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장사 시작 둘째 날 feat 코로나 (4)

두 번째 일요일

by Linda





오픈날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후 다음 일요일을 기다리는 일주일이 로또를 구매해 둔 것 처럼 설렘으로 가득 찼다. 물론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긍정적인 상상력을 잠재우려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노력도 해봤았다. 저번 일요일에는 첫날이라 친구들도 많이 찾아왔고 물량도 많이 가져가지 않아서 매진된 거라고 너무 방방 뜨지 말자고 올라가는 입꼬리를 눌러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미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킨 후라 머릿속에서는 이미 프랜차이즈를 내는 일까지 상상 중이었다.너무 허황된 꿈을 꾸는 일은 좋지 않겠지만 어쨌든 오랜 준비기간을 보상받은 날이었다. 조금쯤은 즐겨야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일요일을 기다리는 일이 마냥 희망으로 가득 찬 것은 또 아니었다. 일단 호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나오기 시작해서 마스크 착용이 다시 의무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일요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도대체 크로플 도우를 몇 개를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우리의 의견을 크게 갈렸다. 나는 날씨도 좋지 않고 코로나 문제도 있어서 사람들이 밖에 잘 나오지 않을 테니 저번이랑 비슷하게 150개 정도만 가져가자고 말했다. 남자 친구는 첫날 너무 일찍 매진되어서 한 시간이나 일찍 집에 간 거 생각하면 아깝다고 200개 정도를 가져가자고 주장했다. 첫 주에는 가격을 정하는데 애를 먹었다면 이번에는 준비할 물량이 고민이었다.


"비가 안 오면 좋겠는데"


일주일 내내 하루에도 몇 번씩 기상청에 들어가 일요일에 예상되는 날씨를 확인했다. 재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의논하고 개선할 점에 대해서 말하다며 각자의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두 번째 일요일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첫날보다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참이었다. 일단 손님들 이름과 주문내역을 받아 적을 포스트잇과 볼펜을 챙겼고 카드리더기 배터리가 나가는 상황을 대비해서 충전기도 챙겼다. 그리고 밋밋한 종이 포장지를 좀 예쁘게 꾸며보고자 가게 로고가 새겨진 도장도 하나 제작했다. 종이 포장지를 크로플 크기에 맞게 자르고

그 위에 가게 이름을 새겨 넣었다.



크로플 도장




평생을 소비자의 입장에만 살다가 비록 일주일에 하루이지만 오너의 입장이 되어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그냥 물건을 소비할 때는 몰랐는데 이런 작은 제품 하나하나가 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고민의 흔적이었다. 도장 디자인을 만들고 포장용지를 자르고 도장을 찍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오너의 시간과 정성이었다.








그리고 첫날 다 굳어버려서 팔지 못했던 누텔라 크로플도 개선해야 했다. 우리는 과감하게 누텔라를 포기했다. 그 대신 크로플 위에 초코시럽과 파우더를 뿌리는 방법으로 레시피를 바꾸고 이름도 초코 크로플로 바꿨다.



첫 오픈날 겪었던 어려움과 저질렀던 실수를 바탕으로 더 나은 운영 방식과 레시피를 연구하다 보니 일주일은 정말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두 번째 오픈 날을 맞이했다.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이번에는 운반도 더 수월했고 가게를 세팅하는 일도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시작이 좋아서였을까? 코로나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준비해 간 빵들은 미친 듯이 팔려나갔다.


결과는 이래도 되나 싶게 성공적이었다!


첫날 가져갔던 130개보다 거의 두 배의 숫자인 200개의 크로플을 가져갔는데 우리는 12시가 될 쯤에 또다시 매진을 외쳤다. 정말 기뻤던 것은 저번 주에 먹었던 고객들이 맛있다며 다시 찾아온 점이었다. 한 번은 호기심에 먹을 수도 있지만 다시 와서 또 사 먹는다는 건 맛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었기에 한층 자신감이 붙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있어?”


“일요일에만 여는 거야? 아니면 다른 날에도 열어?”



심지어 우리의 정보를 알고 싶다고 SNS 정보를 물어보고 다른 날에도 사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손님들도 있었다. 일주일 내내 우리 빵을 기다렸다며 너스레를 떠는 손님도 있었다. 고객의 피드백은 빨리 반영해야 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welcome_to_croffle



처음 한 달은 일단 지켜보는 과정으로 빵도 조금만 가져가고 욕심부리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지난 이 주 동안의 판매 실적을 보니 다음 주부터는 코로나든 뭐든 무슨 일이 생겨도 더 많은 양을 가져와서 팔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켓 구경이나 하자."

"갔다 와."


12시에 완판을 했어도 마켓이 문 닫는 시간인 2시까지는 천막을 접어서는 안 됐다. 그래서 일단 정리할 수 있는 것들만 정리를 하고 남은 시간에는 다른 노점상들을 구경하러 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다녀도 마감까지 시간이 남아돌았다. 재료가 부족해서 더 팔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다음 주에는 한 250개? 콜? "

"콜"



이 주 연속으로 완판을 외쳤으니 다음 주에도 이렇게 빨리 완판을 외치며 집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잠시 나왔던 코로나도 다시 사라졌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좋은 뉴스들이 연달아 들리자 우리의 앞날이 더 희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스포일러를 좀 하자면 세 번째 오픈 날이었던 다음 주 일요일에 우리는 가져간 빵을 다 팔지 못했고 그날 마켓에서 제일 늦게까지 집에 가지 못한 것도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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