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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Oct 13. 2016

나는 단지 무기력에 빠졌다.

그 일은 무섭다. 잘 모른다.

잘 모른다. 무기력이 어디까지 왔고 어떤 방법으로 극복해야 하는지 아니면 안으로 포함하고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른다. 

무기력이 생긴 시기로 따지면 거의 한 해가 다 됐다. 지난 겨울 믿거나 아끼던 가치가 한없이 짓이겨 떨어지면서 그 무렵 무기력이 온 몸을 그리고 온 일상을 휘감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과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못 했다. 스스로 얻은 무기력은 스스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거의 어떤 일에도 마음을 느끼지 못 하는 일상은 어쩌면 고요하다. 어떤 일에도 관심을 갖지 못 하고 어떤 일에도 마음을 줄 수 없고 누구에게도 별별 감정이 들지 않는다. 

그 사이 반 년 가까운 시간을 여행에 지출했다. 걷거나 말을 했다. 과거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났다. 간간이 사람들이 건네는 무서운 말이 매섭게 발치로 떨어졌지만 다행인지 아닌지 무기력은 별 감정을 일으키지 않았다. 

가끔 미안했고 미안하지 않아도 미안하다 말했다. 과거 기억으로 나는 어떤 미안한 마음이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잊지 않고 미안해 하고 싶었다. 무기력이 어떤 핑계일 수는 없었다. 

스스로 세상을 향한 작은 방패를 무기력이란 이름으로 세우고 지낸다. 아프고 실망하고 싫고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은 조금 미뤄두라고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 시간 그 속에서 나는 어떤 마음도 진동하지 않았다. 점점 기록이 줄었고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무섭고 두렵게 느껴졌다. 아픈 기록을 하면서도 나는 사람들에게 “별 마음이 없어요.” 목소리 들려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어쩌면 이미 이 무기력을 극복할 방법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짐작한다. 기억을 기록하고 과거 기록을 다시 가공하고 있었지만 무기력이 감정을 분리했다. 거의 한 해, 그렇게 그 한 해는 흘렀는데 시간이 갖는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 했다. 과거 기록했던 몇몇 순간들이 낯설고 어색하게 나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 기록과 지금 내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는 어떤 작은 일에도 고마워 하고 가깝고 먼 사람들에게 아끼는 마음을 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짐작하고 기억한다. 이득과 역할 그리고 책임 사이에서 혼란스럽지만 무기력은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나는 아끼는 가치를 다시 찾을 생각이다. 거의 관심이 없고 거의 마음을 줄 수 없는 일상을 보낸다고 하소연 할 생각은 없다.

나는 단지 무기력에 빠졌다. 그 일은 무섭다. 조금 복잡하다. 그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그 사이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고민했다. 

며칠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벌써 긴 시간 동안 먼 공간에 있었는데 이제 이 공간에 있을 이유를 크게 느끼지 못 하고 있다. 그녀는 조금 내가 변했다고 했고 나도 느낀다. 무기력이 있는 이 시간을 조금은 뒤로 미뤄두고자 한다.

방법을 모른다고 움직이지 않을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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