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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da Aug 20. 2021

호주에서 장사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났다.  (5)

세 번째 일요일, 매출 늘리기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원래 생각했던 계획은 4 동안 어느 정도 팔리는지 보고 자리를 잡은 

천천히 물량을 늘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첫 주도 둘째 주도 가져간 물량이

4시간 만에 다 팔리는 것을 보니 욕심이 났다.


그리고 먹었던 사람들도 다 맛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물량을 늘려보기로 결심했다.





대망의 일요일

야외에서 하는 마켓이기 때문에 날씨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요일에 좀 맑고 좋은 날씨였으면 좋겠는데

토요일까지 비가 와서 젖은 땅 위에서 장사를 해야 했다.


이왕이면 뽀송뽀송한 자리가 좋지만

그래도 비가 안 오는 게 어디냐~ 이것도 감지덕지지 하는 생각으로

마켓을 열었다.



이제 몇 번 해봤다고 텐트를 치고 자리를 준비하는 일에

저번보다는 적은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장사 첫날에는 물건들을 수레에 싣고 오다가

기찻길에서 엎고 난리가 아니었는데


이제 좀 더 평평한 길도 알게 되었고

물건을 더 안정적으로 싣는 법도 알게 되어서

전보다는 손쉽게 오픈 준비를 했다.


물론 첫 번째 수레를 끌고 마켓에 왔다가

다시 집에 가서 두 번째 수레를 끌고 오는 일은 전부 남자 친구인 지훈이가 하기 때문에

사실 내가 힘든 일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 밖에 없긴 하다.


고생하는 지훈이를 위해 빨리 돈 모아서 차부터 사야지.


어쨌든 순조롭게 가게를 오픈하고 와플팬에 빵을 굽기 시작하니

왠지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켓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이지만

8시 30분에 이미 오픈 준비를 끝내고 이른 시간에 오는 손님들도 받기 시작했다.


“헤이~ 굳 모닝~”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특히 커피를 든 사람과는 기필코 아이컨택을 한 후에


“웰컴 투 크로플”


을 외쳤다.


열에 일곱 정도는 우리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 관심을 보였고

그중 둘셋 정도는 흥미로운 조합이라며 시도해 보겠다며 지갑을 열었다.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속도는 아니었으나

하나 둘 꾸준히 빵이 팔리기 시작했다.


크로와상 도우를 세 통에 나눠서 담아갔는데 어느덧 한 통이 다 팔려서 두 통만 팔면 됐다.


“헐 지훈아 대박 벌써 한 통 다 끝난겨?”


“그래. 아자 아즈 앗, 가랏 가랏”



쑥쑥 팔리는 빵을 보고 있자니 평소였으면 하지 말라고 짜증 냈을

마치 나를 포켓몬처럼 부리는 남자 친구의 이상한 구호도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신이 났다.


첫 주 둘째 주 보다 많은 물량을 가져와서 신경 쓰였는데

이 속도라면 다 팔릴 것 같았다.









11시가 조금 넘어가자 마켓 먹거리 코너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신이 나서 크로플을 계속 구워냈다.


눈앞에 인파가 가득했다.

이 속도라면 두 번째 통도 금방 끝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우리 가게에만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군중 속의 고독이 이런 것일까?

앞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햄버거며 타코야키며… 많은 음식들을 손에 들고

사 먹고 있었는데 그 속에 아무도 크로플을 원하지 않았다.



“아니 뭐야, 왜 갑자기 사람이 안 와?”

“불러~불러~ 가서 불러와~”

“아놔 진짜..”



10시가량까지는 잘 팔리던 빵이

왜 갑자기 안 팔리는 거지?


사람들이 갑자기 빵에 흥미를 잃었는데

지훈이는 가서 사람들을 불러오라는 소리나 했다.


호객행위도 좀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한테나 하는 거지

이렇게 처절하게 아무도 눈길을 안 줄 때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쑥쑥 팔리던 빵이 갑자기 멈춰버려서

지훈이도 빵을 굽던 손을 멈추고 같이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인산인해… 그날 마켓 운영시간 중 제일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모여있었다.

그러나 모두 나의 고객은 아니었다.


“왜 갑자기 안 오지?”


지훈이도 그제야 심각성을 느낀 듯 말을 걸었다.


간간히 한 두 명이 사 먹고 가긴 했지만

11시부터 12시가 되는 시점까지 열 개도 채 팔지 못했다.


하필 오늘은 물량도 많이 가져온 날이라서 다 못 팔면 버려야 했다.

진짜 꼭 다 팔자는 생각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크로플을 홍보했다.










“크로와상과 와플을 합친 크로플! 한 번 시도해보세요~”


“지금 뭐라고 한 거냐?”


그때 가게 앞을 지나가던 한 백인 할아버지가 멈춰 서서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나는 내 영어를 못 알아들은 줄 알고 다시 또박또박 설명을 했다.


“이건 크로플인데 크로와상과 와플을 합쳐서

크로플!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한 번 시도해보세요~”


“아니 그건 알겠는데, 크로플이 뭐냐고.”


