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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선 Sep 29. 2019

글쟁이에게 미적 센스가 필요한 이유

내 글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미지 활용법

글쟁이에게 미적 센스가 필요한 이유


글쟁이에게 미적 센스가 필요한 이유


디자이너가 쓰는 글이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차별성은 '하나하나의 글 단위가 아니라 채널 단위로 접근하는 태도'에 있다고 이전 글에서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글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미지'다.


처음에는 '디자이너니까 조금 다르게 써봐야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점점 더 '글을 통해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미지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쟁이가 미적 센스를 갖춰야 한다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2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이미지가 글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사실이다. 핵심을 잘 요약한 한 장의 그림은 4,000자짜리 장문의 글보다 임팩트가 강하다. 잘 만든 그림은 짧은 순간에 핵심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1시간도 넘게 이야기를 풀어 갈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미지는 채널에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채널이 성격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이미지다. 메시지의 성격에 따라 글로 풀어내는 게 효과적일 수 있고, 때로는 그림으로 풀어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지를 시기적절하게 잘 활용할 수 있다면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글에 비해 확실히 차별성을 지니게 된다.


브런치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글을 쓸 때 활용하는 이미지는 크게 '타이틀 이미지'와 '본문 이미지'로 구분할 수 있다. 타이틀 이미지는 글의 핵심 메시지를 함축하는 대표 이미지(키 비주얼 Key Visual)를 말하고 본문 이미지는 글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이미지를 말한다. 본문 이미지로는 주로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인포그래픽이 있는데, 사진은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고, 일러스트레이션은 따로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인포그래픽(Infographic)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이다.





글의 이해도를 높이는 '인포그래픽'


먼저 글의 이해도를 높이는 인포그래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인포그래픽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이미지로 요약하기'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거나, 여러 항목 사이에 관계를 보여주거나, 글 전체를 압축해서 한눈에 보이도록 정리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장치다. 인포그래픽을 활용하면 쓰는 사람에게도 좋고, 읽는 사람에게도 좋다.




인포그래픽의 효과


1. 정보의 내면화

단순히 다른 사람의 말을 가져와서 쓰는 글과 정보를 완전히 나의 언어로 소화한 후에 쓰는 글은 전혀 다르다. 정보를 내면화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나는 그림 그리기를 권하고 싶다. 아무리 두꺼운 책도, 아무리 긴 글도 한 장의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려면 해당 콘텐츠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살피며 핵심 키워드를 추출하고 요소 간에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책을 읽고 글쓰기로 아웃풋을 내는 것도 좋지만,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아웃풋을 내는 것도 정보를 내 것으로 소화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그림은 글 사이사이에 들어간다. 하지만 글을 모두 걷어내고 그림만 모아놔도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정말 훌륭한 그림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한 장의 그림으로 요약한 사례들. 왼쪽부터 <평균의 종말>, <자기 통찰>, <책만 보는 바보>


2. 기억 강화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해낸 그림은 이미지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다시 꺼내기에도 수월하다. 잠시 잊었어도 그림을 보는 순간 기억이 빠른 속도로 활성화된다. 그림으로 내용을 정리해두면 시간이 흘러 성장한 후에 과거의 나 자신이 잘못 이해했거나, 빠트린 부분을 파악하기가 쉽다.


3. 독창성

글 속에 내 그림이 들어가는 것 만으로 이미 차별성이 생긴다. 똑같은 책을 읽거나, 똑같은 수업을 듣거나,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이해하고 해석하고 내면화하는 내용은 다르다.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한 그림과 글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만들어가게 되고, 축적한 콘텐츠는 든든한 지반이 된다.


4. 독자의 이해도 상승

새롭게 정의한 용어나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할 때 글로만 풀어가려면 불필요하게 길어지면서 이해하기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그림을 활용하면 독자가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왼쪽] '진'이라는 글자에 담긴 의미   [오른쪽] 새롭게 정의한 커뮤니케이션의 두 가지 분류


5. 리프레시 효과

요즘에는 모바일로 글을 읽는 경우가 많다. 작은 화면으로 긴 글을 읽을 때 중간중간 그림이 들어가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앞의 내용을 상기시키고 싶거나, 내용을 전환하고 싶은 시점에 이미지를 넣으면 효과적이다.


