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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묵은 저주를 날려버린 2004 보스턴

복수의 나의것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by 스포츠파이 Ap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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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는 지금도 MLB를 대표하는 라이벌이지만, 2000년대 초반 두 팀의 라이벌리는 앙숙이란 단어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지금은 거대자본을 앞세운 LA 다저스가 리그 최강팀이자 모두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2000년대엔 뉴욕 양키스가 ‘악의 축’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슈퍼스타들을 끌어모으며 최강 팀으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보스턴은 양키스를 맹렬히 추격하지만, 2%가 부족해 항상 2등에 머무르는 팀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80년 넘게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리던 보스턴 팬들의 간절함이 극에 달했던 시절입니다. 마치 KBO리그의 한화나 롯데 팬들이 갖고 있는 정서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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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열성적인 팬을 보유한 팀이지만 실력과 성적이 따르지 않아 2등에 머무는 보스턴을 두고 뉴욕 양키스 팬들은 라이벌 취급도 과분하다는 조소가 저변에 깔려있었습니다.


이런 구도는 2002년부터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저주를 깨려면 파격이 필요하다? 20대 단장의 등장


2002년 시즌이 끝난 후 보스턴을 인수한 존 헨리 구단주는 29살의 예일대학 출신 ‘비야구인 출신’ 테오 엡스타인을 단장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합니다. 당초 오클랜드에서 ‘머니볼’ 신화를 세운 빌리 빈 단장을 영입하려 했지만, 빌리 빈이 가족들의 만류로 마음을 돌리며 보스턴의 제안을 거절하고 엡스타인을 추천한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단장들은 50대들이 대부분이고 빌리 빈 단장도 30대 후반의 나이였던 상황에 20대 단장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단장 취임식 언론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합니다.” 라며 도발적이면서도 당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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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행보는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매우 과감한 선수 영입을 이어갔습니다. 마이애미에서 평범한 내야수였고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 이적이 확정적이었던 케빈 밀라를 영입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MLB에선 해외리그 이적이 확정된 선수는 하이재킹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는데 과감하게 깬 것이었죠.


성적은 평범했지만 팀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로 제격이라 판단한 엡스타인은 밀라에게 계약을 제시합니다. 밀라는 일본 이적 축하파티까지 마친 상황에서 보스턴의 계약 제안을 받자 흔쾌히 미국 잔류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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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미네소타에서 수비 못하는 뚱보 취급을 받으며 방출 위기에 놓였던 데이비드 오티즈를 영입하며 향후 MVP급 지명타자로 성장할 핵심타자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영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시즌 도중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주자 허용률이 매우 낮고 삼진율이 높았던 김병현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보스턴을 우승후보로 탈바꿈시킵니다.

시즌을 95승 67패로 마감한 보스턴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오클랜드를 상대로 3승 2패 극적인 역스윕을 만들어내며 AL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상대팀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월드시리즈 3연속 우승의 주인공이자 이전 7시즌동안 5번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뉴욕 양키스였습니다. 보스턴 팬들에겐 보스턴의 꿈을 가로막는 마지막 빌런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역대급 명승부의 희생양이 된 2003년 AL 챔피언십 시리즈

2003 ALCS는 양키스의 우세라는 예상과 달리 시리즈는 치열한 접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를 앞세운 보스턴이었습니다.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에이스 투수들을 소모한 보스턴은 웨이크필드를 어쩔 수 없이 1차전 선발로 기용했는데, 하늘에서 둥둥 떠다니는 듯한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웨이크필드는 양키스 강타자들의 방망이를 무력화시키며 6이닝 2피안타 2자책점으로 잘 막아냈고, 데이비드 오티스-토드 워커-매니 라미레즈의 홈런이 잇달아 터지며 1차전을 5-2로 가져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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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키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포스트시즌만 들어가면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거듭나는 앤디 페티트와 로저 클레멘스가 호투를 펼치며 2-3차전은 양키스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자칫 양키스의 페이스로 넘어갈 수 있는 4차전, 1차전의 영웅인 웨이크필드가 다시 선발투수로 나서 이번엔 7이닝 1실점으로 양키스 타선을 봉쇄하고 3-2 승리를 가져갑니다. 웨이크필드는 보스턴팬들에게 단기필마로 적을 향해 돌진하는 영웅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습니다.


