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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bae lee Jun 01. 2022

프로덕트 장인 이야기, BUILD

ex-boss 의 자서전, 내맘대로 추천사

(Photos grabbed from tonyfadell.com without permission, as homage!)


최근에 읽은 책이 너무 좋아서 추천의 글을 제 맘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읽히지 않고 있을 것 같아서? 선빵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전전전직장의 윗윗상사가 쓴 책이라서? 무엇보다, 한국에 널리 알려져야 할 것 같다는 사명감이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들어서?


BUILD, by Tony Fadell. 5월말 기준 한국 출시일 미정.


토니 파델 (또는 퍼델, 솔직히 실제 발음은 전자에 더 가까움) 로 알려진 이 사람에 대한 설명은, 위키피디아에서 다음과 같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쓴 제 글에도 사진을 한 번 붙여놓은 적이 있었네요. Father of iPod, Founder of Nest.


출생: 1969년. 학력: 미시간 대학.
약력: 앤서니 마이클 "토니" 퍼델은 미국의 발명가, 디자이너, 기업인 겸 투자자이다. 애플에서 아이팟 개발에 참여했으며, 2006년 3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애플의 아이팟 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2010년 5월 네스트 랩스를 설립했고, 2014년 1월 이를 구글에 매각했다.


역시 무미건조 하네요. 저 페이지를 좀 채워 줘야겠네.

지금은 Future Shape 라는 투자사를 차려서, 100% 본인들의 돈으로만 기후 문제 관련 임팩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더 찾아 보니 American Academy of Achievement 라는 미국재단이 있고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멤버로 두고 있는데, 테크업계에서 멤버로 초대/인정 받은 열댓 명 중 하나로도 명단에 올라가 있네요. (Steve Jobs, Larry Page, Jeff Bezos, Reid Hoffman, Demis Hassabis 등 포함) 약력이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역사인물 설명 수준으로 길게 잘 작성되어 있으니, 시간 되면 읽어 보세요. https://achievement.org/achiever/tony-fadell/

아이폰 태동기이자 애플의 르네상스의 시작이었던 2000년대 후반, 애플의 중역이었고, 애플에서 아이팟 사업을 총괄하기 전부터 다른 회사들에서 지속적으로 모바일 제품을 개발하던 외골수 캐릭터 였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Academy of Achievement 홈페이지에서 발췌. 2007년 사진. 애플의 제품공개 컨퍼런스에 등장하던 인물 중 하나.


최근에 감명깊게 본 다큐멘터리, General Magic the Movie 가 있는데, 맥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General Magic 은 애플로부터 스핀오프된 회사입니다. 한 때 애플에서 공동창업가였던 스티브잡스가 이사회에 의해 퇴출되었던 시절이 있었죠. 그 직후, 신규제품 사업담당 개발조직이 애플로부터 분사해서 아이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보다가 장렬히 산화하였...)었고, 해당 다큐멘터리는 그 아름다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인데, 토니가 그 중 한 명으로 등장합니다. 사회초년생 더벅머리 인턴으로요. 그 때의 강렬한 경험과 배움 그리고 인연은 본인에게 있어 변곡점이 되었다고 책에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여담. General Magic 다큐는 테크, B2C, 전자제품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찾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또한 한국에서 정식 상영 또는 스트리밍 되고는 있지 않은 것 같은데, VPN 등을 동원하시더라도 꼭 보시기를 추천. 실리콘밸리가, 애플이, 저런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저런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생겨났구나 하는 걸 간접체험 하실 수 있음. https://www.generalmagicthemovie.com/)




암튼, 저에게 있어 토니라는 사람은, 여느 날 회사 복도에서 왔다갔다 하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리고 아이팟 나노 3세대 제품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늦어지면서, 비상회의를 사업부 전체 소집해서, 앉혀 놓고 합심해서 주말까지 버그들을 같이 잡아 보자고 rally 를 하던, 그리고 퇴사를 발표하면서 모두 앞에서 감정의 교차를 눈물로 보여주며 같이 혼을 쏟아내었던 전우들과 축하와 이별의 인사를 마치 친구들과 나누듯이 훈훈한 분위기에서 마지막 퇴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던, 그런 순간들이 기억나게 하는 그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사업부장 임원 아저씨라는 느낌 보다는, 어찌 보면 아이팟 사업부라는 별동대 조직을 있게 한 우리들의 수령이여! 라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있죠. 로빈윌리엄스가 마지막 퇴장을 할 때 학생들과 교감을 하는 그런 뭉클한 장면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우리의 토니" 이런 느낌?


