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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극장옆골목 Apr 27. 2021

퇴교할 사람 거수해

우리나라 밀리터리 예능의 시작은 '진짜 사나이'였다. 이 방송은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군에 입대해 현역들과 함께 군 생활을 체험하는 예능이다. 이는 육군과 해군, SSU와 해병대, 그리고 유해발굴단까지 다양한 군부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리얼 입대'를 표방하면서도, 과도한 설정과 작위적인 각본으로 군에 대한 인식을 왜곡해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예능의 '웃음 포인트'가 기초 체력이 부족하거나 한국어가 서툰 출연자들이 어리바리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이런 가학성 논란은 '가짜 사나이'에서 더욱 불거졌다. 이 인터넷 방송은 일반인들이 강도 높은 특수부대 훈련을 받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출연자들은 첫 훈련과정부터 게거품을 물고 구토를 한다. 버거운 훈련의 강도는 그렇다 쳐도, 끊임없는 욕설과 인신공격, 폭력과 가혹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원한다면 언제든 퇴교할 수 있는 그들이 외쳤던 '할 수 있다'라는 말. 그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하지만 이 방송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공중파 예능 방송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악질 교관의 대명사는 영화 '풀 메탈 재킷'의 하트먼 상사다. 그는 미국 해병대 신병 소대장으로, 훈련병들에게 속사포처럼 폭언과 인신공격을 쏟아내고 구타를 일삼는 인물이다. 특히 군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던 훈련병 레너드가 가장 많이 당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런 '정신개조' 훈련이 그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기억할 것이다. 훈련소 마지막 날, 그는 '7.62mm 풀 메탈 재킷'을 읊조리며 하트먼 상사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또 한 번 밀리터리 예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최정예 군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부대를 대표해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강철부대'다. 앞선 방송들과 달리, 출연자들은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을 경험한 예비역들이다. 그래서 그저 가혹 행위에 괴로워하는 모습 외에 다양하고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특수부대의 강인한 모습과 전우애, 극한의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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