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와 네이버의 차이
결제는 기술이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한 영역 중 하나다.
그리고 너무 익숙해져서 문제를 인지하기 어려운 분야이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도 힘든 분야다.
태권V와 마징가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한 것처럼 서로 다른 회사가 하나의 분야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인터페이스의 구조, 데이터의 흐름이 바뀌려고 한다.
1967년 첫 ATM 이후, ATM은 금융 서비스를 자동화한 대표 사례이며,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소재로 자주 거론되었다. 비대면 환경, 생소한 인터페이스, 다양한 연령층을 상정한 설계 등 ATM은 최소한의 실수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에 대한 학습과 시험의 대상이 되었다.
ATM을 통한 자동화는 편리한 출금과 입금 기능을 넘어서 금융 시스템의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면서 ATM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정보와 권한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며 발전했다.
입금과 출금이 익숙한 경험이 되면서 식당의 자동화도 시작되었다. 식당에 보급된 키오스크는 주문을 받으면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사용자는 음식을 시키는 것 외에 점원이 해야 하는 많은 일도 동시에 처리하게 되었다.
또 가로와 세로로 배치되는 음식의 정보는 나이가 많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인지부하를 주고, 사용하기 어려워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통일된 연구나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넓은 선택 영역에서 음식 주문, 할인 정보, 결제 정보처럼 서로 다른 정보를 순차적으로 선택하는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했다.
제조 업체에 따라 입력 형식과 주문 길이가 다른 상태가 이어지면서 배달 앱을 사용해서 결제하거나 스타벅스처럼 전용 앱으로 결제하는 방식이 도입되기도 했다.
키오스크는 자동화의 확장이라는 성과와 함께, 표준화 부재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최근 토스와 네이버가 거의 동시에 독자적인 하드웨어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던 오프라인 결제 환경에 다시 한 번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카드 단말기가 나왔다”로 설명되지 않는다.
두 회사가 가진 UX 철학, 데이터 생태계, 사용자 경험 설계 방식이 눈에 보이는 하나의 단말기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토스가 먼저 단말기인 토스플레이스, 토스 단말기를 내놓았다. 토스는 송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UX와 사용자를 갖고 있다.
토스 플레이스는 크게 2개의 하드웨어로 구성되며, 결제는 물론 키오스크, 포인트 적립 및 재고 관리 같은 통합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키오스크의 선택 면적 문제를 작은 화면으로 접근한 부분은 참신하다.
대부분의 키오스크가 대형 화면을 선택하는 반면, 토스는 작은 화면을 메인 인터페이스로 채택했다. 선택 영역이 줄어들면 손의 이동 거리가 줄어들고, 실수 확률이 감소한다는 피츠의 법칙을 고려한 접근이다. 작은 화면은 비좁은 매장에서도 유리하다.
또 토스 앱의 UI가 확장된 형태라서 더 익숙한 느낌도 든다. 이미 매대에서 쿠폰과 포인트를 적립하는 서비스와 제품이 있었지만, 결제와 분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토스 단말기를 들여놓게 되면 좁은 공간의 활용이 더욱 편리해지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은 키오스크가 필요한 매장도 있기 때문에 넓은 화면으로 많은 정보를 보여주면서 결제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또 키오스크, 재고 관리, 주문과 결제가 통합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업주에게 제공된다는 점도 좋은 전략이다.
매장을 경영하는 업주에게 먼저 접근한 배달의민족이 주문과 결제 배달 부분의 시스템을 업주와 사용자에게 앱의 형태로만 제공한 것과는 다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토스가 키오스크와 비슷한 영역에서 작은 스크린으로 통합된 UI를 통한 사용자경험을 사용자에게 표준화된 UI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네이버도 비슷한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내놓았다. 네이버 페이 적립과 리뷰를 결제 시에 함께 입력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부분이 인상적이다.
네이버는 이미 네이버 지도를 개편하고, 예약을 추가했다. 오프라인 매장 이용 시 리뷰 입력까지 통합된다면, 각기 다른 계층에서 데이터가 누적된다. 정보가 소비되는 다양한 층에서 참여하는 데이터 오케스트레이션의 효과가 기대된다.
포인트나 쿠폰의 부분에서도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이 강력하기 때문에 리뷰와 결합하게 되면, 리뷰가 더 많아질지, 추가 예약으로 이어질지 궁금한 상황이다.
네이버 키워드 리뷰가 2021년 도입된 이후 꾸준히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쿠폰 적립, 키워드 리뷰가 매장 간의 차이를 크게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와 네이버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비주얼, UI, 문구 선정까지 개성이 분명한 회사와 서비스다. 토스 플레이스의 경우는 토스의 부드럽고 친절한 어투와 비주얼 포인트, 주요 색상을 사용했고, 네이버 커넥트는 네이버 페이에서 보였던 대비가 강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명이 다양한 환경에서 스크린의 배경은 어두운 색으로 하고, 주요 정보를 밝게 만드는 대비가 맞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환경에서 네이버 페이와 커넥트의 디자인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또 경쟁사와 분리되어 인식될 것인지 흥미롭다.
비슷한 시기에 토스와 네이버 같은 대형 IT 기업이 결제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오프라인 결제 경험 자체가 다시 정의되고 있다. 토스는 그동안 스마트폰 안에서 다듬어 온 표준화된 UX를 실제 단말기 스크린으로 확장해 시험하고 있고, 네이버는 자사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결제 현장과 직접 연결하며 새로운 활용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결제 단말기라는 분야에서 고해상도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경쟁이 일어났다는 점은 디자이너와 사용자 모두에게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결제와 데이터에 대한 변화가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