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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Apr 23. 2017

여행은 거짓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목욕탕 옆 인간극장 181 - 송재신(캄보디아 씨엠립)

목욕탕 옆 인간극장 181 - 송재신(캄보디아 씨엠립)
2016년 10월 2일(일) 압사라 게스트하우스 2층 A09호
 
여행은 거짓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믿었던 사실이나 현실은 여행에서 거짓이 됐다.

꼭 그렇게 서울을 벗어난다고 더 나은 현실은 없었다. 꼭 그러지 않아도 어떤 방황을 하지 않아도 이 현실 위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는데 나는 더 나은 현실을 찾고 싶었다. 하필이면 여행에서. 

사람이 그립고 거짓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무렵 여행에서 돌아왔다. 나는 아직 세상이 검정이라고 믿으면서 다시 세상을 검정이 아니라고 믿기 위해 돌아왔다. 

세상은 아직 검정이고 나도 계속 검정이지만 그렇다고 검정이 맞다고 믿을 생각은 없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서로 덜 지치고 함께 잊지 않고 당신이 그리고 내가 아픈 일을 계속 살피고 지내면 좋겠다.

여행에서는 다그치는 사람들을 덜 만났다. 덜 지치고 덜 아프려고 덜 다그치려고 나는 여행을 찾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당신 생각을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여행도 하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투자도 하고 그래요.”
 
 
“어떤 여행을 할 계획이세요?”
“딱히 계획하는 건 없어요. 그냥 예를 들어서 무라카미 하루키(일본의 소설가이자, 번역가)처럼 짐 로저스(미국 월스트리스의 전설적인 투자가. 자동차, 오토바이 세계일주로 기네스북 등재)처럼 그냥 정처없이 정리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하고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나 보세요?”
“최근에 몇 권 읽었는데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고 있는 게 너무 좋아서요. 빠져들었죠. 너무 좋아요.”
 
 
“투자는 어떤 투자하시는 건가요?”
“가치 투자를 하는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벨류가 좋은 회사를 사서 고점에 파는 건데요. 뭐 일반적으로 안전 마진과 성장 마진을 겸비한 종목에 투자를 합니다.”
 
 
“투자는 언제부터 해오신 거예요?”
“20년이 넘었죠. 본격적으로 한 건 13년쯤 됐어요.”
   
  
“혹시 개인적인 관심사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으세요?”
“여행 되게 좋아하고요. 여행 정보에 대한 관심도 있고요. 투자도 마찬가지고요. 요즘은 미술 쪽이나 문학 쪽에 관심이 많아요. 여태까지는 외면적이고 실천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다면 나이가 들면서 내면에 있는 걸 끄집어 내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어떤 것들을 좋아하세요?”
“딱히 가리는 건 없어요.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어요. 술탐도 많고요.”
  
  
“옛날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고 싶어요.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40대 후반이요. 나이 많아요.”
  
  
“국민학생 송재신은 어떠셨나요?”
“대부분 애들이 그랬듯이 그 당시에는 특별하게 즐기고 누릴만한 환경이 없었기 때문에 지극히 평범한 대신에 크가 말썽은 안 부리고 만화방 좋아하는, 오락실 좋아하는 몽상가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요.”
 
    
“중학생이 됐어요. 그때는 어떠셨어요?”
“중학생 때도 딱히 인생의 전환점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공부 좀 잘하고 뭐 몇몇 친구들 하고 몰려다니는 것 좋아하고요. 우리 동네에 ‘피자리아’라는 피자집이 생겼는데 많이 가고요. 나머진 책 보고 공부하고 그랬죠.”
  
  
“고등학생이 됐습니다. 어떠셨어요?”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되게 열심히 했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어떤 사물을 암기하고 기억하려는 것에 대한 싫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당연히 외워야 할 것에 대해서 외우질 못 하는 거예요. 암기 장애 같은 게 생겼어요.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수학 같은 통계 이런 건 아예 손을 놓게 되었고요. 그리고 일부 암기 과목 같은 경우는 그냥 공부를 안 하게 됐어요. 그 다음에는 적당히 그냥 지방 약대 들어가서 그냥 저냥. 어떻게 보면 그 당시가 내 인생에 있어서 두세 번째 정신적으로 불행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 했거든요.”
  