6. 확장성

테마를 가지고 글을 쓰다 보면 때때로 글 하나로 내용을 모두 소화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글이 너무 길어지거나, 흐름 상 맞지 않는다거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미처 다 쓰지 못하는 내용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같은 이미지를 여러 글에서 활용하게 되면 글과 글을 연결할 수 있고, 메시지의 범위를 점차 확장해 나가거나 구체화시킬 수 있다.


테마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반복 사용하면서 메시지를 확장하거나 구체화한다.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키 비주얼'


키 비주얼이란 타이틀 영역에 들어가는 커다란 이미지를 말한다. 글의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단 한 장의 대표 이미지다. 인포그래픽은 독자가 글 속으로 들어가서 읽어야만 볼 수 있지만, 키 비주얼은 글을 읽기 전에 밖에서 글을 홍보하는 '얼굴' 역할을 한다. SNS에서, 메신저에서, 글 목록에서, 글을 클릭하고 처음 진입한 순간에 마주치는 것이 키 비주얼이다. 글의 인상을 좌우하고, 호기심을 유발하고, 왠지 클릭해보고 싶게 만들고,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 비주얼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키 비주얼의 효과


1. 호기심 유발

키 비주얼은 글 밖에서 내 글의 얼굴 역할을 한다. SNS나 메신저로 내 글을 공유했을 때 보이는 섬네일 이미지에 키 비주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때 시선을 끌 수 있는 이미지와 제목이 잘 어우러진다면 왠지 클릭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하게 된다.


페이스북에 글을 공유했을 때



2. 채널 분위기 연출

브런치의 글 목록은 이미지형과 리스트형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키 비주얼에 자신이 있다면 이미지형을 선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채널의 인상은 글 목록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독자가 우연히 링크를 타고 채널에 들어왔을 때 글을 읽고 마음에 들었다면 자연스럽게 글 목록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텍스트 중심인 리스트형 글 목록은 독자가 제목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이미지형 글 목록은 시각적으로 분위기를 느끼며 감성으로 판단하게 된다.


글 목록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쇼윈도에 상품을 어떻게 전시하느냐'와 같은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내 글을 예쁘게 포장해서 왠지 보고 싶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글 목록에서는 여러 개의 키 비주얼들이 함께 노출되면서 채널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낱개가 아닌 여러 개의 이미지가 함께 보일 때 잘 어우러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이미지의 색감이 너무 튄다던가, 특정 이미지가 갑자기 퀄리티가 떨어진다던가, 또는 제목과 전혀 상관없이 멋있기만 하다던가 등등 어딘가 내 채널과 어우러지지 않는 부분 있는지 보는 것이다. 글 목록의 분위기가 채널의 성격이 된다.


[왼쪽] 이미지형   [오른쪽] 리스트형



3. 기억 강화

키 비주얼은 인포그래픽처럼 딱 떨어지는 의미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글이 담고 있는 핵심 키워드를 드러내거나 또는 글의 정서를 드러내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멋은 꼭 있어야 한다. 독자가 글에 처음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키 비주얼이다. 처음에는 '뭔지 모르지만 멋있군.'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글을 모두 읽고 나서는 '아, 이래서 저 이미지를 타이틀 이미지로 썼구나!'라고 깨닫게 만들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글이란 글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용을 읽지 않으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타이틀 이미지와 글을 결합시키면 글을 읽지 않고 이미지만 봐도 '아, 저 글! 저번에 나 읽었는데!'라고 금방 인지할 수 있다. 이미지는 독자가 글을 기억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다.