그러고 보니, 눈빛이 좀 비슷한 분들이었네?


책을 읽기 전에, Table of Contents 를 훑어 보는 건,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살펴 보고, 아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해 호흡을 가져가는 책이구나, 라는 감을 잡아 보기 좋다면서 추천을 해 주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다양한 책을 그다지 많이 읽을 의지가 없었던 젊은 날에는 그게 많이 와닿지는 않았었는데, 지금은 맞는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책일까?" 또한 대제목 소제목들을 훑어만 봐도 잘 드러날 수 있죠.


Part I: Build Yourself

Chapter 1.1: Adulthood

Chapter 1.2: Get a Job

Chapter 1.3: Heroes

Chapter 1.4: Don't (Only) Look Down

Part II: Build Your Career

Chapter 2.1: Just Managing

Chapter 2.2: Data Versus Opinion

Chapter 2.3: Assholes

Chapter 2.4: I Quit

Part III: Build Your Product

Chapter 3.1: Making the Intangible Tangible

Chapter 3.2: Why Storytelling

Chapter 3.3: Evolution Versus Disruption Versus Execution

Chapter 3.4: Your First Adventure - and Your Second

Chapter 3.5: Heartbeats and Handcuffs

Chapter 3.6: Three Generations

Part IV: Build Your Business

Chapter 4.1: How to Spot a Great Idea

Chapter 4.2: Are You Ready?

Chapter 4.3: Marrying for Money

Chapter 4.4: You Can Only Have One Customer

Chapter 4.5: Killing Yourself for Work

Chapter 4.6: Crisis

Part V: Build Your Team

Chapter 5.1: Hiring

Chapter 5.2: Breakpoints

Chapter 5.3: Design for Everything

Chapter 5.4: A Method to the Marketing

Chapter 5.5: The Point of PMs

Chapter 5.6: Death of a Sales Culture

Chapter 5.7: Lawyer Up

Part VI: Be CEO

Chapter 6.1: Becoming CEO

Chapter 6.2: The Board

Chapter 6.3: Buying and Being Right

Chapter 6.4: Fuck Massages

Chapter 6.5: Unbecoming CEO

Conclusion: Beyond Yourself


평생 왜 이런 방향성을 갖고 살아 왔는지, 그 빌드업의 과정을 대략적으로 시간순으로 풀어 내면서, 그 동안 배웠던 것들, 각각의 단계에서 겪었던 경험과 레슨들을 풀어낸 걸로 보이죠.


제가 이 책을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작가의 hubris 즉 허세가 없습니다.

허세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하나는 "나 이만큼 잘났다 이런이런 스펙을 지닌 사람이다" 류의, 명예와 자격을 뽐내는 허세. 또 하나는, "나 이만큼 힘이 있다, 돈이 있다, 가졌다" 류의, wealth 를 자랑하는 허세. "난 이런 고차원적의 생각을 가진, 남들보다 두뇌가 저 위에 있다" 류의, 지(知)적 허세.

사실 저 정도면 진짜 네임드 인물이죠. 그런데 실제로도 grounded 캐릭터 이고, humble 한 편.

아 굳이 따지자면 지혜 지(智)를 쓰는 지적 엑기스가 넘쳐나는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너가 고생 좀 덜 하도록 이런저런 거 다 알려 줄게, 의 느낌. 조금 아 다르고 어 다른 그런 거 맞죠?


2) 너무나 쉽게 읽힙니다.

