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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데미안 Jul 04. 2023

7월 3일 월요일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얼마 전부터 왼쪽 검지 손가락 마디가 욱신거렸다. 어디에 충격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타박상이나 외부에서 기인한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하면 미세하지만 다른 손가락들도 살짝 저린 느낌이 들었다. 이 증상을 들은 아내가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는다. 생각해 보니 많이 걷지 않았고, 자리에 앉아만 있었는데도 종아리가 불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것도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손과 다리에 저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아침 9시가 되자마자 가까운 차량정비소를 방문했다. 최근 2차례 운전 중 갑자기 RPM이 오르며 백색매연을 뿜어내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비소에서는 배기가스가 배출되는 관이 여러 찌꺼기로 막혀서 배출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혀있던 배기가스가 한 번에 뿜어져 나오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기가스가 지나는 관을 깨끗이 청소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나의 자동차도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혈관은 하루아침에 막히지 않는다. 오랜 시간 좋지 않은 식습관과 부족한 유산소 운동의 생활습관이 축적된 산물이다. 자동차도 여러 가지 오일과 정기적인 검진을 잘 챙기지 못했던 탓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평소에 꾸준히’라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바로 그것들..


바쁘다는 핑계로 당장 발생하는 지출이 아까워 몸과 자동차를 좋지 않은 상황으로 방치했던 지난날이 후회로 남는다. 태초에 깨끗한 혈관으로 태어나 살아오면서 나 스스로 이것들을 망가트리며 살아왔던 것 같아 생각보다 큰 자괴감이 들었다. 후회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앞으로의 생활 습관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앞으로 나의 생활에 꽤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이 아마도 ‘유산소 운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르고 계속해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지상 최대의 우량주 나의 몸무게, 새 옷을 사고 싶지 않게 만드는 늘어난 뱃살과 허리둘레, 언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를 정도로 달라진 나의 몸을 보며 무심했던 나를 한번 더 꾸짖어 본다.


그래서 오후에는 바로 운동화를 단단히 챙겨 신고 집 근처에 있는 그리 높지 않은 ‘할매산’을 올랐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산이 아닌지라 정상을 찍고 내려가는 길에 이정표가 없는 갈래길을 여럿 만났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길을 헤맨 덕분에 1시간을 꽉 채우고 기분 좋은 땀을 흘렸다. 이 또한 일회성 다짐이 아니라 꾸준히 생활의 일부처럼 습관이 되어야 할 텐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럴 때면 변해버린 나의 몸과 오늘 흘린 기분 좋은 땀을 기억해야 한다. 적어도 7월 한 달은 꾸준히 해보고 싶다. 아니 해내야만 한다. 앞으로의 수십 년을 좌지우지할 나의 건강이 달린 문제이다.


피는 혈관을 타고 멈추지 말고 흘러야 한다. 멈추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화려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멈추지 말고 꾸준히 어딘가를 향하여 흐르는 것이 중요함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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