5-6차전을 나눠가진 두 팀은 2003년 10월 17일 운명의 7차전을 갖습니다.


이 경기는 ALCS의 명승부를 회자할 때 두고두고 나오는 경기 중 하나입니다. 보스턴의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7회까지 2실점으로 잘 틀어막고 8회 5-2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자신은 마운드를 내려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스턴의 그레디 리틀 감독은 “에이스가 중요한 순간 책임지고 막을 것이다.”라는 , 지금 야구계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직감을 믿고 마르티네스를 8회 마운드에 올리는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이미 7회까지 전력투구를 펼치며 힘이 빠졌던 마르티네스는 8회 동점을 허용하며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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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질 투수가 없어 3일 전 7이닝 피칭을 펼친 팀 웨이크필드가 등판할 정도로 선수들은 투혼을 불태웠지만, 연장 11회말 웨이크필드의 유일한 실투가 양키스의 3루수 애런 분의 방망이에 걸리며 끝내기 홈런으로 시리즈는 마무리됐습니다. 분의 홈런이 터지는 순간은 MLB 역사에서도 가장 극적인 포스트시즌 끝내기 홈런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습니다. (물론 바로 1년 뒤 보스턴도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듭니다.)

눈앞에 있던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친 보스턴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오열할 정도로 분함을 풀지 못했습니다. 특히 끝내기 홈런을 맞은 웨이크필드를 달래느라 2-3명의 동료들이 붙어야 할 정도였죠. 이해할 수 없는 투수 운영으로 패배를 자초한 리틀 감독의 경질은 기정사실이었습니다. 엡스타인 단장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마르티네스를 8회에도 마운드에 올린 리틀을 경질하고 당시 코치들 중 야구 기록 데이터의 이해도가 좋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의견 교환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테리 프랑코나 전 필라델피아 감독(97~00)을 새로운 감독으로 지명합니다.

보스턴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야심 차게 시작한 2004시즌! 하지만..


2003시즌이 끝난 후 엡스타인 단장은 양키스를 따라잡기 위해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시도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서 말이죠. 바로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MVP로 선정되며 리그 최고의 타자이자 슈퍼스타로 평가받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려 했습니다.

엡스타인이 이 트레이드를 통해 몸값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팀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고 있던 매니 라미레즈를 처분하고, 유격수 포지션에 수비 불안을 노출하던 노마 가르시아파라 정리하려 했습니다. 가르시아파라를 3각 트레이드로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내고 공수에서 무난한 육각형 선수인 매글리오 오도네스를 받아오면 공-수의 전력 안정화를 꾀할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가르시아파라가 당시 보스턴 팬들에게 ‘보스턴의 심장’이라 불리는 슈퍼스타였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트레이드라 판단한 것입니다.

로드리게스가 보스턴행을 강하게 원하고 자신의 연봉도 삭감하는 조항까지도 감수하며 팀들 간의 협의가 완료됐습니다.u.be/CV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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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레이드는 2003년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며 모든 미디어가 집중 취재를 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언론들은 선수들에게 트레이드에 대한 소감을 물었고, 보스턴에서 입담이 좋은 선수로 평가받던 케빈 밀라에게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대신해 로드리게스가 오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에 다른 선수라면 정치적이며 무난한 답을 했겠지만, 밀라는 “로드리게스가 오면 팀은 더 강해질 것.”이라며 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무시하는 발언을 남깁니다.