뭔가, 젊은 날의 본인 또는 자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아 나는 모르겠어 있는 척 못 하니까 하던 대로 할꺼야' 라고 최대한 단순하게 명료하게 공동작가님과 앉아서 구어체로 줄줄 이야기를 퍼부어 준 게 잘 전달된 것일 수도.

제가 좋아하지만, 한톨 한톨 꼭꼭 씹어 읽어야 했던, Zero to One 같은 부류의 책은, 문장 하나하나가 수사적이고 고상하고 상징적이고 어렵게 (즉 있어 보이게) 쓴 내용들로 꽉 찬 책이었습니다. Contrarian 견해를 빈틈 없이 적으려고 하다 보니까 꽉꽉 의미들을 구겨 넣은 느낌. 나중에라도 또 읽고 싶은 책이기는 하지만, 그 무게가 마치 살짝 덜 익은 현미밥을 씹어야 하는 턱근육이 느끼는 그런 무게. 반면에, BUILD 는 미음 수준은 아니지만, 질은 밥을 편하게 술술 입으로 떠 넣는 느낌입니다.

아, 물론 저는 좀 더 이 사람의 삶과 말투와 생각에 대한 (아주 짧은 순간들이었지만) 상이 머릿속에 있고, 매체와 영상들을 통해서도 접한 부분이 있어서, preheat 되어 있는 상태에서 읽은 거라 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 포인트 자체는 유효 하다고 봅니다.


3) 조금 욕 먹을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 테크 업계에서, 프로덕트 프로덕트 많이들 이야기 하시는데, 정작 프로덕트 장인들이 얼마나 되지? 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빛나는 산물들이 지금까지 뭐가 있었을까? 메모리 류의 반도체를 꼽아 보면, 빛나는 R&D의 산물 맞고 엄청난 것 맞습니다만, 기술개발 쪽에 더 비중이 큰 산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 삼성갤럭시? 현대제네시스? 국민 서비스 맞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전세계 최고의 메신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고의 기준이 뭘까요? 지금 생각해 보니, 러닝체인지 및 업데이트가 계속 있을 수 밖에 없는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들은 계속 "진화"를 하는 그것이다 보니, 완전체의 느낌을 쉽게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계속 드루와 드루와~ 하는 느낌의 양자플랫폼들도 그렇고. 발뮤다토스터기 정도는 되어야 뭔가 장인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하드웨어만 그런 건가? 이건 제가 고민을 더 해 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쓴 글이니, 감안 요망.

암튼, product management, product development, product design, product XXX 등의 개념이 안착을 한지는 역사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고, 앞으로도 더욱 더 좋은 제품들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내면 좋겠네요.




이 책을 Kindle + Audible 버전 둘 다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면서 소화했습니다. (지난 주까지는 사실 장기휴가를 다녀왔었는데, 막판 4분의1 정도 페이지들을 덕분에 비행기 안에서 집중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서 다행.) 둘 다 추천합니다. 오디오북 버전은 비록 본인의 육성으로 녹음된 그런 스페셜 버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들어 보면 글 자체를 대화해 주려는 사람의 투로 쓰려 했구나 하는 느낌이 더 올 수 있을 거 같아요. Sometimes it reads better by listening to them words.


그리고, 토니에게 아직 한글판 계획이 없냐 물었더니, "해외에서의 출시 계획들 지금 준비 하고 있으니 되는 대로 발표할게" 라는 확인도 받았습니다. 생전 이야기 한 번 안 해 봤던 주제에, 그래도 트윗 멘션은 꼭 해 보고 싶어서!

https://twitter.com/tfadell/status/1530512746101542912?s=21&t=pUQfmxblEjBheEFbYdHdSw


제발 좋은 출판사, 좋은 분들이 의역을 잘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나름 직간접 경험자 입장에서, 고증 또는 감수를 도와 드리고 싶은 마음도 크고. 아니면 그냥 hashed digest 를 브런치 연재글로 또 써 볼까... 꽤나 큰, 어찌 보면 제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더 큰 무게감이 있는 commitment 이기도 해서... 마음 속 저울질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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