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요일
오픈 첫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음 오픈 날을 기다리는 일주일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
마치 로또를 구매해두고 일주일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첫날이라 친구들도 많이 찾아왔고
물량도 많이 가져가지 않아서 매진된 거라고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긍정적인 상상력을 잠재우려 노력했지만
이미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킨 후라
머릿속에서는 이미 프랜차이즈를 내는 일까지 상상 중이었다.
너무 허황된 꿈을 꾸는 일은 좋지 않겠지만
어쨌든 오랜 준비기간을 보상받은 날이니까
조금쯤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은 듯했다.
하지만 두 번째 일요일을 기다리는
일주일이 마냥 희망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일단 호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나오기 시작해서
마스크가 의무화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일요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도대체 크로플 도우를 몇 개를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일주일 내내 갑론을박을 펼쳤다.
나는 날씨도 좋지 않고 코로나 문제도 있어서 사람들이 밖에 잘 나오지 않을 테니
조금만 가져가자고 말했고
남자 친구는 첫날 너무 일찍 매진되어서 한 시간이나 일찍 집에 간 거 생각 안 나냐며
저번 주 보다 좀 더 많이 가져가자고 주장했다.
일주일 내내 일요일 날씨를 확인하며
재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의논하고
각자의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두 번째 일요일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첫날보다 좀 더 나은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보았다.
손님들 이름과 주문을 받아 적을 포스트잇과 볼펜을 챙겼고
포스기 배터리가 나가는 상황을 대비해서 충전기도 챙겼다.
종이 포장지를 크로플 크기에 맞게 자르고
주문 제작한 도장을 이용해서 가게 이름을 새겨 넣었다.
소비자의 입장에만 있어보다가
비록 일주일에 하루이지만 점주의 입장이 되어보니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이래저래 손도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사 먹을 땐 몰랐던 수고들을
호주에서 노점상을 운영해보면서 하나 하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첫날 누텔라가 다 굳어버려서 팔지 못했던 문제의 누텔라 크로플은
누텔라를 안에 필링 하는 대신에
위에 초코시럽과 파우더를 뿌리는 방법으로
레시피를 바꾸고 이름도 초코 크로플로 바꿨다..
첫 오픈날 겪었던 어려움과 저질렀던 실수를 바탕으로
더 나아진 경영 방법과 레시피를 연구해서
두 번째 오픈 날을 맞이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어쩌겠는가~
크로와상과 와플의 조합인 크로플은 이미 맛이 보장된 제품인걸.
코로나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준비해 간 빵들은 미친 듯이 팔려나갔다.
마켓 시간은 9시부터 2시까지 였지만
우리는 12시가 될 쯤에 매진을 외쳤다.
정말 기뻤던 것은 먹었던 사람이 맛있다고 하나 더 먹고 싶다고
또 와서 또 사 먹는 일이었다.
한 번은 호기심에 먹을 수도 있지만
다시 와서 또 사 먹는다는 건 맛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있어?”
“일요일에만 여는 거야? 아니면 다른 날에도 열어?”
심지어 우리의 정보를 알고 싶다고 SNS 정보를 물어보고
다른 날에도 사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처음 한 달은 일단 지켜보는 과정으로 빵도 조금만 가져가고
욕심부리지 않기로 생각하기로 했는데
지난 이 주 동안의 판매 실적을 보니
다음 주부터는 코로나든 뭐든 무슨 일이 생겨도
더 많은 양을 가져와서 팔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팔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남들이 아직 일하고 있는 시간에
가게를 접고 쉬자 뭔가 승리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주 연속으로 완판을 외쳤으니
다음 주에도 이렇게 빨리 완판을 외치며
집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잠시 나왔던 코로나도 다시 사라져서
더 희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스포일러를 좀 하자면
세 번째 오픈 날이었던 다음 주 일요일에
우리는 가져간 빵을 다 팔지 못했고
그날 제일 늦게까지 집에 가지 못한 건…….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