  
“대학생이 됐어요. 대학생 때는 어떠셨어요?”
“난봉꾼이었어요.(웃음) 원래 음악을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도 그룹사운드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대학교 때는 기타에 심취를 했고요. 지미 핸드릭스(미국의 기타리스트로서 최고의 기타 연주자 중 한 명)나 게리모어(영국 북아일랜드 출신의 기타리스트. ‘블루스 기타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며 40년 간 활동) 같은 아티스트한테 푹 빠졌죠. 당시는 음악 다방 같은 게 많았어요. 그때 거기서 스크린 상에서 나오는 그런 메탈, 락커를 보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죠. 그리고 공부보다는 술이나 음악을 더 좋아했고요. 당시에 또 워낙 정치적인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많은 갈등을 했죠. 모든 사람들은 다 군복 색이나 회색이나 무채색 옷을 입고 또 사람들이나 선배들이 강요하고 좋아했지만 나는 컬러풀하고 자유적인 걸 좋아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갈등이 심했고요.”
  
 
“이제 대학을 졸업하셨어요.” 
“졸업하고는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고요. 그 다음에 석사 논문 발표하고 그랬죠. 정말 좋은 교수를 만나서 내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던 시기 같아요. 굉장히 무정형화 되었던 나를 굉장히 실체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교수였기 때문에요. 상당히 큰 내 인생의 변환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졸업하고 나서는요?”
“졸업하고 취직했죠. 서울에 있는 제약회사에 취직을 했고. 또 집은 둔촌동에 얻게 되었는데요. 참 그것이 제 행운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그때 송파 쪽이 엄청 성장을 했기 때문에. 나도 그 자산가치 상승에 편승을 해서 제법 짭잘했던. (웃음) 그러한 인생의 화양연화를 약 15년 가까이 누렸어요.”
 
 
“그 15년이 황금기였던 건가요?”
“황금기는 지금이 황금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15년이 매번 화양연화의 감성을 새롭게 갈아치우는, 끊임없이 계속 좋았던, 리먼 브라더스 전까지만 해도 너무너무 꿀을 빨던 그런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잘 지내시다가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어떤 변화가 온 건가요?”
“그때 그지가 됐죠. 재산이 1/100 토막이 된 거예요. 워렌버핏이 똑똑한 사람들이 망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과도한 레버리지에 있다고 했거든요. 그때 나도 과도한 레버리지 덕분에 모두 사라져버렸죠.”
 
 
“그렇게 사라진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절치부심(切齒腐心. 몹시 분하여 이를 갈며 속을 썩임) 와신상담(臥薪嘗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고난도 감수하는 정신)을 했어요. 내가 약국에서 8년 동안 1년에 열두 번쯤 쉬고 매일 같이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했어요. 열심히 일을 해서 조금씩 회복했어요. 그리고 작년 2월에 사업(약국)을 접고 지금은 여행하고 투자만 하고 있어요.”
 
 
“앞으론 어떨 것 같으세요?” 
“음 그걸 얘기하기 전에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요.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이 아니라 단지 나쁜 상황과 좋은 상황이 있을 뿐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나한테는 죽을만큼 힘들었던 상황이긴 했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나쁜 경험이었나 좋은 경험이었나 생각한다면 지금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남자의 3대 불행이라고 한다면 조기 급제, 중년 상처, 노년 궁핍을 이야기 하는데요. 나 같은 경우는 너무 빠른 시기에 너무 큰 성공을 했기 때문에 준비되지 못 한 자의 몰락이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사건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이나 아니면 정말 내 인생의 노년기에 그런 일이 있지 않았겠나. 나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 그런 것들이 미래에 있어서 빛을 밝혀줄 거라고 생각해요. 나쁜 선례를 겪었으니까요. 앞으로 잘 운용해서 평생 여행하면서 투자도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여행자 겸 투자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짐 로저스처럼.”
 
