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살지?'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비슷비슷한 하루하루 속에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시간은 지루하고 행복은 너무나 소소할 때. 또는 피할 길 없는 큰 상실을 겪어야 할 때. 그럴 때면 늘 의문이 든다. 나는 왜 사는지. 나는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 건지.
이 질문에 법륜 스님은 '이유보다 존재가 앞선다'라고 답했다. 우리가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에, 그 이유를 찾기란 불가능하다고. 그러니까 삶에는 의미도, 이유도 없다. 그냥 사는 거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안 죽어서 사는 셈이다. 그래서 그는 '왜' 사는지 보다는,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 보라 권한다. 처음부터 삶의 이유가 베풂인 사람은 없고, 그저 베풀면서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나이 먹도록 그럴싸한 삶의 이유도, 어떻게 살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없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막연한 욕심은, 내 소중한 시간을 앗아가고 나를 괴롭게 만들 뿐이었다. 그저 내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봤다. 팬데믹이 만든 변화 중 하나다. 리스트에 '100억 부자 되기'나 '건물주 되기' 같은 것 말고, 이번 생에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걸 적어봤다. 제주도 한 달 살기, 내 작업실 만들기, 내 글씨체로 폰트 만들기 등. 당장 마음만 먹으면 해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내가 만들지 않은 인생에 인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내가 만든 버킷리스트나 후회 없이 완성하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