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된 이후부터 불규칙적으로, 아무런 징조도 없이 찾아오는 인생 노잼 시기. 이번엔 좀 길게 간다.
직장 생활한 지 6년 차에 접어들면서 혼자 살기엔 금전적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은 평범한 월급쟁이의 인생은, '인생 매너리즘'에 빠지기 참 좋은 거 같다. 나처럼 기본적으로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은 특히 더. 환경적으로도 노잼일 수밖에 없는 게, 열정적으로 사랑할 상대도 없고 특별히 취미 생활(뭔가 이것저것 있긴 함)에 몰두하지 않으며 음주가무조차 의미 없게 느껴지니.. 이 상태에서 인생이 재밌게 느껴지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출처 : 인스타그램 @g_zaing
이런 시기에는 늘 속으로 '이대로 죽어도 크게 여한이 없을 거 같다'며 되뇐다. 그렇다고 딱히 막 엄청 우울해하거나 자살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이러다 어떤 원치 않은 사고로 내가 죽더라도 '아, 재미없는 인생이 드디어 끝나가는구나'하고 미련 없이 삶을 놓을 수 있겠다 싶은 거지.
처음에는 이런 기분을 애써 부정하고 또 이것저것 하면서 노잼을 잼(?)으로 만들어보고자 억지로 노력했지만, 이상하게 그럴수록 허무함만 커져갔다. 애초에 흥미가 없는 것들로 내 기분이 재밌어질 리가 없지. 그 이후로는 딱히 고치려고 하지 않았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단지 하나뿐인 자식 된 도리로 부모님께 죄송스러울 따름.
어떤 지인들은 내가 부족한 것이 없어서 욕심도 없고 인생도 노잼이라고들 한다. 어느덧 소개팅에서 '저는 전세 원룸에 살고요, 차는 없어요'라고 얘기하면, 분위기가 서먹해질 나이가 된 내가 부족한 게 없다니? 부족한 것은 부족한 데로 큰 불평과 불만 없이 그냥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차는 아직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의욕도 없으며, 하기 싫은 것만 늘어가는 요즘. 최근에 내 삶이 재밌게 느껴졌던 시기를 떠올려보니 내 인생 노잼 시기를 끝낼 수 있는 것은 어떤 '물건'이나 '행위'가 아닌 어떤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분명히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