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Design Thinking
'잘되는 병원을 만드는 디자인'은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병원과 환자의 소통과 병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케이스를 다루는 책으로 디자인 씽킹을 의료 현장에 적용한 경험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사례는 GoInvo Studio(https://www.goinvo.com/vision/health-design-thinking/)에서 진행하였으며, 2022년 2월에 출판되었다.
국내 표지와 달리 아마존의 해외 표지는 훨씬 디자인 씽킹의 느낌이 크다. 표지에서 의료진과 의료 기관 그리고 책에서 설명하는 3가지 '관찰하기', '상상하기', '만들어내기'를 나타내는 3가지 모형과 공감에 대한 비유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본의 부제는 'Creating Products and Services for Better Health'로 국내판의 부제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책 자체는 이론보다는 원칙, 가이드, 디자인 방법론 그리고 사례로 되어 있다. 실제로 어떤 결과가 있는지 알기 쉬운 형태로 되어 있어서 참고하기 좋은 부분이 많은 편이다.
책에서 나온 바와 같이 코로나 사태는 전지구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위기였다. 그 위기로 많은 결점이 드러났지만, 그중 하나는 현대 의료 체계가 갑자기 생긴 다수의 환자와 환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통제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나 문화적인 특성, 환경에 생각보다 무지하고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이 말은 말 그대로 환자의 고통과 어려움에 공감하지 못하는 의료 산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한 의료 체계는 생각보다 IT나 통신기술과의 접점이 작았고, 이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어려웠다. 개인의 의료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병원과 공유하거나, 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케어를 받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는 점이 있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핵심 원칙은 인간중심적 사고와 공감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중심적 사고는 디자인 씽킹의 기본 원칙이며, 창의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창의적인 과정은 질문, 아이디어 시각화, 현실성 있는 포로토타이핑, 아이디어와 결과에 대한 이야기 공유 순서로 진행된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마인드셋은 3 가기 행동으로 운영되는데, 관찰하기, 상상하기, 만들어내기다. 각각의 행동이 결합되었을 때, 효과적인 해결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과정은 상당히 합리적인 도구로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는 환자, 의료인, 디자이너, 공학자가 공감과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준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디자인 씽킹과 다른 프로세스지만, 바로 쓸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결과는 각각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방법론 부분을 보면 이 책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직접 환자가 되지 않으면, 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낮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진료가 일어나고, 그 결과가 의사가 아닌 다른 의료진에게 전달되는지 알기 어렵다.
이 책의 방법론 부분은 디자인 워크숍, 브레인스토밍, 인터뷰, 페르소나, 롤플레이 등 모든 항목에 사례가 있다. 각각의 의료 기기 혹은 의료 관련 디지털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긴 특징적인 부분들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상황과 결과를 함께 제시하여 주니어 디자이너나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뭘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케이스 스터디의 부분은 의료 환경의 다양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문제해결이 되었는지 보여주는 짧은 사례가 이어진다. 생각보다 다양한 의료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병원과 환자가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조금 더 분량이 많았으면 하지만, 책에 넣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특히 최신의 사례가 많기 때문에 공감하기 쉬운 부분도 있었다.
헬스케어 프로젝트를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에 대해서 잘못 생각할 수 있는 부분과 디자인 씽킹을 사용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도 항상 생각해야 하는 부분 그리고 시각적인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헬스케어는 커머스나 금융의 IT화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후 남아있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 중 하나다. 다른 분야보다도 정확성과 효율성, 명확함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면서 인간적인 감정인 불안과 공포가 강하게 드러난다. 또 꾸준한 기록과 분석이 필요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분야이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다.
디지털 프로덕트를 잘 만드는 기술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병원에서 그 기술을 적합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병원에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프로세스와 장비, 기술을 사용하고, 의사와 병원마다 추구하는 목적이나 방식이 다르다.
