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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bae lee Dec 10. 2021

또 다른 툴, read.cv

LinkedIn 과 Dribbble 을 제낄 수 있을까?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 문득 read.cv 라는 서비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궁금해 져서 검색해 보니 Product Hunt 에 몇 개월 전 상위랭크에 올라왔던 것 같고, 출시한 지는 1년 정도 된 듯. 한줄 요약 해 보면, "이력서 + 포트폴리오" 서비스 입니다.


https://www.producthunt.com/posts/read-cv


Product Hunt 상의 설명 짤. 7월에 #5 product of the day 찍었고, 현재 600개 정도 upvote.


랜딩페이지인 read.cv 를 브라우저 창에 입력해서 Go 해 보세요. "홈페이지" 또는 최상위페이지의 개념이 없고, Explore 섹션이 뜹니다. 이렇게. https://read.cv/explore


오늘 자로 들어가서 스샷을 떠 보았습니다. 다양한 내용과 형태의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가입 후에는, 남의 프로젝트, 그리고 남의 status update 에 댓글 달듯이 DM을 보낼 수 있다네요. 실제로 주고 받아 본 건 없어서 그게 어떤 경험인지는 모르겠음.


이것저것 엄청 많음. 구경만 하다가 시간 갈 수도 있겠음.


어떠어떠한 그래픽 아트 작업물을 어느 프로젝트를 위해 어떻게 만들었다며 자랑하고 올리기. 책 출간 이야기. 앨범 아트, 특정 기업의 특정 서비스의 새로운 UX 구현. 물리적인 제품. DAO. 영상물. 총체적인 "창작물"들의 집합소 같은 느낌. 이렇게 보니, Pinterest 또는 Dribbble/Behance/500px 같습니다. 또는 좀 더 본인의 커스텀 홈페이지 같은 식의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은 Squarespace 등을 쓰겠죠. 디자인/HCI 전공자들은 이런 사전규정 룰 따윈 필요 없어! 하며 한땀한땀 만들 것이고.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수고로움"을 감내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어느 세월에 자바스크립트 리액트 튜닝하고 앉아 있냐, 그냥 빨리 올리고 끝내고 싶지' 라고 생각할 듯. 그런 차원에서 Dribble 도 생겨나고 했을 텐데, 그러면 이 read.cv 는 왜 만들어진 걸까요.


써 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가입해 보았습니다. (가입할 땐 무조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inbae" 또는 "inbaelee" 를 선점하자고 생각해서... 그런데 보니 출시한 지 꽤 됐네요. 다행히도 아무도 inbae 를 가져간 사람이 없었음.)

그리고 기존 사용자 중 누군가의 것을 참고해서 내 프로필을 채웠습니다.

결과물은 여기: https://read.cv/inbae


오~? 이거 LinkedIn 스러운데, 뭔가 슥삭슥삭 채워 나가기 더 쉬운걸. 더 깔끔하고. 그리고 또 각각의 섹션들 (ex. Writing, Speaking, Contact Info 등)을 내 맘대로 순서 구성할 수 있는 점. 그리고 또 특히 더 하이라이트 하고 싶은 프로젝트나 내용이 있다면, 한줄요약이 아니라, one depth 더 들어가서 post/article 형태로쓸 수도 있습니다.


... 그래서? 뭐가 좋은 것 같나? 라고 스스로도 묻고. 또 이걸 보여 준 지인들에게도 많이 듣는 질문이, 대체 이게 왜 필요한 것이냐 라는 그 핵심적 질문.


일단 현재로선,

1) 링크드인보다 가볍고 이쁘고 더 resume/CV 스러워서 이력서 투척하듯이 툭툭 맘편히 URL를 던질 수 있다는 점,

2)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선 확실히 그 어중간한 포지션인 게 어떻게 보면 워킹할 수 있겠다는 점,

3) (아직은?) 광고비즈 또는 헤드헌터비즈에 때묻지 않은 상황 또는 구조적 설계 때문에 puristic 한 점,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업무 상 쓰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링크드인은 대중에게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미 too social / too much of an SNS 라는 인식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디자인이 아직은 구시대적이다. 그리고 뭔가 필드들을 채워 나갈 땐, 입사지원서에 넣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 있습다. 

