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Sorcerer Supreme
(Image credit: https://comicbook.com/marvel/news/doctor-strange-2-sorcerer-supreme-mcu/)
오늘은 팔이 안으로 굽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고 어제, 카카오벤처스의 정신아 대표님이 매경온라인 스페셜 리포트에 떡 하니, 그것도 썸네일 가운데를 차지하시는 걸로 해서, 소개 되었습니다. 기사의 요점은, 이제야 슬슬 여성 CEO 들이 재계 탑 그룹사 내에서 좀 보인다는 이야기였는데, 제목 참 거창하게 특정 회사들만 부각시켜 주는 걸로 뽑았네요. 저렇게 강조된 두 회사들은 좋겠습니다. 기자님께 거하게 한 번 대접 하시는 걸로 하고.
제 입장에서는 기사에서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뽑고 싶었던 요점은 따로 두 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카카오의 경쟁사 이지만,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가 유일하게 그룹사 최고 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고, 이부진 대표는 오너패밀리니까 제외하면 (그리고 신라호텔은 삼성그룹 전체 차원에서 전부는 아니니까요) 유일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저 분도 대단하고, 그만큼 한국 전체 경제 중에서 아직 "진정으로 여성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고 말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과 유럽을 봐도 우리네 보다는 통계적으로 앞서 있지만, 특정 산업 그리고 벤처캐피탈 쪽도 마찬가지로 여성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음... 우리 대표님이 썸네일 한가운데에 딱 계시다는 점? :)
장난 반 하지만 진심도 반 입니다.
예전엔 또 "꼰대가 되지 않는 게 목표" 라는 기사로도 비즈조선에 출연 하셨었습니다. 꼰대는 거리가 너무나 멉니다. 그리고 요새는 "저희의 Tim Cook 이세요" 라고 남에게도 설명해 줍니다. 왠지 의미 전달이 잘 되는 느낌.
참고로, Shina (라고 저희끼리 호칭 없이 부릅니다) 는 "여성 CEO" 라고 지칭 받으시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혹시나 만날 기회가 생기면, 그런 표현은 자제 부탁 드립니다. 본인은 스스로 항상 "나는 그냥 CEO이지 왜 굳이 여성 이라는 딱지가 일하는 상황에서 붙어야 하냐" 라고 정색하고 반문을 하시는 편입니다. 실력으로 입증하면 되는 거지 성별이 왜 굳이 수식어여야 하냐는. 저도 동의하구요.
컨설턴트 시절부터 쌓아 올리신 그 회식 자리에서의 시원시원하심은 저도 케이큐브벤처스로 입사 직후에 (당시에 상무급 파트너 이셨던) Shina 의 진심 어린 "우리 밥먹으면서 한잔하러 빠르게 다녀 올래요?" 라고 말씀해 주신 그 날의 강렬한 경험으로도 몸소 배웠습니다. 마라톤이 아니라 전력질주! 그럼에도 끄떡 없는 강인함! 요새 정말 회사를 위해, 그리고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쉴드를 쳐 주시려는 그 매일매일의 고민과 판단과 온몸으로 에너지를 방출하시는 그 모습이 항상 저희에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쌍둥이 초등학생을 키워 내신 슈퍼파워워킹맘... 다들 만나 보면 무조건 걸크러시를 감탄처럼 내뱉을 수 밖에.)
