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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파이 Dec 04. 2023

'스포츠는 산수가 아니다' 수원 삼성 강등의 의미

동기부여 없는 스포츠는 무의미하다

1998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수원 삼성은 K리그 최고의 엘리트 축구 클럽이었다. FC서울과 함께 K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클럽으로 기록되어 있다. 


사샤, 데니스, 산드로 등 역대급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선수들을 비롯해 국내선수들도 이운재, 서정원, 고종수, 박건하, 최성용, 송종국, 조원희, 백지훈 등 스쿼드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찬란한 역사를 가진 수원 삼성이 지난 주 K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2부리그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됐다. 


전북도 이정도 우승기록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병폐를 총망라한 사례 '수원 삼성'

수원 삼성의 몰락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래도 수원 삼성이 몰락하게 된 분기점을 꼽는다면 2014년 4월 법인화된 수원삼성을 제일기획이 인수한 직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제일기획이 인수한 이유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회장님의 취미생활 정도로 취급받던 프로 스포츠 구단을 스포츠 산업에 자생할 수 있는 팀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그 일환으로 수원삼성을 비롯해 삼성 라이온스 야구단과 삼성 썬더스 농구단, 수원 삼성 블루윙즈-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도 모두 제일기획 휘하로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2014년 이후 행보를 보면 스포츠 산업의 자생 능력보다는 스포츠에 들어가는 돈을 최소한으로 줄여 비용 효율화를 목표로 했다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2011년에만 축구단에 411억의 운영비를 투자했던 삼성은 2023년 200억대(추정)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자체 수익은 조금씩 상승세를 그리긴 했지만 한국 스포츠팀 사정상 기업 지원비가 매우 중요한데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물가상승이나 세계적인 축구 시장의 성장에 반비례하는 운영비 변화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삼성이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줄이게 된데는 여러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가적인 행사였던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동계 스포츠에 투자하기 위해 기존 스포츠단의 예산을 줄였고,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삼성이 더이상 브랜드 광고 효과를 위해 스포츠단에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었다. 그 결과 첼시 스폰서에서도 빠졌고 삼성중공업 럭비단과 승마단, e스포츠단이 해체하는 등 노골적으로 스포츠판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기존 야구-축구-농구-배구단도 팬들과 사회적인 이목 때문에 해체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사회공익적인 목적이 큰 프로스포츠에 최소한의 비용을 투자해 욕을 먹지 않을 정도의 효율만 뽑아내면 된다는 기조가 스포츠단을 지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프로 스포츠단에 투자와 목표가 사라지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매년 성적을 향상시키거나 선수를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긴 안목으로 선수를 영입하고 성장시켜야 하지만, 당장 수익계산표의 숫자에 매달리게 되면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꺾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일기획으로 인수되어 예산이 깎였다고는 하지만 수원삼성과 비교해 100억 가까이 부족한 운영비를 쓰는 광주FC나 200억대의 돈을 쓰는 포항 스틸러스보다도 성적에서 밀리는 결정적인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프로스포츠단을 계륵처럼 여기며 비용 효율화에 지나치게 목 메는 사례는 최근 KBO리그의 SSG 등 다른 종목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의미없는 폭탄 돌리기.. 결국 레전드까지 희생시키다

2023시즌 수원 삼성은 10라운드까지 승리 없이 2무 8패를 기록했다. 2022시즌 오현규의 성장 덕에 강등권을 벗어나 10위를 기록했지만, 아무 대책없이 오현규를 셀틱으로 이적시키자 전력 공백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원팬들은 찬란했던 영광의 시대보다 줄어든 지원비로 인해 성적이 하락하는 것과 팬들과 소통하지 않는 프론트에 불만이 쌓여 경기마다 격앙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팬들의 항의는 당연한 부분일 수 있는데, 프론트는 이런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며 책임 회피를 위해 감독을 갈아치우는 선택을 내린다.


프론트에 의해 선수단의 수장이 좌지우지되는 모습이 노출되면 선수들은 감독이나 코치들 보다 프론트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의견에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생존본능이 필요한 경우 영악하게 움직이게 DNA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3시즌에만 이병근-최성용(대행)-김병수-염기훈(대행) 등 4명의 감독을 거쳤고, 3명의 수석코치가 팀을 이끌어야 했다. 


형편없는 전력과 사령탑을 의미없이 갈아치우는 만행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팀이 제대로 굴러갔을리가 없다. 결국 2023시즌 강등이 확정되면서 차기 감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레전드 염기훈은 '강등 감독'이란 낙인이 찍혀 지도자로 언제 다시 복귀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흥분한 팬들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염기훈 감독 뒤에 숨은 삼성 스포츠단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몇몇 희생양을 만들어낸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결국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프로스포츠단도 긴안목과 목표, 구성원의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이란 조직 안에서도 한미한 조직인 스포츠단에서 그런 꿈을 그리는 리더가 나타나 수습할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때 정유라에게 말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 신세를 져야했던 이재용 회장이 스포츠단에 관심을 가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팬들은 오랜 시간 인내하고 기다려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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