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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파이 Dec 24. 2023

KBO리그의 샐러리캡은 뜯어고쳐야 한다.

고민없이 도입한 제도가 남긴 대가

지난 12월 14일 KBO리그 각 구단 단장들이 모인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각종 사안들 중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샐러리캡 한도 증액'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1월 샐러리캡 도입을 결정하고 2023년부터 제도가 실행된지 1년만에 수정 논의가 나온 것이다. 일부 구단의 투정 수준이 아니라 과반이 넘는 구단이 강력하게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요청할 정도로 강력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실행 1년만에 수정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반대 논리를 꺾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반대 목소리가 강하다면 2024년 연말 실행위원회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대체 샐러리캡은 무엇이고, 현재 KBO리그에 도입된 제고의 문제점은 무엇이길래 이 난리가 난 것일까? 


샐러리 캡의 출발 '리그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운영 가이드'

샐러리캡은 1970년대 NBA를 중심으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공식 도입은 1984-85시즌부터 이루어졌다. NBA에서 샐러리캡 제도가 잘 정착한 것이 확인되자 1994년 MLS를 시작으로 1994-95시즌 파업이 끝난 MLB 등 다양한 리그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샐러리캡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리그에서 합의를 통해 정한 연봉 총액을 넘지 않는 선에서 팀을 운영해야 하는 제도다. 팀을 운영하는 구단 입장에서 선수들의 연봉을 제어할 수 있는 샐러리캡 제도는 비즈니스적으로 매우 환영할만한 요소가 많다.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거나 재계약을 맺어야 할 경우 샐러리캡을 이유로 계약 규모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샐러리캡을 도입한 KBO리그 구단들도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대폭 줄어든 상황을 극복하고 선수들의 계약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같은 이유였다. 


또한 샐러리캡은 비이성적으로 과열된 시장 상황 때문에 구단들이 파산하고 리그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1970년대 줄리어스 어빙과 릭 배리 등 슈퍼스타들을 거액으로 영입해 NBA를 위협하던 ABA가 선수들 몸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한 사례나 펠레, 베켄바워, 크루이프를 영입하며 기대치가 높았던 미국 프로축구 리그가 1984년 한차례 사라진 사태 등이 바로 샐러리캡의 효용성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로 거론된다.


몇몇 부자 구단의 돈폭주를 견제하여 리그 전력 평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점도 샐러리캡의 큰 장점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샐러리캡은 명확한 단점도 갖고 있다. ABA나 미국프로축구와 반대사례로 지나치게 샐러리캡이 빡빡하게 운영될 경우 구단의 투자 자체를 소극적으로 만들어 리그 흥미도나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농구나 배구리그에서 이런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 시작했고, 2023년 연말이 되자 KBO리그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큰 고민 없이 미봉책으로 샐러리캡을 도입한 대가를 치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폐지 혹은 보완이 필요한 KBO리그 샐러리캡

샐러리캡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몇몇 구단의 돈폭주 혹은 리그 전체적으로 비정상적인 투자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KBO리그는 근본적으로 그런 걱정을 해야할 정도로 대형 자본이 좌지우지하는 리그가 아니다보니 샐러리캡 제도 자체가 필요한지에 대한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 


게다가 막상 샐러리캡을 위반하더라도 제재 수준이 매우 약한 편이다. 

1회 초과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

2회 연속 초과시 초과분의 100% 제재금 납부, 다음해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3회 연속 초과시 초과분의 150% 제재금 납부, 다음해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이 정도는 징계라기 보단 누진세 개념의 핸디캡 정도로 인식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또한 샐러리캡 제도가 적용되도 여전히 A급 스타 선수들은 역대급 규모의 계약을 따내는 것은 여전하다. 이로인해 후보급 선수들이나 한팀에서 오래 뛴 프랜차이즈 베테랑 선수들이 원하지 않는 이적이나 은퇴를 강제당하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샐러리캡 제도를 유지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쓰지 말아야할 명분은 챙기면서 억울한 희생자만 만들어내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샐러리캡 도입기 가장 빨랐던 NBA는 예외규정을 두는 소프트캡을 적용하며 선수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매우 디테일한 규정들을 갖고 있다.  Larry Bird exception 외에도 Early Bird exception, Rookie exception, Minimum Player Salary Excepion, Non-Taxpayer Mid-Level Exception, Taxpayer Mid-Level Exception, Room Mid-Level Exception, Bi-Annual Exception, Diabled Player Exception 등 공부를 해야할 정도로 종류도 많고 내용도 복잡하다. 


도입을 검토할만한 제도들을 몇가지 소개한다면..


Larry Bird exception(래리 버드 예외규정): 한 팀에서 오래 뛴 프랜차이즈 스타를 샐러리캡 문제 때문에 이적시켜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한 팀에서 3시즌 이상 뛴 선수는 샐러리캡을 초과하더라도, 계약기간 최대 5년까지 최대 8%의 연봉 상승률로 계약이 가능하다. 


Rookie exception(루키 예외규정):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된 신인선수들을 '루키 스케일'로 정해진 금액 내에서 계약할 수 있는 조항이다. 총 4년가나 루키 스케일 계약이 만기되면 구단은 선수에게 1년마다 단기 계약을 제시할 수 있고 선수는 이 계약에 응하거나 FA권리를 획득한다. 제한적 FA일 경우 다른 팀이 제시한 FA계약을 소속팀이 매치시킬 경우 소속팀에 남아야 한다. 


Mid-Level Exception(중급 예외 조항) : 보통 MLE로 불리는 이 규정은 백업 선수 영입이 필요한 구단들이 많이 사용한다. 이 규정을 활용하면 구단이 사치세 규정 라인을 넘겨도 리그 평균 연봉을 주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부상이나 여러 변수로 신규 선수 영입이 필요할 경우 자주 사용한다. 


Designated Player Ruel(지정 선수 제도) : 보통 DPR로 불리는 이 규정은 MLS(미국 프로축구)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MLS는 하드캡을 쓰지만 최대 3명의 선수를 지정해 연봉 제한없이 영입할 수 있다. 2023년 마이애미가 리오넬 메시를 영입할 때 바로 이 규정을 활용했다. 


이외에도 일부로 탱킹하며 극도로 낮은 샐러리캡 라인을 유지하는 팀을 막는 제도 등 KBO리그도 샐러리캡의 제도 보완이나 폐지를 고민해야 한다. 1년만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문제가 속출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800만 관중을 동원하며 부흥의 날개짓을 편 KBO리그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불과 10년전 몇몇 팀들의 파행적인 운행으로 인해 낭패를 볼뻔 했던 경험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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