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Pittsburgh, and Boston in 9 days
간만에 쓸 콘텐츠가 생겨서 브런치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몇 가지 박자가 맞아서 급하게 출장을 다녀 오게 되었는데요, 보스턴을 메인으로 샌프란시스코를 경유지로, 피츠버그는 곁들임으로, 8박 일정으로 빡세게 순회를 하고 왔습니다. 혼자 갔었으면 매우 힘들었을 것 같은데, 회사의 "떠오르는 유망주들" 두 명과 함께 가서 그런지 즐겁고 유익했어요. (함께 갔다고 쓰고, 두 분 모시고 다녀 왔다고 읽...)
출장의 주 목적은 바로 참신한 연구를 하고 계시는 Ph.D. 학생들을 만나 보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사이드 미션들도 있었지만 그건 부끄럽거나 비밀이므로 숨기겠습니다. 핫핫.
느낀 점들 몇 가지 간단하게 적으면...
1. 진짜 신기한 연구들을 하는 한인 분들이 보스턴에 많이 모여 있다는 점
2. (어릴 적 살아 본) 보스턴은 고즈넉하고 나이 들어 정착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점
3. Biotech, life science, pharma 쪽으로는 보스턴이 정말로 핫스팟 이라는 점
4. 주변 생태계가 아닌 도시만 놓고 봤을 때 BOS/PIT 두 도시는 제가 기억하던 것 보다 많이 좋아졌는데, SFO 쪽은 진짜 황폐해 졌다는 점
5. 저에겐 여전히 미국 음식, 특히 서양굴이 입에 맞다는 점
6. 출장은 짦고 굵게 다녀오는 게 (특히 유부남이 된 제겐) 맞지만, 항상 아쉬움은 남을 것이라는 점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세 도시 다.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공기가 좋구요.
샌프란은 역시나 기억하던 대로 햇살이 (제대로 얼굴을 때릴 때엔) 눈 따갑게 강렬하게 쬐어 주고...
보스턴도 피츠버그도 너무나 맑고 파란 하늘이 쳐다 보기에 좋았습니다.
출장의 주 목적은, 보스턴에서 MIT 공대 대학원생들과 만나기, 하버드 분들도 시간 맞는 분들과 만나기, HBS/Sloan 출신 분들도 VC 커리어나 한국의 비즈니스 상황에 관심 있으신 분들과 담소 나누기, 그 외에 짬나는 시간마다 카카오벤처스의 패밀리사(포트폴리오사) 방문하기, 이렇게 세팅해서 짧고 압축적으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와 솔직히 8박9일만에 3개 도시를 돌면서 수십명의 사람들과 계속 만나는 게 쉽지 않았는데, 하고 나니 보람은 있네요.
이번 출장의 최고의 수확을 꼽자면, 저도 마찬가지지만 함께 동행한 회사 후배 두 사람 (매튜 저스틴)의 인맥과 견문을 넓혀 주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 일정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매튜는 자칭 한국 토종 출신으로 카이스트 산하의 과학영재고, 카이스트 기계과 및 미래자동차석사, 그리고 나서 티맥스에 입사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잠깐 일하다가 카카오벤처스를 두 번째 직장으로 입사하게 된 영재개발자 (ㅋㅋ) 출신의 심사역 입니다. 저스틴은 어릴 때 주재원이신 아버님 덕분에 매사추세츠 및 상해에서 생활을 해 봤고 또 고려대에서 경영학도 출신의 "하이브리드 유학파" 인데, 카카오벤처스가 첫번째 직장이고, 또 영어는 잘 하지만 "어른들의 영어" 특히 비즈니스영어는 아직 트지 못한 새내기 심사역 이라서, 이렇게 미국 공대들을 돌아 다니면서 영구대학원생들과의 만남을 가져 보는 게 너무나 큰 eye-opening 경험이었다고 회고를 합니다. 저희 셋 다 Jun (김기준부대표/파트너)와 함께 Deep Tech 투자를 위주로 하는 투자팀 멤버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렇게 정기적으로 미국 캠퍼스 방문을 통해 인맥도 더 넓혀 가고 창업에 대한 조언 및 dot connecting 을 위해 똑똑한 분들과 교류를 많이많이 하고 싶습니다.
그 다음으로 꼽자면, 정말 많은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뭔가 뇌의 확장 = 뉴런 수 증가 = 박학다식 level up 을 조금 느끼고 왔다는 겁니다. 한창 연구에 빠져 있는 분들께서 "네 저는 이러이러한 거 연구하고 있어요" 라고 툭툭 던져 주시는 그런 내용들이 하나하나 다 특이하고 빡세게 들리고 뭔가 나중에 엄청난 걸 만들게 되시는 그런 현재 일면을 보여 주시는 것 같아서, 흥미진진했습니다. 예를 들면... 곤충 사이즈의, 완전히 새로운 부품들을 다 다시 설계 해야 하는, 날개 달린 비행 로봇? 아니면 퀀텀컴퓨터에 들어가야 하는 신소재 합금? 차세대 specialty 반도체에 특화된 컴파일러? "유기반도체"? 머신러닝으로 퀄리티컨트롤 당하는 3D금속프린팅? DNA 조작 기법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DNA storage? 등등등...
아, 티타임 말고 on-site visit 으로는 유일하게 LabCentral 이라는 bio/pharma coworking space 를 방문해 보았습니다. 보스턴은 관련 창업과 스타트업들이 넘쳐 나서, 2013년부터 이렇게 WeWork for bio/pharma 만을 지양하는 LabCentral 이 수백 개의 회사들을 서포트 하고 있고, 새로운 lab bench (개당 7천불/month 정도 덜덜...) 가 날 때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들어 오려고 경쟁을 해서, 운영위원회에서 심사 판단해서 입주를 허락한다고 하더군요. Only in Boston?
나머지 사진들은 두서 없이 올립니다.
가서 만난 모든 분들과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럴 틈도 없었고 해서, 다음 번 출장 땐 꼭 각 잡고 포토타임을 강요 해야겠습니다. 암튼, 간만의 east coast, 좋았습니다! 또 가리라.
(P.S. 그에 비해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은 정말 너무 황량하고 쳐져 있는 분위기여서, 안타까웠습니다... 뉴스를 보면 break-in 등의 도난 사례도 계속 보이고... 또 어느 정도 시티 라이프를 즐겨 봤거나, 결혼 후 정착한 테크 종사자들 특히 스타트업 연쇄창업자들은 마이애미 오스틴 콜로라도 등 전국구 분산이 되었다고 하니... 과연 장기적으로 샌프란시스코의 경제와 소셜씬의 미래가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