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의 계획은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내일 떠나는 여행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 날 늦게 자서인지 오전부터 너무 졸렸다. 게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로 밖에는 시원한 장대비까지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소파에 불편하게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잠이 들었다. 웅크린 자세가 불편하여 몸을 돌려 누우며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서 도서관에 가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약 1시간쯤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을 비비고 시계를 보았다. 말도 안 돼… 왜 벌써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었지? 그렇게 누워서 4시간을 잤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나의 계획은 시작부터 삐그덕 거렸다.
허탈한 마음에 세수를 하고 밖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비도 어느새 그치고 있었다. 이렇게 망쳐버린 오늘의 계획에는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았으며, 점심식사도 하고 모처럼 영화도 한 편 볼 겸 해서 인근 극장으로 향했다. 식사 후 입장한 극장 상영관에는 중학교 학생 한 무리, 아니 한 학교의 한 학년 전부가 온 듯했다. 상영관을 가득 채운 중학생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내 자리에는 이미 다른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어서 내가 자리를 피해 다른 빈자리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어찌나 떠들던지 평소의 나 같았으면 매우 불편한 마음이 컸을 텐데, 오늘은 오랜만에 극장에 온 학생들이 얼마나 즐거우면 저렇겠느냐는 생각이 앞섰다. 그렇게 영화는 소란한 틈에서 무리 없이 마무리되었고, 나는 그다지 큰 감명을 받지는 못한 영화였다.
하루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나의 뜻대로 된 것이 거의 없는 하루였다. 내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좀 아쉬웠지만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 하루 또한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늘 예상하고 가던 길만 가던 나에게 생각지 못한 길과 장애물들이 오늘의 하루를 더욱 활기차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어 준 것 같기도 하다. 가끔씩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선물 같은 하루를 만나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