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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데미안 Jul 18. 2023

7월 17일 월요일

웨스트엔드 첫 뮤지컬


아침 일찍 런던으로 넘어와야 했기에 잠을 설쳤다. 새벽 알람을 못 들을까 불안함에 1시간마다 잠에서 깼고, 그렇게 선잠을 반복하다 새벽같이 호텔을 나섰다. 런던으로 넘어오는 유로스타 기차를 타고 2시간가량 지났을 때 빗방울이 흩날리며 영국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하늘은 매우 푸른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놀랍다.


런던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경, 에어비앤비 체크인은 오후 4시. 5시간을 편하게 보내기 위해 숙소에서 가까운 캐리어 보관서비스를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서비스 신청은 QR을 통해 오직 온라인으로만 가능하다고 한다. 내 스마트폰 상태를 보여주고 다른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으나 직원은 ‘only online’이라는 말만 반복하여 앞에 있는 QR만 가리킨다. 나도 다른 방도가 없기에 ‘I’ll try’라고 말한 뒤 암세포가 퍼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돌리며 가까스로 성공했다. 이번 여정 중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짐을 맡기고 영국박물관으로 향했다. 피로의 누적 때문인지 이제 막 출발했는데 벌써 다리가 아프다. 연이어 기름진 음식을 먹은 탓인지 속도 더부룩하다. 더위에 계속해서 찬 음료를 마셨더니 배가 부글부글 끓는다. 첫날에 이어 다시 컨디션이 난조다. 그런데 오늘은 7:30에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기로 예약을 한 날이다. 취소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4시가 되기만을 기다려 체크인을 하고 침대에 누워 지친 몸을 달랜다. 머릿속 한편에서는 나가기 싫다.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마침 배도 출출해져 5시 30분쯤 되어 다시 나갈 채비를 한다.


숙소가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탓에 근처에 먹을 음식은 죄다 중국음식이다. 메뉴 선택의 실패를 피하기 위해 가장 프랜차이즈처럼 생긴 곳을 찾았다. [Kung Fu Noodle]이라는 곳인데 메뉴판에 사진이 없다. 영어와 중국어로 써져있어서 메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가장 익숙한 완탕을 시켰다. 나의 기대와는 좀 다른 모양이었지만 그런대로 한 끼를 채우고 공연장으로 미리 발길을 옮긴다.


미국에 브로드웨이가 있다면 영국엔 웨스트엔드가 있다. 공연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 여러 공연장이 보인다. 유명한 뮤지컬 작품의 포스터와 간판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내가 볼 맘마미아 공연장 앞에 도착했지만 1시간이나 남았다. 피곤에 절어 더 이상 이동하고 싶지도 않다. 근처 벤치에 앉아서 퇴근하는 영국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데, 파리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런던의 사람들은 뭔가 더 열정적이고 전문적인 라이더 같아 보인다. 기분 탓이겠지..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과 멍 때림으로 드디어 시간을 채우고 공연장 앞에 줄을 선다. 월요일 저녁 시간이었지만 공연장은 매진으로 보일만큼 관객으로 가득 찼다. 일찍 줄을 선 덕분에 빠르게 공연장에 입장을 했다.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이 공연장은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졌으나 사운드도 좋고 공연을 관람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관객이 들어차고 시작시간이 되자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을 연주한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기분이 좋아진다.


결론을 말하면 공연은 너무나 좋았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점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공연장에서 음료,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판매를 한다. 공연을 즐기면서 함께 먹을 수 있다.

2층 좌석 제일 앞열에 앉은 사람들은 아래의 무대를 잘 보기 위해 앞의 난간에 턱을 괴고 관람을 한다. 그런 모습이 더욱 공연에 집중을 하게 만든다.

맘마미아 한국 공연은 보지 못해서 모르겠는데, 커튼콜 때는 거의 콘서트 급의 앙코르가 이어진다. 무대와 객석은 함께 춤추며 노래하며 하나가 되어 음악과 춤을 즐긴다. 이때 아래를 보니 ‘No Photo’ 안내판을 들고 있는 안내 직원들도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며 공연장의 흥을 돋운다.

우리나라 공연은 다소 엄격한 분위기가 있는 반면 이곳의 공연은 비교적 자유롭고 관객에게 관대한 편이었다. 이런 자유로움이 무대공연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공연이 끝나니 오늘의 힘겨움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다.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맘마미아 공연의 특성에 맞게 배우들은 사랑스러웠으며, 노래는 흥겨우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특히 ‘Winner takes it all’을 열창하는 도나의 카리스마는 정말 잊고 싶지 않다.


내일은 기대하고 기다리던 [레미제라블] 공연을 끝으로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아직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겠으나 런던은 내게 뮤지컬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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