반면에 이 서비스는 적어도 아직까진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Notion 첫 페이지를 열고,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리듯. "자 나의, 나만의 포트폴리오는, 자기소개는 어떤 순서로 어떤 식으로 써 나가 볼까" 하는 인상을 줍니다. 크리에이티브가 아닌 나로서도, 과거 애플 그리고 카카오 시절 참여했던 제품개발 이야기를 한 줄 쓴 다음에, 음 뭐 제품샷도 넣지 뭐 라고 생각해서 이미지를 찾아서 넣어 보니, 왠걸 훨씬 더 힙해 보이는 것 같다는 착시효과도 줬습니다. (삼성제품은 이쁘지 않...) 그 다음에, 인터뷰 당했던 내용들 그리고 블로그글 몇 개 링크를 걸고 나니, 뚝딱 진짜 미니멀한 홈페이지 같은 느낌.


Minimal. Concise. CV-like.
Corporate tool. 팔로워 수, 뷰어 수, 라이크 수, 이런 것들이 매우 web2 스러울 수 밖에. 그렇게 진화해 왔으니까.


실제로 주변에 써 보라고 권유를 드렸더니, 지금까지 제일 반응이 좋았던 분이 친한 건축가 형님이었습니다. ㅈㅅㄱㄷ 시리즈, 친구자랑 타임. 

오주형 소장님은 미국 NBBJ 라는 유수의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해 오시다가, 한국 프로젝트들을 소화해 내기 위해 Pentatonic 이라는 회사까지 창업하시고 나서, 아주 다양한 건축물 설계를 뿜뿜 뿜어내고 계십니다. 그냥 대충 읊으면, 뭐 대략 이 정도: [ 미국 아마존 신사옥, 삼성 아메리카 사옥, 심천 텐센트 본사, 한국 카카오 신사옥이 될 건물, 용인 네이버 데이터센터, 하나금융그룹 청라 신사옥, ... ]

https://read.cv/joo.hyung.oh


주형소장님은 이런 거 처음 본다며, 뭐냐며, 막 물어 보시더니, 집중해서 앉아서 포트폴리오들을 계속 찍어 내셨다고 합니다. "이거 채워 나가는 재미가 있네요". 

평소에 개인 포트폴리오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 않으셨고 (너무 많고 계속 설계를 찍어내는 lean mean machine 이셔서 그런지 딱히 그럴 여유와, 이유 또한 없었다고 하고, 그렇지 않아도 프로젝트들이 아주 많이 들어왔었음), SNS 또한 딸래미 인스타그램 위주로만 하고 계셨기 때문에, 주변에 인재 자랑을 하고 싶었던 inbae 입장에서는 항상 갑갑했는데, 이렇게 뚝딱 만들어 주시니 앞으로 두고두고 써 먹을 수 있게 되었음! 음하하.


뭐 한두개가 아니시다. 너무 많아서 다 못 떠 오겠음.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첫화면에 떴다고 연락 받았다" 며 스샷을 보내 주심. :)


어쨌든 이런 non-tech 종사자 입장에서 "쓰기에 부담이 없고", 팔로워십 부담 없이 자기 포트폴리오를 construct 할 수 있는 너무나 훌륭한 서비스여서, 솔직히 이걸 만들어 올린 사람들 찾아가서 big hug 한 번 해 주고 나서 투자 받을 생각 있는지 물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김에, 수익모델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왜냐면 이런 초기 아이덴티티를 해지지 않으면서, 사용자가 계속 애착을 갖고 쓰게 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게... 으 직업병이다 직업병.


...... 진짜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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