이 트레이드가 잘 마감됐다면 큰 문제없이 넘어갈 일이었겠지만, 문제는 이 트레이드가 선수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는데 있습니다. 로드리게스가 자신의 연봉을 삭감한다는 조항을 문제삼은 선수노조는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았고, 결국 연관됐던 선수들은 원래 소속팀으로 돌아옵니다. 가르시아파라는 트레이드를 시도하려던 팀과 자신을 무시한 팀 동료에게 매우 큰 상처를 받고 단단히 삐진 티를 내기 시작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보스턴이 놓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며 라이벌팀이 더 강해지는 악재가 발생합니다. 2003년 ALCS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애런 분이 오프시즌 농구를 하다 시즌-아웃 부상을 당하자 발 빠르게 트레이드로 로드리게스를 영입한 것입니다. 소리아노와 마이너리그 유망주, 연봉보조를 제안한 양키스의 제안을 텍사스가 받아들였고, 이번엔 선수노조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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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전력을 보강해도 모자란 판에 라이벌의 전력 보강을 지켜보고, 팀 내부 마찰만 발생한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사태에 혼란을 느끼며 방황했을 수 있지만, 엡스타인 단장은 플랜B로 빠른 전략 수정에 나섭니다. 양키스를 따라 타격을 보강하기보다는 에이스 투수 보강으로 방향을 전환해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의 우승을 이끈 커트 실링을 4:1 트레이드로 영입하는데 성공합니다. 여기에 더해 오클랜드에서 43세이브, 평균자책 2.08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떠오른 키스 폴크까지 FA로 영입하며 마운드 강화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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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라면 지난 시즌 양키스와 접전을 펼쳤던 팀 전력에 마운드 강화에 성공한 보스턴이 승승장구해야겠지만, 로드리게스 트레이드 실패로 인한 팀 내 불화가 2004시즌 초반 내내 팀의 발목을 잡습니다. 가르시아파라는 대놓고 태업을 벌이며 “나야 밀라야?”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고, 매니 라미레즈는 타 팀 이적을 꿈꾸며 다른 팀 관계자와 공공연하게 만나고 다녔습니다.


선수들끼리 팀워크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구조였죠. 결국 2004년 6월 보스턴은 가르시아파라를 시카고 컵스로 보내고 유격수 수비 스페셜리스트인 올랜도 카브레라와 미네소타의 1루수 덕 민케비치를 영입하며 팀 내 불화를 정리하는데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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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승 64패로 이번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보스턴은 디비전시리즈에서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3승 0패로 스윕하며 ALCS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ALCS에서 지난 시즌 자신들을 울린 양키스와 재대결을 펼칩니다.


'미라클 보스턴'을 만든 2004년 AL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은 보스턴의 불운으로 시작합니다. 2004시즌 21승 6패, 평균자책 3.26을 기록한 에이스 커트 실링이 ALDS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실링이 1차전 3이닝 6실점을 내주고 초반에 무너지며 팀은 7-10으로 패했습니다. 에이스가 무너지자 2-3차전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했는데, 특히 3차전은 8-19 대패를 당했습니다. 압도적인 패배에 모두 양키스의 스윕을 예상했고, 엡스타인 단장도 체념한 상황에서 맞이한 4차전 반전이 일어납니다.

9회말 1점차로 리드한 양키스는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를 앞세워 시리즈 종료를 준비합니다. 당시 리베라는 강력한 커터를 앞세워 사실상 ‘무결점 수호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모두가 경기 종료를 예상했던 순간 선두타자인 케빈 밀라가 볼넷으로 진루합니다. 여기서 대주자로 투입된 데이비드 로버츠(현 LA 다저스 감독)가 결정적인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무사 2루의 기회를 잡습니다. 이 도루는 당시 경기장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는 순간 이루어지며 보스턴의 저주가 깨지는 순간이자 ‘The Steal’로 회자됩니다. 2003년 애런 분의 끝내기 홈런과 함께 MLB 역사를 장식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로버츠의 사활을 건 도루 성공에 이어 빌 뮬러가 적시타를 터트리며 경기는 4-4 동점을 이루며 연장전에 접어들고, 연장 12회 터진 데이비드 오티즈의 끝내기 투런 홈런으로 보스턴은 반격의 1승을 따냅니다.