 
“이제 어떤 시기들이 지났잖아요. 앞으로 혹시 경험하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으세요?”
“사실 해보고 싶은 건요.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라는 로버트 레드토드가 나오는 영화가 있는데요. 거기에서처럼 내가 죽기 전까지 끊임없이 도전도 할 수 있었음 좋겠고 끝임없이 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고 기회되는 한은 조금 더 많은 나라를 다니는 경험을 하면 좋겠어요. 이번에 2종 소형 면허까지 땄는데요. 이제 골절상 안 입고 오토바이로 잘, 세계일주 한 번 해보는 게 꿈이에요.”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 있으세요?”
“와이프. 그리고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주위 좋은 사람들에게 다 고맙고요.”
“와이프는 왜 고마우세요?”
“개인적으로 와이프는 존경스러워요. 내가 이렇게 갈대처럼 흔들릴 때마다 망부석처럼 잘 지켜주고 믿어주고 그리고 자식들 잘 키워주고 늘 존경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죽는 건 어떤 의미세요?”
“저는 한 번 한강 다리에 올라간 적이 있어요. 리먼 브라더스 때. 사실은 다 털릴 때 올라간 게 아니 단 2주만에 내 재산 반이 날라갔을 때요. 그때 그 패닉. 이 판에서 얼마나 건질 수 있을까. 정말 죽음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아요. 무조건 충실하게 열심히 살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죽겠지만은 정말 열심히 살고 집중해서 살면은 그냥 죽으면 축복처럼 다가오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좀 쉬라고.”
 
 
“어떻게 죽으면 좋을 것 같으세요?”
“사실은 한때는 걷다가 죽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잇어요. 남들 손가락질 안 당하고 적어도 애들이 다 준비를 하고 아빠 잘 가 그런 거 있잖아요.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 그런 세이 굿바이 들으면서 손자들 얼굴도 한 번씩 보고 죽음보다 깊은 잠 들듯이. 인터스텔라 마지막 엔딩처럼.”
 
 
“개인적으로 중요한 가치, 어떤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세요?”
“사실은 내가 꿈꾸는 사람이 귀 명창이에요. 이 나이에 명창은 못 되니까 명창과 비명창을 구분하는 귀명창이죠. 그게 어쩌면 투자 회사에서도 되게 중요한 가치죠. 옳고 그리고 합리적으고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가치는 변하는 거니까요. 지금은 매 순간순간이 가치인 것 같아요. 실체적이진 않아도 흘러가는 삶, 시간, 공간 전부 다 나의 가치인 것 같아요.”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사람마다 다르니까 글쎄. 내가 해준다고 해서 뭐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잇는 사람이 있고 성향이 다르면 안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정말 사람 하나하나마다 너무 능력이 있는데 사회가 흙수저를 양산하는 시기다 보니까 자기 가치를 발휘하지 못 하고 가장 기본적인 부분만 해소하려고 사람들이 사는 것 같아요. 그러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음, 꿈을 잃는 건 모든 걸 잃는 거니까 꿈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난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취해 있으면 안 된다. 나의 어떤 상태가 위태로운지 아니면 편안한지 안락한지. 그러한 것들을 고민을 많이 많이 해요. 그리고 영화 ‘관상’에서 마지막에 관상가 김내경이 ‘나는 파도만 보았지 바람은 보지 못 했다. 정작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이거늘.’이라는 이야기를 해요. 그러니까 파도도 바라보지만 바람도 바라볼 수 있는 그러한 선명한 인사이트를 가지면 좋겠어요.”
 
 
“오늘은 뭐하셨어요?”
“오늘은 캄보디아에 있는 가장 럭셔리한 T갤러리아에 가서 눈 호강을 했고요. 그 옆에 있는 실크샵에 가서 질 좋은 스카프를 샀어요. 서너 개.”
 
 
“어제는 뭐하셨어요?”
“어제 앙코르와트, 앙코르톰, 타프롬, 스리스랑에 갔다 왔죠.”
 
 
“이제 뭐하세요?”
“이제 라오스로 넘어갑니다.”
 
 
“앞으로 여행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어요. 인도 일정까지만 정해뒀어요.”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아,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이야기가 자기는 어떠한 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글을 쓴다고 했어요. 글을 쓰면 어떤 사물이나 사고라든지 그런 게 선명해지고 확실히 이야기 된다고요. 물론 저도 짧은 글을 쓰곤 하면서 그러면서 내 인생을 복기하곤 해요. 바둑 실력이 가장 빨리 느는 건 복기라고 하잖아요. 무수한 수를 다시 두고 다시 반성을 하면서 인생에 모범 답안 하나씩 만들어 가는 거죠. 적어도 여태까지는 계속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 8천 개 정도는 문제 은행을 만들어오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닥치면 떨리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런 건 역시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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