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감독들은 배구 선수들에게 항상 침착하라고 할까?
목요일, 일요일 연달아서 했기 때문일까? 금요일에 어깨가 많이 아팠고 허리, 골반쪽도 아팠지만 사실 아프다는 생각보다 기쁘다는 생각이 더 컸다.
이제야 조금 공을 치는 감각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겠다. 수업시간동안 1번이라도 공이 멈추는 그 순간이 보인다.
스탯으로 치자면 내 스탯은 이제야 이 정도가 된 것이다.
리시브 : -5 (처음 시작했을 때 내 수준) -> 1 (보통 사람들이 한 두번 수업 받았을 때 도달하는 수준)
공격 : -10 -> 2
서브 : -10 -> 1
저 뒤의 숫자가 조금 절망스러워보이나요? 배구를 시작할 때의 나였다면 그랬겠지만 지금의 나는 사실 내가 마이너스에서 제로로, 그리고 제로에서 플러스로 성장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 드디어 나에게도 숫자가 생겼어!
그 동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마냥 혹은 아무리 걸어도 늪에 빠져있는 것 마냥 뒤로 가기만 했는데 0.1씩 앞으로 가고 있었다.
같이 수업을 들어왔던 친구들과 상대점수로 대결한다면 F를 받겠지. 하지만 절대점수가 된다면 적어도 C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도 뚝딱거리던 나도 어떻게든 버티고 연습하고 회피하다가 다시 연습하다보니 공을 칠 수 있게 되긴 하더라.
이제는 몸에 힘이 있다는 얘기까지 듣게 되더라.
물론 이제야 1~2단계 초보가 되었으니 앞으로 갈 길이 첩첩산중이며 나는 하나 익히는데 남들의 5배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해보니까 되더라. 지금 너무 신나서 호들갑 떠는 거 들켰나요? 배구 배워오면서 몇 안되는 기쁜 순간이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그리고~ 배구일지니만큼 오늘 깨달았던 내용 정리.
중계를 듣다보면 작전타임 시간에 감독들이 선수에게 "공에 달려들지 말아라" 라는 말을 종종 한다. 이게 어떤 맥락인지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내가 수업을 들으면서 자주 듣다보니까 뭔 얘긴 지 이제야 알겠다..
상대방이 공을 때릴 때, 저 공을 받겠다는 생각만으로 바로 달려들게 될 경우 보통 공이 저 별표 친 부분쯤에서 이미 성급하게 2번 영역으로 달려가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작 공이 떨어지는 낙하 지점은 1번인데, 내 몸은 2번 영역에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팔을 늘려서 공이 이상한 곳으로 튀어버리기 쉽다.
즉 공이 날아오르는 것만 보고 대충 여기겠구나 하고 방향만 잡아서 우다다다 달려가는 게 아니라, 일단 기다렸다가 하트 친 부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 지점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
공을 보라고 해서 난 똑바로 공을 보고 빠르게 달렸는데 대체 왜 이상한 방향으로 튕겨나가버리지? 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코치님이 공을 보고 달려들지 말고 일단 기다렸다가 낙하지점을 봐야한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난 항상 2번 영역으로 돌격했던 것 같다.
급하면 공을 받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기다렸다가 집중해서 한 번에 달려가야한다.
받아야한다는 생각보다 일단 공을 끝까지 보자.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노력은 헛발질일 뿐이다.. 라는 생각