Shina 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중소기업부나 이제는 대기업에게 종종 러브콜이 옵니다. 강연 한 번, 좌담회 참석 한 번 해 달라고. 저 위의 태용채널 유투브영상도 꾸준히 view count 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벤처스가 nugu.money 에서 이렇게 9.6점 이라는 좋은 평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Shina 가 쌓아 올리신 그 동안의 노력의 결실인 좋은 조직문화와 좋은 투자철학을 기반으로 항상 구성원 모두가 밖에 나가서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평 2개만 끌어와 보겠습니다.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님은 마음이 따듯하시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시는 사려깊으신 분이라고 느꼈고, 김기준 부사장님은 테크스타트업의 성장가능성을 매우 잘 분별하시면서 동시에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으로 느꼈습니다. 모든 투자 과정 가운데 창업자를 믿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투자결정 이후에 중간에 말을 바꾸거나 창업자를 불안하게 하거나 중간에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여러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프로답게 대처하시고, 멘탈이 흔들려서 새로운 딜을 하는 등의 모습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리스크가 있는 내용들을 말해야 할 때에도 창업자를 생각해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말해주시는 모습이셨습니다. (제 경우는 약 10여년간 투자 딜을 해보거나 만난 투자자/VC의 80%(?)가(대부분) 처음엔 자신이 좋다고 결정한 내용들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많았고, 대부분이 명확한 투자 원칙이 없었으며.., 또는 매출을 어느규모 이상으로 만들어 오라거나 (그러면 투자 받을 이유가 없는데…), 돈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도 정말 많았습니다. 불안한 상황이 오면 창업자에게 기대어 자신의 걱정을 늘어놓거나 계속 딜을 하거나 말을 바꾸거나 갑질을 하거나 갑자기 연락을 끊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대부분의(약 90%) 투자사나 VC들도 자신의 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돈으로 투자를 하고 다른 기관/사람/정부 둥의 돈을 맡아서 일을 하고 있다보니 걱정이 많기도 하겠고, 또 관련 지식은 짧은 시간 습득이 어려운데 좋은 딜을 가지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러면 중간중간 불안하거나 할 수도 있겠지요. 어쨋든 창업가들이 투자를 받으려면 어느정도는 VC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 듯 합니다.)
네, 이 분의 글은 점수를 떠나서 저희 대표와 부대표 두 분의 특성을 잘 짚어 주신 것 같네요. 저희는 최대한 갈팡질팡 하지 않고, 또렷한 심지를 유지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VC란 이러이러한 것 같더라" 라고 하신 observation 또한 제가 보기에도 정확합니다.
정신아 대표님은 일반적인 VC보다 진정성 있는 파트너에 가까우심. 그래서 창업 초기인 시드 stage에 최적의 하우스임. 창업가들이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시고 창업자와 같은 side에서 진심으로 고민해주심. 첫 번째 투자자로 인연을 맺으면 내부적, 외부적으로 매우 든든함. 카카오벤처스의 네임벨류도 심리적으로 힘이 되고, 인적 네트워크 자원도 후속 투자 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됨.
이 촌평도 정확하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저희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전형적인 한국VC는 아닙니다. 저는 TMI가 궁금한 분들께 항상 이렇게 표현합니다. "KV는, backend 은 창투사, front-end 는 미국VC, 그리고 가~끔 대기업 자회사" 라고. 하하하...
그렇다고 전부 창업가 출신의 (본엔젤스 또는... 또 어디더라?) 투자하우스도 아닙니다. 저만 해도 대기업만 다니다가 왔는데요 뭐. 하지만 대부분 인더스트리 경험이 있고, 외국생활도 좀 했고, 일단 마인드를 "전형적인 갑갑한 VC"가 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은 눈높이에서 항상 생각하고, 창업자와 회사 편에서 우선 생각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각자의 본분이 있고 저희도 저희 펀드와 LP(출자자) 에 대한 신의성실의 의무, fiduciary duty 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과정 속에서 "모두를 위한 최선이 무엇일까" 를 항상 생각하는 편입니다.
ㄴㄱㅁㄴ (누구닷머니)에는 저희 점수가 10점만점이 아닌 평도 있고, 객관적인 비판의 내용도 있습니다. 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보고 저희도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플랫폼이 이제야 나왔지만, 이제라도 나왔으니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다른 분들의 노고 포함해서, Shina 덕에 저희는 외계침공 걱정 없이 발 뻗고 잠잘 수 있는 맨하탄의 시민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Dr. Strange 레퍼런스 였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Sorcerer Supreme 만 있냐? 아닙니다. 저희에겐 또 다른 분이 있습니다. 최근에 둘째를 득하신 분이라서 좀 더 시간을 드리는 걸로 하고, 다음 기회에, 적절한 기사가 또 뜨면 퍼 오는 겸 해서 새로 써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