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밀도
경험이란 무엇일까.
아래 그림을 보자.
어떤 사람이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서 있는데
내가 이걸 보고 그냥 지나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면 그냥 사람 하나 개 한마리 일 뿐이니까.
그런데 내가 지나가다가 개를 확 걷어찼다고 하자.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경찰이 올지도 모른다. 아무튼 어떤 일이 일어날 텐데, 그 뒷일을 내가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럴 때에 나는 경험의 밀도가 짙어진다.
어느 유명한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 가게에 가서 먹으면서 앉아있는데, 어떤 어르신이 백팩을 메고 들어오길래
어디서 봤는데... 했는데, 예전에 인터뷰 기사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아, 이 가게 대표님이구나.
한 30분 정도를 고민했다. 말을 걸어볼까 말까. 워낙 유명한 분이라서. 안면도 없는데 가서 뭐라고 말할래?
내면의 소리를 묻고 또 묻고...
평소에 그분의 선한 모습을 매체로 많이 지켜봐왔던 터라, 그냥 지나가기는 너무나 아깝고, 말을 꼭 걸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뭐라고 말할래? 사심이 있어 보이지 않을까? 말을 왜 걸고 싶은건데?
한참을.. 그러다가
감사를 전하자 - 고 정하고서, 불쑥 다가가서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주셔서 젊은이들 좋은 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직접 뵌 것은 처음이지만 이 분의 가게를 보면서 정말 훌륭한 경영자라고 생각했던 터라
감사할 일이 맞아서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인연이 되어 몇번 더 뵙고, 젊은 사람으로서 보기 드문 어른이라는 경험과 기억을 얻고, 또 감사하면서 헤어졌다.
그런 것 같다.
그냥 지나쳤으면 아 그냥 그랬어 - 하고 지나갔을 일.
지나가다 모르는 개를 발로 걷어차면 싸움이 나고 (좋은 경험은 아니겠지만) 밀도가 진한 경험이 생기듯
내 삶의 순간을 그냥 흘러가는대로 보내지 않겠다 - 그런 마음으로
그냥 놔뒀으면 A로 갔을 길이
내가 그냥 놔두지 않았기 때문에 B로 간다면
그것이 어느 결과로 갔든, 밀도가 진한 경험으로 나에게 남는다.
그러면 그런 진한 경험들이 내 안에 켜켜이 쌓여서
나는 나 로서 살게 된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가만 놔두지 말자. 핸들을 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