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 같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주변의 젊은이들도 함께 나이 먹는 걸 느낀다. 내가 알기엔 아직 ‘어린’ 그가 스스로 나이듦에 관한 소회를 말할 때 ‘어? 이 사람이 벌써 이런 걸 느끼나?’ 하는 경우에 그렇다. 아니, 더 나이 먹은 내가 아직 간파하지 못하던 무엇인가를 짚어내며 어렴풋하던 내 느낌을 깔끔하게 정리해 버릴 때도 있다. ‘모두가 백 살 안 된 어린아이’란 말을 가끔 하면서 살지만 그건 ‘이성적인’ 내가 하는 말이고, 사실 나의 ‘감성’은 여전히 나이로 서열화된 한국 사회의 위계에 더 익숙해 있음을 들키는 순간이다.
하지만 들켰다는 미안함보다는 훈훈함이 더 크다. 어쩌면 살면서 가장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이런 유의 공감 혹은 동료감에서 오는 따뜻함은 별다르다. 누군가 내게 분에 넘친 친철이나 호의를 베풀 때 마음이 훈훈해지고, 요즘 말로 훈남, 훈녀를 만날 때 마음이 더워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부채 의식을 유발하거나 번지수 틀린 그런 느낌 말고, 그와 나의 거리가 근접해 있음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동병상련의 편안함, 경계심을 풀게 하는 따뜻함이다.
그럴 때 잠깐 그의 눈가를 본다. 여전히 젊고 예쁘지만 그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나를 아는 벗을 얻는다. ***
사진: Anxiety, two boys, brothers by Sutiporn Som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