이전까지 MLB 역사상 0승 3패로 몰렸던 팀이 4연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뒤집은 경우가 없었지만, 5차전도 연장 14회 데이비드 오티즈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2승 3패가 되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6차전 보스턴의 선발은 발목 부상 중인 커트 실링이었습니다. 발목 인대가 끊어져 정상적인 투구가 불가능했던 실링은 그 전날 끊어진 인대를 임시로 다른 근육에 붙이는 ‘미친 결정’을 내리고 마운드에 오릅니다. 수술 때문에 발목에 피는 계속 새어나와 양말을 빨갛게 물들였지만, 실링은 7이닝 4피안타 1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어냅니다. 세간에는 실링이 멀쩡한데 일부로 요오드 용액을 부었다는 등의 루머도 있었지만,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실제 피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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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경기에서 다른 의미로 회자되는 명장면이 8회 연출됩니다.


보스턴이 4-1로 앞선 8회말 양키스는 1아웃 2루 찬스에서 데릭 지터가 적시타를 터트리며 4-2 추격에 나섭니다. 보스턴 투수 브론슨 아로요가 시리즈 내내 불안감을 노출했고, 다음 타자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점에서 경기의 향방이 바뀔 수 있는 순간이었죠. 중요한 타석에서 로드리게스가 친 타구는 투수 땅볼이었고 아로요가 무난하게 잡아서 로드리게스를 태그하려던 순간 공을 놓치며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다시 한번 ‘밤비노의 저주’가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리플레이로 다시 확인된 화면에서 로드리게스가 의도적으로 아로요의 글러브를 손으로 치는 장면이 포착됐고, 이를 바로 앞에서 지켜봤던 1루심이 합의판정을 통해 수비방해를 선언하며 2아웃 1루 상황으로 정정됩니다. 양키스에겐 최악의 상황으로 변한 것입니다. 만약 로드리게스가 수비방해가 아니라 그냥 땅볼 아웃을 당해도 2아웃 2루에서 게리 쉐필드가 다음 타순에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추격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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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한국에서도 ‘파리채 블로킹’ 사건으로 회자될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그동안 뛰어난 스타성과 실력, 성실한 이미지로 대변됐던 로드리게스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망가진 순간이기도 했죠. 한순간에 분위기가 양 극단으로 오갔던 경기는 보스턴이 4-2로 제압하며 시리즈 동률을 만듭니다.


3승 3패였지만, 이미 분위기를 잡은 보스턴은 7차전도 10-3으로 잡아내며 역사적인 역스윕을 만들어냅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게리 쉐필드라는 슈퍼스타까지 영입하며 악의 제국을 공고히했던 양키스를 상대로 만들어낸 극적인 승리였습니다. 이 승리를 바탕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보스턴은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세인트루이스를 4승 0패로 완파하고 86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합니다. 86년간 자신들을 괴롭힌 밤비노의 저주가 풀리는 순간이자 2003년 원통한 패배를 당했던 자신들을 조롱한 존재들을 향한 멋진 복수의 성공이었습니다.


미라클 레드삭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다


드라마로 만들라면 억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만들어낸 보스턴은 '미라클 레드삭스'라 불리며 그해 미국 스포츠팀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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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만의 한풀이를 최대 라이벌을 상대로 이룬 보스턴 팬들의 한풀이는 한동안 뜨거웠습니다.
보스턴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카퍼레이드에 나섰을 때 온 도시가 그들을 뜨겁게 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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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는 8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 팬의 생애를 CF로 만들어 야구팬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이전 단장들과 달리 합리적인 팀 운영과 선수 영입을 진행한 엡스타인 단장의 역량 덕도 있겠지만, 강력한 라이벌을 향한 투쟁심-승리에 대한 열망-질투 등 다양한 감정과 우연들이 만들어낸 기적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애초에 복수란 합리적인 사고에서 나온 결정이 아니죠. 또한 야구라는 공놀이에 이렇게 감정이입하는 것도 합리적인 일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스포츠 팀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선수 개개인들이 갖고 있는 서사 그리고 승부에서 나오는 긴장감은 스포츠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처럼 복수란 단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앞으로 보스턴 못지않은 복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글은 4월 3일 콘텐츠뷰로 발행한 글을 브런치로 재발행했습니다. 

https://v.daum.net/v/BgVTIhHE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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