글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에서 '다크호스'라는 키워드를 표현한 키 비주얼
글 [ 내향적인 사람도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까 ]에서 '네트워크'라는 키워드를 표현한 키 비주얼
글 [ 어떻게 나를 드러낼 것인가 ]의 키 비주얼





이미지로 채널에 정체성 부여하기


화려하게 이미지를 합성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하기에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키 비주얼로 쓸만한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또한 본문에서 글의 내용을 서포트해주는 간단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키 비주얼로 쓸 멋있는 그림을 선택하고, 단정하게 핵심을 요약한 인포그래픽을 그리는 것은 글에 차별성을 더할 수 있기 때문에 천생 글쟁이라 하더라도 한 번 시도해 보기를 권해 본다. 흔히 사용하는 파워포인트로도 충분히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툴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지 활용을 시도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쓰기를 위한 좋은 이미지의 조건'이란 무엇인지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글쓰기를 위한 이미지의 5가지 조건


1. 색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요소는 단연 '색'이다. 사람의 눈은 대상을 볼 때 색부터 본다. '빨갛다, 파랗다, 노랗다'처럼 색을 먼저 인지하고 그다음에 세부 요소를 본다. 나를 대표하는 색을 하나 정해서 프로필 이미지, 인포그래픽, SNS 카드형 메시지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면 작가와 작가의 글에 테마가 입혀진다. 색은 사람들이 쉽게 나를 알아보게 만드는 유용한 장치다.


색은 메인 컬러와 포인트 컬러 2가지를 정하는 것이 좋다. 메인 컬러란 그림에서 전반적인 바탕을 이루는 색이고 포인트 컬러는 부분적으로 강조할 때 사용하는 색이다.


'글쓰는 디자이너 이진선'의 메인 컬러는 파란색이고 포인트 컬러는 노란색이다. 정식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모든 채널의 프로필 이미지를 하나로 통일시켰다. 더불어 글쓰기를 위해 제작하는 모든 이미지에 나의 색을 입혀서 내보내고 있다. 본문에 들어가는 인포그래픽은 물론이고, SNS에 연재 중인 카드 이미지에도 색을 입혔다. '파란색에 흰 글씨네. 이진선이다!'라고 알아볼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꾸준히 규칙을 지키고 있다.


여러 채널의 프로필 이미지를 통일하고, 메인 컬러를 반복 사용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파란색과 이진선을 연결'하는 중이다



2. 폰트

폰트는 중요하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어떤 폰트를 쓸지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무난하고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폰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떤 폰트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래 '저작권 없는 무료 소스'를 참고하면 된다.


3. 여백

이미지의 고급스러움은 여백이 좌우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여백이란 보이지 않지만 이미지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비어있는 부분이 있어야 채워져 있는 부분이 두드러지는 법이다. 무언가로 꽉꽉 채워야 할 것 같은 강박을 내려놓자. 멋있다고 느끼는 이미지를 잘 관찰해보면 핵심 요소와 여백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핵심 요소와 여백의 관계



4. 분위기

'차분함, 발랄함, 귀여움, 전문적인, 따뜻한, 세련된, 그래피컬한' 등등 자신의 채널이 어떤 분위기이길 원하는지 생각해두면 이미지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분위기를 깨지 않는 일관된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5. 레이아웃

키 비주얼의 경우 하나의 이미지가 여러 곳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레이아웃에 신경 써야 한다. 레이아웃이란 그림 안에 핵심 요소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를 말한다. 키 비주얼은 가로로 길게 보이기도 하고, 정사각형으로 보이기도 하며, 모바일에서는 세로로 길게 보이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서도 중요한 부분이 잘리지 않도록 중요한 요소는 이미지의 중앙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이미지에 활용할 무료 소스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무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하는 몇 개의 사이트를 소개해본다.




저작권 없는 무료 소스 구하기


이미지

픽셀즈 : https://www.pexels.com/ko-kr/

픽사베이 : https://pixabay.com/ko

언스플래시 : https://unsplash.com

스톡스냅 : https://stocksnap.io


폰트

상업용 무료 폰트 큐레이션 사이트 [ 눈누 ] : https://noonnu.cc/

맑은 고딕 : 컴퓨터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 폰트. 무난하게 활용

네이버 [ 나눔 폰트 ] 시리즈 : https://hangeul.naver.com/2017/nanum

구글 [ 본고딕 ] : https://fonts.google.com/specimen/Noto+Sans+KR


아이콘

구글 아이콘 : https://material.io/resources/icons/?style=baseline






독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글쓰기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는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에 만족하지 않는다. 글을 통해 세상과 나를 연결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이미지는 글을 더 다채롭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며, 글 하나하나를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준다. 이미지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은 곧 독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시도이자 태도다.


글쟁이에게도 미적 센스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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