'잘되는 병원을 만드는 디자인'은 간과하기 쉬운 의료 환경과 그 환경에서 잘 된 사례를 보여주는 책으로 의료 분야에 특화된 방법론 사용과 사례 분석이 가치 있는 책으로 비교적 최근 사례를 모았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작년부터 몇 가지 헬스케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디자인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이 금방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쇼핑몰이나 커뮤니티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술과 의료 환경에서 사용되는 웹사이트, 앱,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은 비슷하면서 매우 다르다. 먼저 사례 참고가 어렵고, 각광받는 업체가 만든 솔루션이라고 해도 디자인의 완성도와 실용성은 낮은 경우가 많다.
조악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다시 참고를 한다고 해도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헬스케어 웹이나 앱, 프로덕트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해관계자의 목표가 서로 다르다.
2. 병원의 기존 시스템과 연결하기 어렵다.
3. 의료 지식 및 진료 프로세스에 디자이너가 접근하기 어렵다.
4. 병원, 진료과, 의사마다 사용하는 절차와 용어가 다르다.
5. 병원 혹은 진료과의 전체 브랜딩이나 보편적인 프로세스를 새로운 프로세스로 바꾸기 어렵다.
6. 병원 관계자의 의료 지식은 높지만, IT 지식은 낮다. IT 관계자의 IT 지식은 높지만, 의료 지식은 전무하다.
누구나 병원이나 의료 현장에 IT 기술이 접목되면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사의 진료 부분에 접근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의료 프로세스 전반에서 도움을 주기보다는 병원의 홍보 혹은 병원 외적인 부분에서 겉돌게 된다.
또 병원마다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통적인 업계 표준을 참조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병원에 수납을 하는 경우와 네이버, 토스, 쿠팡을 사용하는 경우의 긴급성은 매우 다르다. 아프거나 다치게 되면 상황 파악하고 정확히 이해하고 선택하는 행동이 어려워진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종합 병원에는 수납을 하고 진료 관련 서류를 출력해 주는 키오스크가 있다. 최근 병원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편이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키오스크에 안내 직원이 한 명 서서 대신 버튼을 눌러준다. 왜 기계가 있는데 별도의 사람이 도와줘야 하는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망막 검사를 받기 위해 동공이 확장된 상태의 병원은 일반인의 병원과 전혀 다른 상태가 된다. 나는 키오스크의 큰 글자도 읽을 수 없었고, 버튼의 스타일로 뭘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안내 직원이 대신해서 버튼을 눌러줬다. 주요 버튼은 2개뿐이고, 출력되어 나오는 종이를 집어 가기만 하는 간단한 행동도 일시적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나는 할 수가 없었다.
노인은 물론이고, 휠체어에 타고 있거나 목발을 짚었거나, 팔이 불편한 사람도 키오스크를 다룰 수 없었다. 그런 사람은 일반적인 수납을 해야 했지만, 그 조차도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 일이었다.
잘 보이지 않거나 움직임이 제한되면, 사람들 사이에서 번호표 뽑는 기계와 수납처를 왔다 갔다 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일반적인 앱의 사용과 헬스케어 앱의 사용이 다른 것 중 하나가 문진이다. 만일 디자이너에게 문진 프로덕트를 만들라고 하면, 대부분은 문진과 설문이 매우 비슷한 형태의 행동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설문과 문진을 만들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설문은 보통 보편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 문진은 특수한 목적을 담고 있으며, 문진 자체가 시스템인 경우가 많다. 설문지를 받는 사람은 보편적인 사용자지만, 문진을 받는 사람은 특수한 상황의 사용자이다.
설문지는 의향이나 생각, 취향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문진은 정량적인 데이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만족도 설문과 수술 후 고통의 정도를 체크하는 문진은 비슷한 UI라도 전혀 다른 맥락에서 사용된다.
설문은 조금 틀려도 괜찮지만, 문진이 다르게 입력되면, 문진을 보고 판단하는 의료진에게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문진 UI 디자인은 설문 UI 디자인과 달라질 수밖에 없고, 문진 후 데이터 관리도 설문과는 다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스케어 프로젝트의 결과는 쉽게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늘 낮은 디자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또 설문은 구매 후 혹은 서비스 체험 후 진행되지만, 문진은 병원 예약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이후에도 경과 추적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반 설문에 비해 다른 병원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는 정도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