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죽지 않을 거야. 나는 STARFISH가 될 테니
프랑스에 대해 너무 모른 채 참 배짱 있게 이곳으로 와 버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원래부터 프랑스라는 나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남들처럼 파리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대학생 때 홍콩에서 6개월 인턴 하던 시절 (아, 나의 사랑 홍콩이여!) 프랑스인들은 영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expat community 였는데
나는 그들의 끝이 없는 대화, 항상 남을 convince 하려는 태도에 너무나도 이골이 났었다.
한국의 사지선다/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나에게 그들은 참 피곤한 존재였다.
가끔은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문제에까지 자기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청산유수로 입을 터는 그들을 보며 가끔은 내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이미 한국 교육과정으로 형성이 완료된 나에게 프랑스인들은 참 피곤하고 맞지 않는 짝이었다.
그래서 나는 홍콩 인턴십 이후 한 달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파리에 일부러 가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프랑스에 대한 애정 또는 로망이 전. 혀. 없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곳으로 파견 와 버린 것이다.
사실 대학교 졸업 후 프랑스에 본사를 둔 multi national 회사에 다니고 있었으니, 파리로 파견 온 것이 make sense 하게 보일지 몰라도 나는 내가 파리로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한국 지사에서 홍콩/상하이 APAC을 거치지 않고 프랑스 본사로 바로 파견 가는 일은 거의 드물었으며 심지어 3-4년 차 junior 나부랭이가 파리에 가는 것은 내가 본 바에 의하면 거의 불가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홍콩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에 해외근무를 한다면 당연히 홍콩 또는 상하이를 시작점으로 삼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 것인지 참 감사하게도 파리 본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나는 3년 내내 노래를 부르던 '해외근무'라는 것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프랑스' '파리'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어떤 나라인지, 파리는 어떤 곳인지, 이들의 뇌구조는 우리와 어떻게 다르며 내가 지금껏 살아봤던 나라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 이 모든 것을 가볍게 무시했던 것이다.
막연히 '나는 해외 생활 적응 잘하는 사람이고 21세기 독립적인 여성이니 아무 문제없이 잘 살 거야!'라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유럽 땅을 밟았다. 그런데 아뿔싸, 이렇게 고생길일 줄이야.
앞으로 나는 이곳에 파리에서의 내 좌충우돌 발자취를 남기려 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먼 훗날 지금을 되돌아보며 내가 했던 수많은 맨땅에 헤딩들, 하지만 어떻게 헤쳐나갔고 결국 나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더 강인한 인간이 되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
(더불어 나의 여정을 기록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겠다.)
이제 이 여정을 차근차근 시작해 보려 한다.
지금은 좌충우돌하는
FISH OUT OF WATER이지만
훗날엔 물 밖에서도 살아나가는
STARFISH가 될 테니.
**attention: 이 브런치에는 프랑스와 파리에 대한 험담과 애증이 공존할 예정이니 파리에 대한 로망이 있으신 분 들게는 미리 주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