들 화이팅이다. 특히 월요일 ^^


10년전쯤 광고가 생각난다.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리모콘을 치켜켠다. 

지지직~ 화면이 바뀐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흰 소복을 입은 귀신이 TV를 뚫고 기어 나온다.


"일요일밤 12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 

누가 우리를 위로해주지?"


다음날 아침, 

자판기앞 직장인들이 모여서 커피 한캔씩 들고 춤을 추며 

"000로 힘 내세요~ 000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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