“크로와상이랑 와플을 한 단어로 줄여서…. “


“아니, 아니, 크로플? 이건 어느 나라 말인데?”


“빵 이름…”


그러나 그 할아버지는 내 영어를 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 시비를 걸러 온 것이었다…


진상을 알아보지 못한 나의 최후…. 가뜩이나 빵도 많이 남아서 조급한데

할아버지는 우리 매장 앞에서 본격적으로 나한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내가 MBA 공부도 했는데 이 이름은 너무 구려! 아무도 몰라. 이렇게 장사하지 마.”


“근데 이거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는 길거리 음식이에요.”


“그건 한국이고. 여긴 어딘데? 호주잖아. 구려. 구리다고.”


계속 sucks를 반복해서 말하는 저급한 주둥아리를 보고 있자니

나도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싸워봐야 장사하는 사람 손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알겠다고 하고 보내버리려고 하는데


뒤에서 한 여성분이 할아버지한테 말을 걸었다.


“헤이 익스큐스 미, 주문할 거예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화들짝 놀라며 다시 자기 갈 길로 떠났다.


이번엔 옆에 천막에 가서 뭐라고 하는 거 같았는데

우리 천막에서 일어난 일을 다들 보았기에 사람들이 전부 그 사람한테 그냥 대꾸도 안 해줬다.

(그리고 나는 이후에 이 할아버지를 다른 곳에서 또 만나게 된다.)





“저 구해줘서 고마워요.”


진상을 한 번에 쫓아낸 여성분은

앞머리만 자주색으로 염색한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 했어요.

 이상한 사람이네요. 어쨌든 저는 클래식 크로플 하나 먹을게요”


“오케이. 클래식 크로플 하나요~”


그 여성분은 쿨한 헤어스타일만큼 고맙다는 말도 쿨하게 넘기고 주문도 바로 쿨하게 하고 사라졌다.











그래도 이 사건 이후로 판매의 판도가 다시 바뀌기 시작했고 다시 오전에 팔리던 것처럼

크로플이 하나둘씩 꾸준히 팔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워낙에 남은 양이 많아서 다 팔지 못할 거 같다고 생각 중이었는데

예상외로 1시쯤부터는 갑자기 주문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 전에는 1시 전에 다 팔고 정리해버려서 몰랐는데

1시에도 꽤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날은 마켓 운영시간인 2시까지 남아서 팔다 보니

가져간 수량에서 12개를 빼고 전부 팔 수 있었다.


12개는 디스플레이용으로 미리 구워둔 제품이라 차가워져서 일부러 팔지 않은 제품이기에

그런 점을 고려하면 완판을 한 셈이었다.



2시에 다들 천막을 접을 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서 팔긴 했지만

어쨌든 첫 주나 두 번째 주에 비하면 훨씬 많은 양의 제품을 팔았다.


우리는 차 대신 수레를 이용해서 두 번에 걸쳐서 옮기기 때문에

첫 번째 짐을 싣고 지훈이가 사라진 이후에 홀로 텅 빈 공원에 남아서 짐을 지키고 있었다.






다른 천막 사람들이 계속 괜찮냐고 물어봐서 조금 민망했지만 텅 빈 재료통을 보고 있으니 뿌듯함이 올라왔다.

앞으로는 많이 가져와서 2시까지 남아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지쳐버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힘들긴 했지만

올 때는 가득 차 있었던 재료통이 갈 때는 텅텅 빈 것을 보면 계속해서 없던 힘도 샘솟았다.









여차저차 모든 짐을 들고 다시 집에 돌아와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샤워를 했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지만 밥부터 먹자는 말에

오늘의 승리를 자축하고자 집 근처 마라탕 집에 갔다.



한국에 있을 땐 지훈이도 나도 국밥을 정말 좋아했는데 호주에서는 국밥을 먹기가 힘들어서

집 근처에 있는 마라탕 집을 우리의 국밥집으로 삼기로 했다.


마라탕에 밥도 추가해서 한 그릇 뚝딱! 하려는데


오늘 장사를 끝낸 후부터 내내 신난 지훈이가 계속 장사 얘기를 했다.


“오늘 장사 잘했는데 다음번에는 이런 점을 좀 개선해보자 블라블라…”


“어, 알겠어”


“그리고 뭐냐 우리 다음 주에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이걸 이럴까? 저걸 저럴까? 왈라 라라랄”


“아니, 밥 먹으러 와서 계속 일 얘기야. 이게 회식이지 휴식이냐?”


“아니 앞으로 더 잘하면 좋잖아.”


“아니 지금은 좀 쉬고 싶다고. 휴! 식! 밥 먹자 밥!”


“오케”




우리의 국밥. 마라탕!







지훈이의 열정적인 자세, 피드백, 아이디어 등등 전부 배울 점이긴 하지만…

일하고 난 날 저녁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싶었다.


어쨌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서 팔긴 했지만

세 번째 장사 날은 더 많은 물량을 가져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긴 날이었다.  


아 인생이 이렇게 매일 핑크빛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장사를 오픈한 이래로 격주로 계속 찾아오는 그 녀석… 미스 (코) 로나가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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