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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배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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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Mar 06. 2023

이래서 배구가 재밌었지 (09/18)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 : #배구 ... 하러.. 가야겠지... 빠지면 안되겠지.. 추석 때문에 이미 2주나 빠졌는데.. 그래 다녀와서 좀 자자

배구 센터에 막상 도착했을 때의 심정 : 오늘의 목표는 땀 안흘리고 대강 하기 (??)

수업이 다 끝났을 때의 마음 : 오늘도 역시 마음대로 되진 않았지만 이래서 배구가 재밌었지..!!!



돌아오는 길에 한강이 보일때쯤엔 어쩐지 자동적으로 '오늘도.. 서브 스파이크 언더 등등이 잘 안되었지' 하는 복기를 하게되곤 한다..




오늘은 아무래도 추석 연휴가 끼어있어서 그랬는지 기본기 위주로 훈련을 했다. 

내 친구 A는 벌써 서브로 네트를 뻥뻥 넘기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네트 근처까지만 가지도 못하고 뚝 떨어져버리는 공.. 

손목에 힘을 주라고 하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내 손목은 종이마냥 팔랑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공격 스텝은 정신없이 꼬이기만 했다.

그리고 오늘 더 문제가 되었던 것은 ㅋㅋㅋㅋㅋ 선생님마저 깨달아버린 나의 배구 공 공포증 (??) 

분명히 혼자서 스텝을 연습하면 멀쩡하게 잘 한다.

하지만 선생님이 공을 올리면? 나의 팔과 다리가 갑자기 오작동하면서 네트를 향해 마치 펭귄처럼 돌진한다.

그 와중에 정말 펭귄 날개마냥 아주 요상하게 팔을 들어서 공을 치기 때문에 손가락 다치기 딱 좋은 자세였다.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선생님이 '부상!! 이러다가 부상당한다구요 ㅠㅠㅠㅠㅠ'를 외쳤고 그 때 난 정말 눈물을 삼키고 있었어..




이렇게 내 몸이 언제나 그랬듯이 내 말을 하나도 듣지 않았지만 결국 배구는 재밌어!! 하는 마음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연습게임 덕분이었다.

이제는 그래도 떨어지는 공을 어떻게든 안간힘을 써서 네트 너머로 넘기기도 하고,

수비나 공격이 성공했을 때 팀원들이 다 같이 신나하는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다.

특히 나는 배구 경기를 보면서 팀원들이 1점이라도 득점하면 바로 모여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만약에 1점 실점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하고 (물론 실점한 당사자인 나는 괜찮지않지만 무릎이라도 꿇고싶은 마음이 되지만) 서로를 독려하는 그 순간들에 반해서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늘도 그렇게 맞아 내가 이래서 배구를 좋아했었어 하는 순간들이 조금이나마 있었어서 돌아오는 길에도 또 다시 '배구를 잘하고 싶다' 라고 마음먹게 되버린 것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냥 배구 배우는 거 관둘까 어차피 못하는데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아야하나 했던 마음은 싹 사라져버렸다.

배구일지도 매일 못한다고 징징거리는 내용만 쓰는 거 아닌가 했지만 뭐 어쩌겠어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여러분! 저를 견디세요!


이러다가 언젠가 내가 원하는 수준 (정확히 배구 동호회에 들어가도 되겠다고 스스로 납득할만한 수준) 에 도달하기 전에 그만두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 몇 주 더 힘내보자고. 

분명 배구는 취미로 하고 있는건데 왜이렇게 마음만은 본격적인 배구 선수인 지 알 수가 없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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